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웃룩] ESS로 시간 버는 K배터리…실적반전은 '하세월'

SK온의 컨테이너형 ESS 제품 /사진 제공=SK온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내년 배터리 업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을 넘어 정책환경 급변과 제품 포트폴리오의 구조적 불일치 등으로 실적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배터리 업계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생존의 돌파구로 삼고 있지만 구조적인 수익성 반등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30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발표한 '2026년 산업전망'에서 이차전지 업황을 일제히 비우호적으로 평가했다. 한신평은 산업 전망을 '비우호적'으로, 신용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하며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커졌음을 시사했다.

배터리 업계가 고전하는 주된 원인은 가동률 저하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다. SK온의 공장 가동률은 2023년 87.7%에서 2024년 43.6%로 급락했고 2025년 3분기에는 누적 기준 52.3%에 머물렀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같은 기간 가동률이 69.3%에서 50.7%까지 하락했다. 대규모 설비투자를 선제적으로 집행한 가운데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실적을 구조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전기자동차(EV)와 배터리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며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한 것이 한때 한국 배터리 기업에 유리한 환경변화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신평사들은 이러한 반사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한국 기업들이 하이니켈 등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저가형 전기차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시장의 성장축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면서 경쟁 강도는 오히려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료=한신평

이 같은 환경에서 배터리3사(LG엔솔·SK온·삼성SDI)는 EV 수요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유휴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북미를 중심으로 중국산 배터리 대체 수요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ESS 출하량 확대가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한신평 역시 ESS를 '새로운 기회'로 분류하며 전력수요 증가와 정책지원을 배경으로 한 시장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ESS가 곧바로 실적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ESS는 프로젝트 성격이 강하고 가격경쟁이 치열해 EV 대비 마진구조가 낮다. 이에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단기 이익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기존 삼원계(NCM) 라인의 개조나 LFP라인 신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전환비용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신평사들은 ESS의 이익기여가 2027년 전후에야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그전까지 ESS는 실적반등보다 비용 압박을 일부 완화하는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한신평은 "약화한 이익창출력과 LFP·ESS 전환비용이 맞물리며 재무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며 "투자 성과가 부진한 업체를 중심으로 신용도 하향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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