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이나 명절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이 놀러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지만 정작 자식 부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방문을 미뤄 섭섭해하는 시니어들이 많다.
부모 입장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온 정성을 다해 환대하는데도 자식들이 은근히 발길을 꺼리는 데는 부모가 미처 생각지 못한 현실적인 원인이 존재한다.
자식들은 차마 대놓고 말하지 못하지만 속으로는 격하게 공감한다는, 부모님 집에 선뜻 가고 싶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들을 알아본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맞벌이와 육아로 찌든 평일에 이어 주말만큼은 아무 방해 없이 집에서 온전히 쉬고 싶은 바쁜 현생 때문이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주말에 밀린 살림을 하거나 아이들과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부모님 집을 오가는 이동 시간과 일정 자체가 큰 체력적 부담이다.
부모님을 만나면 대접을 받더라도 신경을 써야 하기에 유일하게 숨 돌릴 수 있는 휴식 시간을 온전히 보장받고 싶어 방문을 미루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손주들에게 칭찬과 격려 대신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거나 자식 부부의 양육 방식을 비난하며 간섭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밥을 조금만 덜 먹어도 억지로 입에 밀어 넣으려 하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모습을 두고 부모 앞에서 대놓고 혀를 차며 타박하면 자식들은 반발심이 생긴다.
내 아이의 교육은 자신들이 알아서 하고 싶은데 부모님 집에만 가면 구시대적 잣대로 훈계를 들으니 즐거워야 할 만남이 숨 막히는 시간으로 변질되고 만다.

식사 메뉴를 정할 때 아이들의 입맛이나 취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부모님이 좋아하는 토속적인 음식만 고집하기 때문이다.
자식 부부는 평소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나 파스타를 대접하고 싶어도 부모님이 무조건 정성이 가득한 집밥이나 한식만 고집하면 조율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맛있는 것을 사드리고 싶어 나갔다가도 결국 부모님의 단골 식당으로 끌려가 아이들이 깨작거리는 모습을 보면 자식들은 다음부터 방문하기가 꺼려진다.

집안 환경이 지나치게 덥거나 추운 데다 침구류가 눅눅하고 불편해 하룻밤 편하게 묵고 갈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시니어들이 보일러나 에어컨 값을 아끼려고 자식들이 와도 냉난방을 아끼는 바람에 고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솜이 죽어 딱딱하고 무거운 옛날 이불을 깔아주면 잠자리가 예민한 젊은 부부와 아이들은 밤새 앓다가 피로만 잔뜩 쌓인 채 집에 돌아가게 된다.

아이가 심심해할 때 같이 놀아줄 만한 장난감이나 오락거리가 전혀 없고 TV만 틀어놓는 정적인 환경에 아이들이 먼저 집에 가자고 떼를 쓰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역동적인 놀이에 익숙한데 할머니 집에 가면 온종일 뉴스나 바둑 방송만 틀어놓으니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다.
아이가 지루해서 징징대기 시작하면 자식 부부가 중간에서 달래느라 진땀을 빼야 하기에 차라리 편한 키즈카페나 교외로 나가는 편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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