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시아부터 도쿄까지 지방 도시가 외국 건축가를 부르는 이유....한국 만의 문제가 아니다!

옛 태국과 버마에서 왕은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흰 코끼리를 하사했다.
신성한 동물이라 팔 수도, 노동에 쓸 수도 없었다. 그러나 먹이값과 보살핌 비용은 평생 신하의 몫이었다.
처분도 못 하고 유지비만 나가는 권력의 선물.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화이트 엘리펀트'라 부른다. 유지비가 효용보다 높은, 사회적 순편익이 음수인 공공 투자를 뜻하는 말이다.
21세기의 흰 코끼리들은 티타늄과 스테인리스 스틸, 그리고 수만 장의 유리 패널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것들은 대부분 수도가 아닌 곳에 세워진다.
빌바오는 마드리드가 아니었다. 함부르크는 베를린이 아니었다. 던디는 런던이 아니었다. 갈리시아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도 마찬가지였다. 이 도시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수도의 그늘에서 쇠락하거나, 산업화 시대의 영광이 사라진 뒤 새로운 정체성을 갈망했다는 것. 그 갈망이 외국 건축가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그 대가는 시민들에게 돌아갔다.
갈리시아: 대성당을 짓겠다던 남자

마누엘 프라가 이리바르네는 프랑코 정권에서 정보관광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1990년부터 2005년까지 갈리시아 자치정부 수반을 역임했다.
그는 스페인 북서부 끝자락, 대서양을 마주한 이 지방을 유럽의 문화 수도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품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는 이미 중세의 대성당이 있었다.
프라가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중세에는 산티아고 대성당의 포르티코가 있었다. 근대에는 대성당 파사드가 있었다. 우리 시대에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
1999년, 갈리시아 자치정부는 '문화의 도시(Cidade da Cultura)' 프로젝트를 위한 국제 공모를 발표했다.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렘 콜하스, 장 누벨 등 세계적인 건축가 12명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미국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의 설계안을 선택했다. 심사위원 빌프리트 왕은 나중에 이렇게 회고했다.
"당선작은 공모 조건에서 정한 한계를 초과했다. 그것이 결국 예산을 폭발시킬 것이었다."
아이젠만은 해체주의 건축의 대가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의 설계는 갈리시아 지형을 모방한 물결치는 곡선이었다. 도서관, 아카이브, 신문사 본부, 오페라 극장, 국제 예술센터, 그리고 중앙 서비스 빌딩. 총 6개의 건물이 산 위에 흐르듯 배치될 예정이었다.
문제는 그 곡선에 있었다. 거의 모든 창문이 맞춤 제작을 요구했다. 지붕 경사가 60도에 달해 특수 공법이 필요했다. 유리 한 장의 가격이 1,000유로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젠만은 외벽 마감재로 갈리시아산 화강암 대신 브라질산 규암을 선택했다. 지역 정체성을 기념한다는 프로젝트에서 지역 석재가 배제된 것이다. 이유는 설명되지 않았다. 갈리시아 감사원은 나중에 석재 공급업체가 국민당 소속 시장의 가족 회사였으며, 해당 채석장이 무허가 상태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99년 최초 예산은 1억 800만 유로였다. 2013년 공사가 중단되었을 때, 총 투입 비용은 4억 7,590만 유로에 달했다. 4.4배의 초과. 그리고 6개 건물 중 4개만 완공되었다.
갈리시아 감사원은 프라가가 "공적 자금의 신중하고 계획적인 관리를 포기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형사 고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이젠만 역시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그의 사무소 웹사이트는 지금도 이렇게 적고 있다.
"나머지 건물들은 스페인 경제가 회복되면 지어질 것이다."
그 문장은 해가 갈수록 현실과 멀어지고 있다.
2012년 기준, 문화의 도시 단지는 연간 5,490만 유로의 운영비를 소비했다. 갈리시아 전체 자치정부 예산의 7퍼센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시 예산의 네 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빌바오 구겐하임이 연간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기록하는 동안, 문화의 도시의 실제 문화 프로그램 방문객은 연간 15만 명 수준에 머물렀다. 프라가가 꿈꾸던 '빌바오 효과'는 일어나지 않았다.
프라가는 2012년 사망했다. 그의 유산은 산 위에 남아 있다. 완공된 건물들은 대부분 정부 사무실과 공유 오피스로 사용되고 있다. 문화의 도시가 아니라 공무원의 도시가 된 셈이다.
함부르크: 7,700만 유로가 7억 8,900만 유로가 되기까지

함부르크는 독일 제2의 도시다. 그러나 수도 베를린의 그늘에서 늘 '제2'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아야 했다. 2001년, 부동산 개발업자 알렉산더 게라르트와 그의 아내가 엘베 강변의 버려진 창고 위에 콘서트홀을 짓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게라르트는 스위스 건축 사무소 헤르조그 & 드 뫼롱의 파트너와 대학 동창이었다. 그는 공식 절차 없이 그들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헤르조그 & 드 뫼롱은 3년 반 동안 설계안을 다듬고 홍보했다. 2003년에서 2004년 사이, 함부르크 시 정부가 이 프로젝트를 공공 사업으로 채택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공공 프로젝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헤르조그 & 드 뫼롱은 경쟁 입찰 없이 건축가로 유지되었다. 함부르크 건축가협회가 표준 절차인 경쟁 입찰 요건을 면제해준 것이다. 협회는 이렇게 설명했다.
"헤르조그 & 드 뫼롱의 콘셉트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개의치 않았다."
이 결정이 비용 통제 기능을 제거했다. 경쟁이 없으면 시장 가격에 대한 검증도 없다. 2005년, 함부르크 시는 시민들에게 이 프로젝트가 7,700만 유로의 공적 자금만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나머지는 민간 투자와 수익으로 충당될 것이라고 했다.
그 숫자는 거짓이었다. 아니, 거짓이 되어갔다. 설계는 공사 중에도 계속 변경되었다. 2006년 6월, 시 정부는 건물 내 호텔과 주차장, 레스토랑의 상업적 위험을 공공 부문이 떠안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시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이루어졌지만, 의회에 보고되지 않았다.
2011년 1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공사는 18개월간 완전히 중단되었다. 시공사 호흐티프와의 분쟁 때문이었다. 호흐티프는 "계약 의무를 이행할 수 없었다"고 인정했다. 음향 스프링 지지대가 잘못 설치되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800페이지 분량의 의회 조사 보고서는 7개의 개인과 기관을 "주요 책임자"로 지목했다. 올레 폰 보이스트 시장, 헤르조그 & 드 뫼롱, 호흐티프, 그리고 여러 시 공무원들이 물망에 올랐고 보고서는 시 산하 개발공사 ReGe가 "모든 단계에서 의회에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결론지었다.
의회 조사관들은 세부 내역에서 충격적인 사실들을 발견했다. 변기 청소용 솔 하나에 291.97유로. 종이 타월 디스펜서 하나에 957유로. 이런 식의 지출이 축적되어 갔다.
최종 공공 비용은 7억 8,900만 유로였다. 처음 약속한 7,700만 유로의 925퍼센트. 10배가 넘는 초과였다. 엘프필하모니는 2017년 1월에야 개관했다. 예정보다 7년 늦었다.
이 스캔들은 한 가지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 2011년, 함부르크는 독일 최초의 투명성법을 제정했다. 모든 정부 계약, 보고서, 고위 공무원 혜택을 온라인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법률이다. 이 법은 지금 모범 입법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것이 이미 지출된 7억 유로를 되돌려주지는 못한다.
헤르조그 & 드 뫼롱은 의회 보고서에서 "일정 준수 실패"의 책임자로 지목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프로젝트 전 기간 동안 건축가로 유지되었고,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았다. 콘서트홀은 개관 후 사랑받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개관 5년간 1,450만 명이 광장을 방문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열광이 약속된 금액의 10배를 지불했다는 사실을 지우지는 못한다.
던디: 관광객은 떠나고 빈곤만 남았다

던디는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 테이 강 하구에 위치한 도시다. 19세기에는 황마 산업으로 번영했지만, 20세기 후반에는 조선업과 제조업이 쇠퇴하며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에든버러도, 글래스고도, 런던도 아닌 곳. 던디 시의회는 빌바오의 기적을 꿈꿨다.
2010년,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V&A)의 스코틀랜드 분관 설립을 위한 국제 공모가 열렸다. 120개의 설계안이 접수되었고, 6개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 중 스코틀랜드 건축 사무소는 단 하나, 서덜랜드 허시 아키텍츠뿐이었다. 심사위원단은 만장일치로 일본 건축가 쿠마 켄고의 설계안을 선택했다. 쿠마는 스코틀랜드 해안 절벽을 모방한 디자인을 제안했다. 그는 "던디를 테이 강과 다시 연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공모전 요강은 예산을 2,700만 파운드로 명시했다. 이 금액은 제곱미터당 4,500파운드의 "중급 건물" 비용을 기준으로 산출되었다. 글래스고 리버사이드 박물관의 3분의 2 수준이었다. 독립 조사관 존 맥클렐랜드는 나중에 이렇게 결론지었다.
"이 예산은 처음부터 달성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쿠마 켄고는 비용 증가 소식에 "놀랐다"고 말했다. 《Deezen》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예산이 높아졌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예상 밖이었다. 나는 상황의 세부 사항을 모른다."
설계자가 자신이 설계한 건물의 비용 문제에 대해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다.
최종 비용은 8,011만 파운드였다. 최초 예산의 2.97배. 이 중 약 81퍼센트가 공적 자금이었다. 스코틀랜드 정부, 던디 시의회, 영국 복권기금, 유럽 지역개발기금 등이 참여했다.
2018년 9월 개관 후, V&A 던디는 방문객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연간 50만 명 목표에 첫 해 83만 3,015명이 방문했다. 목표의 167퍼센트. 영국 런던 외 지역 최다 방문 미술관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컨설팅 회사 에코스젠은 5년간 3억 400만 파운드의 경제적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던디 관광객은 2017년에서 2024년 사이 61퍼센트 증가했다.
그렇다면 던디는 성공 사례인가.
2020년 스코틀랜드 감사원은 이 화려한 변신이 "지역 사회의 만성적 빈곤, 불평등, 약물 관련 사망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던디의 빈곤 지표는 V&A 개관 전후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2024년 던디 빈곤 프로필에 따르면, 던디 인구의 37~38퍼센트가 스코틀랜드 최빈곤층 20퍼센트에 속하는 지역에 살고 있다. 아동 빈곤율 28.2퍼센트. 여전히 스코틀랜드 평균 24.5퍼센트보다 높고, 스코틀랜드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약물 사망률은 스코틀랜드 최고 수준이다.
V&A 던디는 현재 연간 380만 파운드의 스코틀랜드 정부 보조금과 100만 파운드의 추가 모금을 필요로 한다. 2024년, 박물관은 연간 대형 전시를 두 개에서 하나로 줄이고 직원 18명을 해고했다. 테이 강변의 건물은 여전히 아름답다.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고 떠난다. 그들이 떠난 뒤에도 빈곤율은 그대로다.
도쿄: 짓지 않은 경기장에 지불한 6억 5,000만 달러

2012년, 도쿄는 2020년 하계 올림픽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새 국립경기장 설계를 위한 국제 공모가 열렸고, 46개국에서 참가한 가운데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안이 당선되었다.
거대한 자전거 헬멧을 닮은, 유선형의 미래적 디자인이었다. 하디드는 "일본 전통 사찰의 곡선에서 영감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최초 비용 추정치는 1,300억 엔, 약 13억 달러였다. 이미 2012년 런던 올림픽 주 경기장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설계가 구체화되면서 비용은 계속 상승했다.
2015년 7월, 추정치는 2,520억 엔, 약 25억 달러에 달했다. 런던의 세 배, 과거 헤르초크 드 뫼롱이 설계했던 베이징 메인 스타디움의 다섯 배였다.
일본 건축계가 들고일어났다. 프리츠커상 수상자 이토 토요, 마키 후미히코, 그리고 훗날 V&A 던디를 설계하게 되는 쿠마 켄고가 공개 청원을 시작했다. 그들은 하디드의 설계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일본의 목조 건축 전통에서 벗어났으며", "지속 불가능한 비용을 요구한다"라고 비판했다.
2015년 7월 17일, 아베 신조 총리는 하디드의 설계를 전면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 이해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본스포츠진흥센터는 계약 해지 비용으로 686억 엔, 약 6억 5,0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한 푼의 건물도 짓지 않고 지불한 금액이었다.
하디드는 비판자들을 향해 민족주의라고 반박했다. "그들은 외국인이 국립경기장을 짓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진 것은 그들의 문제다." 그녀의 사무소는 비용 증가의 원인이 설계가 아니라 도쿄의 치솟는 건설비와 엔화 가치 하락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보도된 비용 증가가 설계 때문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새 공모전이 열렸고, 쿠마 켄고의 목조 디자인이 당선되었다. 최종 비용은 1,569억 엔으로, 하디드 설계의 절반 수준이었다. 쿠마는 청원에서 하디드를 비판했던 바로 그 건축가였다. 그는 지금 던디의 V&A를 통해 "빌바오 효과"의 복제를 시도하고 있다.
하디드는 2016년 3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65세였다. 도쿄 논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의 죽음이었다. 그녀의 사무소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도쿄에서 지불한 6억 5,000만 달러는 일본 납세자들의 몫으로 남았다.
지방 도시가 외국 건축가를 부르는 이유
도쿄를 제외한 3개의 도시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함부르크, 던디. 산업 구조 변화나 인구 감소, 또는 수도와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 "빌바오 효과"라는 이름의 기적을 믿었다.
지방 정치인에게 외국의 유명 건축가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자국 건축가를 고용하면 "왜 그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러나 프리츠커상 수상자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름을 내세우면, 선택의 정당성은 자동으로 확보된다. "세계 최고를 불렀다"는 것 자체가 답이 된다.
지역 건축가들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정치적 방어가 더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덜 유명하지만 설계 작업이 좋아서 당선되었던 건축가의 작업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 성과 감사 단계에서 ‘애초에 그 유명한 사람을 선택했으면, 이와 같은 일이 생길일이 없지 않았겠는가?’ 혹은 유명한 건축가를 선택하게 되면 ‘이 사람도 이 정도밖에 못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겠는가?’와 같은 행정 논리를 펼칠 수 있는 안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공공기관입장에서는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를 두고 경제학자 제임스 로빈슨과 라그나르 토르비크는 화이트 엘리펀트 프로젝트를 "정치적으로 매력적이지만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인 재분배 장치"라고 정의했다.
예를 들어, 효율적인 공공 프로젝트는 어떤 정치인도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 특정 정치인이 자신만의 업적으로 내세우기 어렵다. 그러나 비효율적인 대형 프로젝트는 다르다. "내가 아니면 이것을 할 수 없다"는 정치적 대중적 신호를 보낼 수 있다. 결정적으로 후임자가 중단하면 "지역 발전을 포기했다"는 공격이 가능해진다.
외국 건축가는 이 구조에서 완벽한 파트너가 된다. 그들은 현지 상황을 모른다. 기후, 노동 환경, 자재 수급, 지역 사회의 실제 필요. 그러나 그 무지함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이 제공하는 것은 실용적 해결책이 아니라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미디어에 잘 잡히는 곡선, 국제 건축상을 받을 만한 형태, "세계적 수준"이라는 수식어. 그것이 그들의 상품이다.
건축가는 어떻게 책임을 피하는가
이 사례들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단 한 명의 건축가도 의미 있는 법적 또는 재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약 구조가 건축가를 보호한다. 헤르조그 & 드 뫼롱은 함부르크 의회 보고서에서 "주요 책임자"로 지목되었지만, 프로젝트 전 기간 동안 건축가로 유지되었다. 법적 책임은 없었다. 하디드는 도쿄에서 6억 5,000만 달러의 계약 해지 비용을 발생시켰지만, 비용 증가의 원인이 자신의 설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패턴은 일관적이다. 건축가들은 미적 성공에 대한 공로는 주장하면서, 실용적 실패에 대한 책임은 부인한다. 하디드는 "외국인 차별"을, 아이젠만은 침묵을, 쿠마 켄고는 "놀라움"을 택했다. 설계비는 결과와 무관하게 지불되었다. 위험은 공공 부문이 지고, 보상은 건축가가 가져갔다.
헤라르도 델 세로 산타마리아는 2020년 논문 "아이코닉 건축과 빌바오 효과의 종언"에서 이렇게 썼다.
"박물관은 빌바오 경제의 단 2.2퍼센트를 차지한다. 도시는 복잡하게 결정된 형성이며, 스펙터클한 건물 하나만으로는 근본적인 운명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빌바오에는 구겐하임이 들어서기 전 10년간의 인프라 투자가 있었다. 10억 유로의 지하철, 8억 유로의 강 정화 사업, 바스크 자치정부의 독립적 세금 징수권. 구겐하임은 이미 굴러가던 눈덩이 위에 뿌린 반짝이 가루였다. 그러나 다른 도시들은 반짝이 가루만 복제하려 했다.
형식과 이미지는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산업의 언어를 따른다. 건축 스타 시스템, 미술관 프랜차이즈, 컨설팅 회사, 관광 마케팅. 그러나 실패의 비용은 언제나 로컬이 짊어진다. 갈리시아 주민, 함부르크 시민, 던디의 빈곤 지역 거주자들, 일본 납세자들.
갈리시아의 문화의 도시는 매년 수천만 유로의 운영비를 소비한다. 함부르크 시민들은 약속된 금액의 10배를 지불했다. 던디의 V&A는 정부 보조금 없이는 운영될 수 없다. 일본은 짓지도 않은 경기장에 6억 5,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지방 도시가 쇠락할 때, 정치인들은 해법을 찾는다. 복잡한 사회 문제에 대한 단순하고 화려한 해답. 외국의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랜드마크는 그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시적이고, 측정 가능하고, 사진이 잘 나오고, 무엇보다 정치인의 임기 내에 착공이 가능하다.
그러나 건물은 정책이 아니다. 스펙터클은 전략이 아니다. 꽃은 나무 없이 피지 않는다.
갈리시아 주민들은 아이젠만의 곡선을 위해 4억 7,590만 유로를 냈다. 함부르크 시민들은 처음 약속보다 10배 많은 돈을 냈다. 일본 납세자들은 짓지도 않은 경기장에 6억 5,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던디의 테이 강변에서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빈곤율은 그대로다.
다음 청구서는 어느 도시로 배달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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