연말 수입차 시장이 역대급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테슬라의 무이자 공세와 메르세데스-벤츠·캐딜락의 사상 최대급 재고 할인까지 겹치며 사실상 '12월 특수'를 향한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고환율 부담 속 재고를 털어야 하는 브랜드들의 이해가 맞물리며 소비자 선택지는 어느 해보다 넓어졌다.
11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혼다, 캐딜락 등 수입차 브랜드 대부분이 연말 프로모션에 일제히 착수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일대 수입차 전시장에서는 상담 요청이 하루 수십건씩 몰리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1월 수입차 판매량은 27만8769대로, 이 중 테슬라를 제외하면 22만3175대에 그쳤다. 전년 대비 성장률이 테슬라 포함 시 16.3%지만 제외하면 5.6%에 불과해, 브랜드들은 연말 할인으로 점유율 만회를 서두르고 있다.

벤츠 `E클래스`대표적으로 벤츠코리아는 최근 E클래스 중심의 초대형 할인으로 시장을 더욱 달아오르게 했다. 'E200 아방가르드'는 정가 7650만원에서 23% 할인된 5850만원에 판매되며 "20년 업계 생활 중 처음 본 할인 수준"이라는 현장 반응까지 등장했다. 당초 약 2000대 입항이 예정됐던 연말 물량 중 절반인 1000대만 먼저 도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고 한정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캐딜락은 연말 최고 수준의 조건을 내걸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전기 SUV 리릭은 1700만원 현금 할인 또는 동일 금액 선수금 지원과 더불어 60개월 무이자 할부(선수금 0%)를 제공한다.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는 평생 엔진오일 무상교체와 3%대 저금리 금융 혜택을 제시해 고가 모델 중심의 수요를 공략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산 차량 관심이 높아진 분위기에 맞춘 전략적 할인"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하이브리드 중심 라인업을 앞세워 유류비 200만원 지원 또는 최장 60개월 저금리 할부를 제시했다. CR-V 하이브리드는 액세서리 50% 할인과 재구매 고객 130만원 혜택을 추가해 패밀리 SUV 수요층을 정조준했다. 폴스타는 겨울 맞춤형 프로모션'렛 잇 스노우' 캠페인을 통해 신규 계약 고객에게 100만원 상당 툴레 상품권을 추첨 제공하고, 시승 인증 이벤트를 통한 굿즈 지급으로 고객 유입을 늘리고 있다.

테슬라 `사이버트럭`테슬라도 12월 프로모션 대전에 참전하며 판도를 흔들고 있다. 삼성카드와의 협업을 통해 모델3 RWD를 36개월 완전 무이자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고, 48·60개월 할부 역시 차종에 따라 0~0.5%라는 사실상 무이자 조건을 제시했다. 모델Y, S·X, 사이버트럭 등 주요 라인업도 최대 60개월까지 3.6~3.9%의 저금리 금융을 제공한다. 테슬라가 금융 프로모션을 대대적으로 적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환율 부담은 할인 경쟁의 또 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73.0원으로, 전일 대비 2.6원 올랐다. 미국 생산 차량 비중이 높은 독일·일본 브랜드까지 달러 결제 부담이 커졌다. 캐딜락이 에스컬레이드 IQ 국내 출시가에서 미국 대비 약 5000만원을 추가한 것도 이런 이유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업계는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내년 중반 이후 수입차 가격 인상과 할인 축소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연말 할인은 이달이 정점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재고가 빠지면 당장 내년부터 가격이 오히려 상승할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모델Y 주니퍼가 5000만원대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며 다른 브랜드 수요를 잠식하면서 연말 판매가 사실상 승부처가 됐다"며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좋은 조건이 많아졌고, 크리스마스 이전에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은 발주량 감소 여파로 공급이 줄어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메르세데스-벤츠, 테슬라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