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위해” 협상 거부한 尹정부…파국열차 탄 노·정
화물연대 요구와 배치되는 안전운임제 전면 재검토 착수할 듯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전국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친 30일 평행선을 달리던 노·정 관계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정부는 '불법과 타협은 없다'는 기조 속 사실상 대화를 거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강공 대응을 천명하면서 '대화의 문'이 쉽사리 열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파업 대응에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이 녹아있다는 점에서 향후 노동계와의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험악했던 만남…2차 교섭도 40분 만에 결렬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7일째로 접어든 30일 오후 정부와 화물연대 측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결과는 또 '빈손'이었다. 양측은 두 번째 만남에서도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40분 만에 협상은 결렬됐다.
정부 측에서는 구헌상 국토부 물류정책관, 화물연대에서는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 등이 면담에 나섰다.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이었고,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 및 품목 확대를 요구했다.
양측은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상대방 요구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회의장 안에서는 면담 시작 후 10분이 지나서부터 고성이 터져 나왔다. 험악했던 협상은 그로부터 30분 후 참석자들이 퇴장하며 끝났다.
화물연대 측은 정부에 추가 면담을 제안했지만, 국토부는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화물연대는 투쟁 수위를 더 높이고 파업 대오를 확장하겠다고 경고했다.
협상 결렬 직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사실상 화물연대와의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원 장관은 화물연대가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를 거부할 경우 유가보조금 지급 제외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원 장관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총파업 관련 브리핑에서 "화물연대가 조합원들에게 명령서 송달 거부 등 온갖 법 집행을 방해하면서 협상이니 대화니 이런 것을 이용만하고 있다"며 "이런식의 대화는 안하는게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전운임제 전면 재검토?…대통령실도 '초강수'
대화의 문이 끝내 열리지 않으면서 노·정 관계 해결의 실마리도 잡히지 않고 있다. 특히 노동분야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 중인 정부의 기조가 이번 대응으로 윤곽을 드러내면서 대충돌 가능성마저 감지된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파업을 주도하는 민주노총 등을 사실상 '극소수 귀족노조 집단'으로 규정한 상태다. 하청업체 근로자 등 조직화되지 않은 상대적 약자들과 국민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 '강성 집단'의 '기획성 파업'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기조다.
윤 대통령이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심의한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한 점도 앞으로의 노동 정책 방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부처와 경찰, 여당도 일제히 한 방향으로 '불법 파업 엄단'에 힘을 실으며 모든 책임을 노동자 단체로 돌린 상태다.
대통령실도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를 강조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안전운임제 전면 재검토'라는 초강수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이는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 사항과 배치되는 것으로, 불법 파업 가담자들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안전운임제가 화물운송 사업자의 과로 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정말 안전을 보장해주고 있는지 전면 실태조사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전면 실태조사를 언급한 것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도입한 안전운임제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고, 정책 효과를 검증해 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업무개시명령을 현재의 시멘트 운송 종사자에서 정유 부문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지만, 불법은 안 된다"며 "국민 안전을 볼모로 하거나 조직화하지 않은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파업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을 지키는 일을 중단없이 제공해야 하는 사명이 있고, 그게 정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화물연대 파업 대응과 별개로 윤석열 정부에서 노사 법치주의를 세우기 위한 지속 대응을 할 것이라며 "정부가 노사문제를 법과 원칙에 따라 풀어나가지 않고 그때그때 타협하면 또 다른 파업과 불법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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