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오너 Bom Kim의 과거

최근 터졌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많은 왱구님들이 유출 안내 문자 받았을 텐데, 왱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이렇게 난리가 났는데 정작 쿠팡 오너인 김범석 쿠팡Inc.(아이엔씨) 의장은 외국에 있다고 하고, 국내로 들어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 상황.

쿠팡 측은 김 의장이 국내에 없다는 얘기만 반복중인데, 마침 ‘쿠팡 오너는 왜 한국에서 볼 수 없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 의장은 처음부터 이럴 계획이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애초에 쿠팡은 김 의장이 미국에 세운 미국 기업일 뿐. 그에게 한국은 사업하기 좋은 시장 이상의 의미가 딱히 없어 보인다는 게 업계 평가다.

애초에 김범석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

그는 서울 반포 태생이지만 7세 때 주재원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가 시민권을 얻었다. 서류상 이름도 김범석이 아닌 Bom Kim이다.

그는 13살 때 메사추세츠 기숙학교 Deerfield Academy에 입학해 1996년 졸업한다. 이곳은 영화 ‘디파티드’에서 디카프리오가 퇴학당한 곳으로 나올 정도로 유명한 아이비리그 준비 학교다.

이후 하버드대 정치학과에 입학한 그는 재학 중 ‘Harvard Current’라는 잡지를 창간한다. 당시 요 잡지를 같이 만든 동기는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SEC) 고위 간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도 이 잡지 에디터 출신이다.

그는 하버드 졸업 이후 하버드 동문 잡지 ‘02138’을 창간하는데, 당시 열린 창간 파티 라인업을 보면 ‘어?’ 싶다. 돈줄을 댄 애슬랜틱 미디어그룹 오너 부부는 물론, 요르단 대사, 뉴욕타임즈 CEO, CNN CEO, 벤츠 미국 지사장 등 ‘실화냐’ 싶은 인물들이 총 출동한 것.

여기까지만 봐도 김 의장이 학벌을 통해 쌓은 인맥이 엄청 화려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최근 미국 정계가 한국 의원들에게 ‘쿠팡을 차별하지 말라’고 압박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김 의장의 화려한 인맥이 배경이 된 게 아닐까 짐작 가는 대목.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며 잡지 사업을 정리한 김 의장은 이후 하버드 MBA 과정에 들어갔다가 중퇴하고 2010년 쿠팡을 창립한다.

앞서 말했듯 쿠팡은 처음부터 미국 기업이었다. 창업 한 달 전 미국 델라웨어주에 만든 ‘Forward Ventures LLC’가 본진인데, 2017년 사명을 쿠팡 LLC로, 2021년에 다시 쿠팡 Inc.로 바꾼다.

델라웨어주에는 기업친화적인 법과 투자 유치 등 이점 때문에 네이버웹툰, 당근마켓, 야놀자, 블라인드 등 다른 한국 기업도 둥지를 두고 있다. 차이라면 쿠팡은 처음부터 여기가 본진이라는 것.

아무튼 그가 미국인의 정체성을 지녔고 창업도 미국에서 했다는 건 알겠다. 그래도 어쨌든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건 사실인데 왜 한국에 없을까.

김 의장이 가장 최근 국내 공식석상에 나온 건 2015년 기자간담회, 그리고 해외에선 올해 1월 트럼프의 취임식 때인데, 사실 현재 정확히 그가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일단 한국에 거처는 있다. 2015년 반포자이 매입 보도가 있었고, 2020년엔 잠실 아파트에 전입신고 한 일도 있다. 그러니 최소한 최근까지 한국에 주소지가 있던 건 맞다.

그가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건 본격적으로 은둔경영 기조에 들어간 2021년 쯤으로 추정된다. 이 때를 전후로 김 의장은 한국 쿠팡 대표에서 물러나고(2020년 12월) 또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직에서도 사임(2021년 5월)한다. 왜 그렇게 했느냐. 짐작해볼 이유는 많다.

이 해부터 쿠팡은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 정부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 기준을 충족한다. 그때부터 회사 대표는 ‘총수(동일인)’으로 지정돼 그에 걸맞는 막중한 법적 책임을 진다. 김 의장은 딱 이 해부터 한국 쿠팡의 직책에서 다 물러났으니 일단 이걸 피한 거다.

그리고 같은 해 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쿠팡은 창업 초기부터도 직원이 과로사로 사망하는 등 관련 문제로 시끌벅적 했던 이력이 있었다. 사고가 나면 업체 대표가 책임지는 게 중대재해법인데, 하필 이 시점에 빠져나간 것.

그리고 같은 해 쿠팡 본진 쿠팡 Inc.는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데, 타이밍이 기가 막힌다. 쿠팡 Inc.의 당시 증권신고서를 보면 김 의장이 가진 주식 1주 의결권은 일반 주식 29주와 맞먹는다.

쿠팡 Inc.가 한국 쿠팡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김 의장이 쿠팡Inc. 지분 약간만 가지고 있어도 한국 쿠팡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

정리하면 김 의장이 한국 직책을 내려놓은 시점에, 본인 경영권은 완벽히 보장받는 방식으로 상장을 한 셈. 향후 발생 가능한 법적 책임을 언제든 회피할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다고 봐야겠다.

결국 미국 시민인 김 의장은 미국 인맥을 기반으로 쿠팡을 세웠고, 한국 오너로서의 법적 책임은 피하면서 경영권은 행사하며 크고 작은 사고와 논란에도 잘 버텨왔다. 근데 수천만명의 국민이 정보유출 피해를 본 이번 사태는 가볍게 넘어갈 일이 절대 아니다.

최근에도 국회 출석 요구에 ‘글로벌 CEO라 바빠서 못 간다’는 핑계를 댔다는데, 피하지만 말고 도의적으로 떳떳하게 책임도 지고 사과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