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4.9일제 늘리는데…운영시간 변동 없는 '투트랙' 전략은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제공=각 사

은행권의 '주 4.9일제'가 확산하고 있다. 개별 은행을 넘어 산업 전반의 근무 체계를 재편할지 주목된다. 시중은행들은 영업점 운영시간은 그대로 두되 내부 마감업무를 압축하고 야간·특화점포는 별도로 확대하는 '투트랙’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흐름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27일부터 매주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제를 시행한다. 이미 1월부터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행과 이달 초 정식 시행에 나선 국민은행에 이어 농협은행까지 합류하면서 주 4.9일제는 업계의 현실적인 단축근무 모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신한·하나·우리은행 역시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도입 시기를 조율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주 4.9일제 확산은 단순한 근로시간 단축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회가 지난해 10월 산별교섭에서 합의한 이 제도는 '현행 영업시간 유지를 전제로 한 자율 시행'이 핵심이다. 즉 고령층이나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해 근로 시간을 줄이는 '은행식 근무·점포 운영 재설계'의 출발점인 셈이다.

은행권이 '영업시간 사수'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급격한 점포 감소에 따른 비판 여론이 자리 잡고 있다. 오프라인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가 영업점까지 확대되는 국면에서, 은행들은 단순한 워라밸 추구보다는 접근성 논란을 피하면서 내부 운영 시간을 다시 짜는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은 내부 업무 시간은 줄이되 고객 접점은 오히려 늘리는데 집중한다. 금요일 1시간을 줄이면서도 고객 불편이 없다고 강조하는 까닭이다. 핵심은 영업시간 단축이 아니라 오후 4시 이후 업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재편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9To6 Bank'를 전국 72개 지점에서 운영 중이며, 하나은행은 '하나 9시 라운지'를 통해 오후 9시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약관을 정비했다. 내부적으로는 금요일 1시간을 줄여 효율을 높이고, 외부적으로는 야간·특화 점포를 통해 고객 편의를 보완하는 식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밑바탕에는 디지털 전환이 깔려 있다. 반복 업무를 줄여주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상담과 문서 업무를 보조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확산하면서 영업점 직원들이 기존보다 짧은 시간 안에 마감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과도 흐름을 같이한다. 고용노동부는 2030년까지 연간 실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700시간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이 1846시간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후 4시 창구 마감 이후 정산과 문서 처리, 대출 사후관리 등으로 업무가 집중되는 구조여서 실제 조기 퇴근을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금요일의 업무 부하가 월~목요일로 전이되거나 후선 업무가 지나치게 압축될 경우 실질적인 노동 강도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