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린 방음터널…시민 ‘뚜껑 열리게’ 한 광주시

조회 102025. 2. 6.
신창지구 제2순환도로 ‘20년 숙원’ 방음 공사 주민 반발로 중단돼
“착공 전 설명회에서 개방 공간 의도적으로 숨겨…시민 우롱한 것”
시 “예산 부족 탓…소음·대기질 법적 기준 못 미치면 대책 찾겠다”
광주시가 제2순환도로(신창·수완지구) 소음 민원 해결을 위해 설치한 방음터널 캐노피(덮개) 중 일부가 뚫려 있어 인근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제2순환도로(신창·수완지구) 방음터널 캐노피 개방 구간.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시가 소음 민원을 해결하려고 설치한 소음저감시설(방음터널)이 되레 소음·분진 발생 피해를 키우고 있다

공사비 절감 등을 이유로 방음터널 윗부분을 일부 개방하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방음’ 역할을 제대로 못해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6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2020년 제2순환도로(신창·수완지구) 주변 아파트 주민의 소음 민원 해소를 위해 방음터널 공사를 시작했다.

방음터널은 1840m에 달하는 ‘장대 터널(1㎞ 이상)’로, 1구간 477m, 2구간 751m, 3구간 612m로 이뤄졌다.

총사업비 491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으로, 그동안 심각한 소음·분진 피해 등을 겪어온 인근 시민들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터널 캐노피(Canopy·덮개) 일부가 개방된 채 공사가 진행 중인 사실이 알려진 이후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1구간 공사 자체가 지난 6월부터 중단됐다.

광주도심 내 다른 방음터널이나 타 시·도 장대 터널 가운데 ‘캐노피 개방 구간’이 있는 터널은 ‘신창·수완지구 터널’이 유일하다.

터널 윗부분이 뚫린 터널 구간 인근에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들도 오히려 방음터널 공사 전보다 소음이 심해졌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캐노피의 규모는 길이 30m,폭 12m로, 1구간 시·종점에 각각 하나씩 설치돼 있으며 인근 아파트와는 22m 떨어져 있다. 주민들은 이 캐노피가 소음 깔때기가 돼 굉음이 들리고 각종 분진이 뿜어져 나온다고 주장한다.

광주시는 추가 비용 부담을 내세워 보완공사를 주저하고 있다.

현재 방음터널 전체를 막으면 1구간에만 80억~90억원 안팎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2022년 제2경인고속도로 과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 사고로 개정된 지침에 따라 해당 방음터널 전체를 막으면 기존 시설 등급이 4등급에서 1등급으로 격상돼 소화·경보·피난 대피 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주민들 사이에선 광주시가 해당 공사 관련 주민설명회 등을 개최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캐노피 개방 공간을 숨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애초 설계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 등도 나온다.

이희숙 신창 6차 호반베르디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광주시가 입주 20년 동안 기다려온 숙원 사업인 방음터널을 만들어준다고 해 기대하고 있었는데, 방음이 되지 않는 터널을 만들고 있다”면서 “캐노피 개방 구간 인근 주민들은 이전보다 더 심한 소음 및 분진 피해를 겪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 소장은 특히 “공사 착공 전 캐노피 일부가 개방된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의견 수렴 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면서 “몇 년째 희망 고문만 시키고, 이제는 주민들이 광주시를 상대로 투쟁까지 해야 할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시 관계자는 “2016년 타당성 조사 때부터 기본 설계가 진행됐다”면서 “설계한 시기가 오래돼 정확하지는 않지만, 당시 담당자가 주민들에게 캐노피 개방 구간 언급을 자세히 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방음터널에 대한 소음도·대기질 측정을 한 뒤 법적 기준치를 만족하지 못했을 경우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재 주민들의 반대로 측정조차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민원 해결 방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강춘환 신창6차 호반베르디움 동 대표 회장은 “자치단체는 주민을 위해 있는 기관인데 광주시는 시민 편의보다 예산만 아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소음도·대기질 측정 후 명확한 계획 등을 주민과 논의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지금까지 주민들과의 소통조차 하지 않다가 갑자기 ‘주민 탓’을 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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