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이 다가오면 자식이 오는 날짜와 머무는 시간부터 신경 쓰게 되는 부모들이 많다. 장을 보고 반찬을 준비하고 이불을 꺼내는 일이 며칠 전부터 시작되고, 자식이 도착하는 순간부터 다시 부모 역할로 돌아간다.

그런데 자식이 못 온다는 전화를 받으면 서운함보다 먼저 안도감이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식이 미워서도, 며느리나 사위가 싫어서도 아닌데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특히 세 가지가 반복되고 있다.

1. 자식이 오는 순간 다시 '해주는' 사람으로 돌아가기 때문
평소 부부 둘이 지낼 때는 김치에 국 하나면 충분하다. 하지만 자식이 온다고 하면 반찬 하나, 과일 하나까지 신경 쓰게 되고, 그 순간부터 부모는 다시 엄마와 아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로 돌아간다.
며느리나 사위가 오면 그 부담은 더 커진다. 밥을 적게 먹으면 입맛에 안 맞나 걱정하고, 설거지를 하겠다고 하면 말려야 할지 시켜야 할지부터 고민하게 된다.

2. 부모가 겪었던 며느리 시절이 떠오르기 때문
젊은 시절 명절이면 새벽부터 전을 부치고, 차례가 끝나야 겨우 친정에 갈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시어머니도 그렇게 살았으니 며느리도 어느 정도는 견뎌야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며느리를 보면서 그 아이도 자기 집에 가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내가 견뎠다고 다음 세대까지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명절을 대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진다.

3. 오래 머물수록 서로의 생활이 부딪히기 때문
첫날은 반갑지만 둘째 날이 되면 서로의 생활 방식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손주가 스마트폰을 오래 보면 한마디 하고 싶고, 아들이 돈 쓰는 모습을 보면 잔소리가 목까지 올라온다.
부모에게는 걱정이지만 자식에게는 간섭으로 들린다. 아들 표정이 굳고 며느리 말수가 줄어드는 걸 보고 나서야 괜히 말했다는 후회가 남는다.

명절에 오래 머무는 것이 꼭 효도는 아니다. 서로 가장 좋을 때 헤어지는 게 오히려 다음 만남을 더 반갑게 만든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이제는 자식을 붙잡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