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 막히던 80년대생 '구축 아파트', 이렇게까지 '대변신'할 수 있어?

안녕하세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서른한 살 직장인입니다. 현재 80년대에 준공된 오래된 아파트를 사서 살고 있는데,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참 어려웠어요. 예상치 못한 장애물 때문에 많은 계획을 수정하거나 포기해야 했거든요. 그래도 생각보다 더 예쁘게 완성된 공간도 있어서 만족하며 지내고 있어요. 제가 오늘의집에서 영감을 받은 것처럼 이 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자취를 시작한 계기

저는 예쁜 방에 대한 로망이 유난히 커서, 십대 때 어느 정도 근력이 생긴 후로는 잠이 오지 않는 새벽마다 무거운 책상이나 침대를 이리저리 옮겨두어 부모님을 놀래키곤 했어요. 20대 후반이 되자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동경이 슬금슬금 커지고 이제는 청소나 세탁을 미루지 않고 집을 잘 관리하며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착각이었습니다. 🤗) 스물아홉의 여름날 아주 갑자기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집을 산 이유

처음 시작한 집은 방 2, 거실 1의 경치가 좋은 전셋집이었는데, 계약을 연장해서 오래 살고 싶었지만, 해결이 안 되는 하수구 악취 때문에 옮겨야 했어요. 역시 전세로 갈 생각이었는데, 예산 내에서 이전만큼 넓은 집을 구하기 쉽지 않았고, 금액을 올리자니 차라리 집을 사는 것이 나아서 구축아파트 매매로 눈을 돌리게 되었어요.

오래된 집을 사는 것, 결혼도 전에 집을 사는 것... 여러 고민 끝에 마음을 먹고 매물을 보기 시작했으나 한정된 금액 안에서 본 집들은 대부분 작고 답답한 구조였어요. 그러다 이 집을 봤어요.

철거 때문이 아니라 원래 이 모습! 사진이 그나마 낫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실제는 더 충격이었어요. 찢어진 벽지, 낡은 장판, 깨진 변기엔 물이 내려가지 않았고 사람이 살고 있었지만 정말 문고리 하나 건질 게 없는 상태였어요. 그러나 당시 제 눈엔 이런 것들은 모두 자체 모자이크 되고 시원한 구조 하나만 보였어요. 그리고 채광! 정남향인 데다가 남, 북 양쪽으로 모두 창이 나 있어 낮 동안 계속 밝을 것 같았고요.

집 잔금을 치른 후 바로 인테리어를 시작했는데, 기능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비용이 꽤 들 것 같아 미적인 부분에 대한 욕심은 많이 버리고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입주 후 가구와 소품들로 채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도면

침실

Before
After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 침실입니다. 살림하는 집이 아닌 여행지의 숙소 같은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꼭 필요한 가구만 놓고 지내고 있어요. 침대는 로봇청소기가 드나들 수 있도록 다리가 있는 평상형의 디자인을 골랐는데, 두꺼운 매트리스를 얹었더니 붕 떠 있는 기분이라 다리를 떼어냈어요. 협탁에는 조명, 무선충전기를 두어 사용하고 있어요.

서랍장은 옷 수납용으로 구매했다가 옷방이 따로 생기면서 화장품, 전자제품, 취미 용품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고 있어요.

상단에는 향수같이 자주 쓰는 물건들만 두고 최대한 미니멀하게 지내려고 하는데, 생활하다 보니 자꾸만 물건들이 쌓이네요 ☺

침실

거실에서 보는 침실 뷰인데요, 여행 온 느낌을 더 살리려고 천장에 전등갓을 달았더니 이국적이고 아늑한 느낌이 배가 되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전기공사할 때 저 위치에 전기선을 낼지 고민하다가 결국 하지 않아서 전구를 달 수 없는 상태라, 액자걸이용 줄을 이용해서 전등갓만 달았어요.

소품과 침구를 이용해 종종 분위기를 바꿔요. 특히 액자에는 저만의 의미를 담고 싶어서 모두 직접 찍은 사진이나 그린 것들을 넣습니다. 판매하는 작품보다 퀄리티가 어설플지라도 사진을 찍을 당시나 그림을 그릴 때의 기분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아요.

요즘은 화이트 이불에 꽂혔어요. 관리하기 까다로울 줄 알았는데 방을 오직 자는 용도로만 사용하니까 오염될 일이 없어서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어요.

TV는 거실에 두고 싶었는데 보다가 졸리면 침대까지 오기 귀찮아서 침실로 옮겼더니 편하네요.

거실

Before
After

이 집을 선택한 이유였던 시원-한 거실, 샷시까지 바꿨더니 더 밝아졌어요.

거실을 포함한 모든 공간을 화이트 벽지와 나무색 장판으로 시공했어요.

회색 타일 바닥이 로망이었지만 가성비를 위해서 다음으로 기약하고, 대신 사이잘룩 러그를 깔았어요. 이전 집에서도 사용하던 건데, 바닥에 러그가 있으면 휑한 느낌을 없애주고 시선이 바닥으로 분산되어 낮은 천장을 커버하는데 좋아요.

에어컨은 나중에 신축 집으로 가게 되면 시스템 에어컨이 있을 것 같아서 구매를 망설였지만, 여름에 힘들 것 같아서 거실에 스탠드형, 침실에 벽걸이형으로 하나씩 설치했어요.

처음에는 소파 맞은편의 좁은 벽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원형 탁자를 놓으니 식사나 노트북 하기는 편했지만 베란다 문을 가려 드나들기 불편했고 위치가 좀 어색해 보였거든요.

지금은 벽걸이 거울과 서랍장을 두니 딱이에요.

거울 앞은 제 셀카존이 되기도 하고요.

집안의 큰 가구는 거의 기존의 것을 쓰고 있는데, 소파만은 새로 구매했어요. 이전에 사용했던 2인용 소파는 편하게 누워있을 수가 없어서요. 4인용 소파로 바꿨더니 일렬로 배치하면 두 사람이 양쪽으로 눕기에 충분하고, 기역자로 배치하면 마주 보고 이야기하기도 좋아요. 커버가 2개라 기분에 따라 색상을 바꿀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신발장 겸 가벽은 절반을 유리로 만들었어요. 수납공간이 그만큼 줄어들까 봐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아래층 이웃집에 다녀왔는데 천장까지 이어진 신발장이 답답해 보여서 확신이 들었어요.

어머니가 백악관이라고 부르는 화이트톤의 집이지만 현관 타일은 아기자기한 거로 골랐어요.

화장실

Before

전주인은 뒤 베란다에 배수구가 없어서 세탁기를 화장실에 두고 사용했었더라고요. 이미 여러 가지 계획을 포기했던 터라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정말 슬펐어요. 온전한 샤워 공간을 꼭 갖고 싶었거든요.

After

그러다가 다행히 뒤 베란다 바닥에 숨겨진 배수구를 찾아서 세탁기 자리를 빼고 구상할 수 있게 되었어요. 오래된 집을 수리하는 건 매일 좌절과 기쁨의 반복이에요. 바닥의 단차는 크게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샤워실이 분리되는 것처럼 보여서 살려뒀어요.

타일은 질감이 있는 테라조인데, 미끄럽지도 않고 맨발로 샤워할 때 부드러운 돌 같은 표면이 느껴져서 좋아요.

거울은 크게 보고 싶어서 수납겸용으로 된 대형 거울을 설치했어요. 세면대 뒤 젠다이는 비용을 추가해서 설치했습니다. 가성비 리모델링 과정 중에서 유일하게 욕심낸 부분이에요.

주방

Before

주방과 거실 사이 벽이 있는데, 공간을 분리해주고 집에 들어섰을 때 주방이 바로 노출되는 걸 막아줘서 좋았어요.

After

그래도 너무 투박해 보이니까 요즘 유행하는 아치형으로 목작업 했습니다. 인테리어 사장님께서 완전히 둥글게 만드려면 윗부분을 많이 막아야 해 답답할 거라 하셔서 반 아치로 했어요.

싱크대 맞은편에는 아일랜드 식탁을 배치해서 조리 공간을 더 확보하고, 오븐, 전자레인지 등 취사 기구를 모두 손에 닿는 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어요.

깔끔한 정사각 타일이 보기 좋아요. 신기했던 건 공사 전 주방 타일에 붙은 시트지를 떼어냈더니 지금과 똑같은 모양의 타일이 붙어있더라고요. 유행은 돌아온다고 80년대에도 사랑받았던 디자인인가 봐요.

깔끔한 주방이 생기니 못하는 요리도 자주 하게 되었어요.

마치며

집을 구매한 후 한층 안정된 기분이에요. 이 큰 지구에서 내 한 몸 편하게 누울 공간이 있구나! 이런 생각도 종종 해요. 못질해도 뭐라 할 사람 없고요. 😉 아직 셀프인테리어 중이라 소개하지 못한 공간은 나중에 또 구경 와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구축 집을 구매할 분이라면 아래 내용  추가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리모델링시 유의사항

① 바닥 습기

장판을 걷어보니 바닥 여기저기에 물기가 있었고, 물이 아주 흥건한 곳은 장판을 잘라내 휴지나 수건을 가득 넣어둔 흔적이 있었어요. 전주인분이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황당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보일러 배관 자체의 누수는 아닌 듯했고, 배관 위 시멘트가 워낙 얇게 덮여 있어서 추운 날씨에 보일러를 틀 경우 찬 바닥과 따뜻한 관의 온도 차 때문에 습기가 발생하고, 일부 깨진 시멘트 틈새로 물이 타고 나오는 것 같았어요. 해결하고자 바닥 전체 공사도 고민했지만 아래층 거주자분들께서 이 문제로 인한 누수 피해는 없다고 하여 배관을 따라 시멘트를 도톰하게 바르거나 깨진 부분을 메우는 것으로 결정했어요.

② 단열

앞 베란다를 이중 샷시 시공하고, 뒤 베란다와 맞닿은 주방 창문도 이중으로 설치했어요. 외벽인 공간들은 벽에 스티로폼 같은 도톰한 자재를 한 겹씩 둘렀어요. 이렇게 하니 방 공간이 손가락 한 두 마디 정도 좁아졌지만 든든하네요. 창문 샷시 시공시에도 바람이 들어올 틈새가 최대한 없도록 인테리어 사장님께 부탁드렸습니다.

③ 후드

주방에 후드가 설치된 적이 없는 집이었기에 환기 구멍을 아예 새로 뚫어야 했는데 가장 가까운 벽은 작업하기 어려운 상태라 배관을 요리조리 돌려 다른 곳에 구멍을 냈어요. 배관이 많이 꺾이거나 일정 길이 이상이 되면 빨아들이는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해서 아쉽네요.

④ 하수구 막힘

화장실은 괜찮았는데 싱크대 배수구에 뭔가 막힌 것처럼 물이 잘 내려가지 않았어요. 뜨거운 물, 락스를 며칠 동안 부어봐도 그대로여서 고민 끝에 뻥뚫어 업체를 불렀습니다. 청소기 같은 기계를 배수구에 꽂아 빨아당기니 굳은 기름과 음식물이 뒤엉킨 시꺼먼 오물이 가득 나왔어요. 걱정이 아주 많았는데 10만 원에 시원하게 해결되었습니다. (최대한 조심하더라도 기계를 사용할 때 오물이 튀기 때문에 꼭 벽지 작업 전에 해야 할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