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국회는] ‘유명무실 의원징계’ 22대 국회 반환점도 안 돌고 벌써 50건…통과는 ‘0’
22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징계안 발의가 임기 절반도 채 되기 전에 이미 50건을 달성했다. 다만 실제 징계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어, 국회의원을 징계하기 위한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국회를 살펴보면 의원 징계안 발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9대 국회에서는 39건, 20대 국회 47건, 21대 국회 51건이 각각 제출됐다. 22대 국회 역시 임기 반환점에 이르기도 전에 이미 50건(3월 13일 기준)의 징계안이 접수됐다. 여야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상대 당 의원을 겨냥한 징계안 발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국회의원 징계는 국회의원이 ▲헌법상 의원 의무 위반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 위반 ▲이해충돌 신고 의무 위반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타인을 모욕하거나 사생활을 언급하는 발언 등을 했을 때 징계할 수 있도록 국회법에 규정하고 있다. 징계 수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30일 이내 출석정지’, ‘제명’까지 다양하며, 의장석이나 위원장석 점거 등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 의결을 통해 결정된다.
문제는 발의 건수와 달리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19대 국회에서는 발의된 징계안이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20대 국회 역시 같은 결과가 반복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 대치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석을 점거한 행위 등을 이유로 제출된 김기현 의원 징계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30일 출석정지 처분을 받은 사례가 유일하다. 다만 해당 사안은 위원장석 점거에 해당해 윤리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 표결에 부쳐져 징계가 결정된 것이기에 빠르게 진행됐다.
이 때문에 윤리특위에 접수만 이뤄진 뒤 논의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징계안이 접수된 뒤에도 여야가 합의해 회의를 열지 않으면 심사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 것을 이용해 논란이 한창일 때는 징계안을 제출하지만, 시간이 지나 정치적 관심이 줄어들면 회의를 열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논의를 무력화하는 구조다. 특히 20대 국회 당시 국회 윤리특위가 원 구성 과정에서 비상설화되면서 윤리특위 구성을 미루거나, 구성 후 회의를 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국회의원 징계안 등의 심사가 미뤄지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징계안 제출이 사실상 상대 당을 압박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정치 공세용 카드’로 활용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어차피 징계 논의가 지연되거나 임기 만료로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 실제 징계를 기대하기 보다는 보여주기식으로 일단 접수하고 본다”고 했다.

22대 국회에서도 징계안은 잇따라 제출되고 있지만 실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세금탈루, 보좌진 갑질 의혹으로 제출된 강선우 전 민주당 의원 징계요구안과 지난해 5월 대선 당시 TV토론에서 여성 신체와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에 대한 징계안도 접수되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최근에도 징계안 접수는 계속되고 있다. 10일에는 국민의힘이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징계안을 접수했다.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천영식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후보자 추천안이 부결되면서 여야 의원 간 설전이 벌어져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등을 향해 “야 인마”라고 외치며 고성이 오간 것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부인이 심사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 도입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서로를 징계해야 하는 구조라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다”며 “이 때문에 징계에 소극적인 풍토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이어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외부 인사가 참여해 국회를 견제하는 방식이 활용되는데, 우리 역시 외부 위원을 통한 징계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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