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시진핑은 2032년 이후에나”… 中, 후계자 없는 10년 돌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시대가 서서히 저무는 가운데, 그 후계자를 둘러싼 격랑이 예상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유력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이달 최신호(2025년 9·10월호)에서 중국이 지난 10여 년간 이어진 ‘권력 공고화’ 시대를 지나 ‘후계자 승계’라는 가장 위험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타일러 조스트 브라운대학교 국제공공정책대학원 교수와 다니엘 매팅리 예일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기고에서 “모든 권위주의 정권에서 권력 승계는 가장 큰 위험 요소이며, 중국공산당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승계 과정에서 벌어질 혼란이 중국은 물론 국제 정세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시 주석이 후계 과정에 직접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진핑은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유사한 강력한 1인 지배체제를 구축했다. 권력 승계 역시 이들 전례를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시진핑 이전 권력 승계는 대부분 순탄치 않았다. 마오쩌둥 이후 화궈펑, 덩샤오핑, 장쩌민까지 정치적인 협상이나 강압으로 권력 승계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는 세력 숙청과 그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성이 반복됐다. 후진타오는 유일하게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했지만, 이 과정 역시 경쟁자였던 보시라이의 극적인 몰락으로 얼룩졌다.
저자들은 “시 주석 역시 본인이 쌓은 정치적 유산을 이어갈 인물을 직접 고르려 할 것”이라며 “단순히 정치적 신념이 비슷한 인물을 찾는 차원을 넘어, 다른 경쟁자들을 모두 제압하고 계속 권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능력이 있는지 검증하는 복잡한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은 2018년 헌법 개정으로 주석 임기 제한을 철폐했다. 2022년 11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 회의에선 당(黨) 결의에 적혔던 ‘개인 숭배 금지’ ‘종신 집권 폐지’ 항목 등을 삭제했다. 2023년에는 국가주석직 중국 최고지도자들 ‘10년·연임’ 관례를 깨고 3연임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시 주석 후계자로 언급되던 정치 유망주들은 성장하지 못하거나, 숙청됐다.
시진핑 이전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은 유력 후계자로 거론되던 류사오치, 후야오방을 교체했다. 이들은 독자적인 정치 세력을 형성할 만큼 거물로 큰 순간 제거 대상에 올랐다. 중국 정치 지형상 젊고 유능한 인물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권력을 승계할 준비를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저자들은 지적했다. 이어 “시 주석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서 중국식 정치 권력을 작동하는 법을 익힐 만한 후계자가 나타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이 때문에 최소 2032년까지는 시 주석이 중국을 이끌 것이라고 저자들은 내다봤다. 시 주석 세번째 임기는 2027년에 끝난다. 2027년 열릴 중국공산당 제21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 주석이 4연임에 성공하면 새 5년 임기가 끝나는 시점이 2032년이다.

다만 2032년 이후에도 후계 구도를 두고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공산당 최고지도부에 해당하는 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리창 총리, 차이치 제1서기 등 대부분은 시 주석이 2032년까지 집권할 경우 70대에 접어든다. 10년·연임 기준을 적용해도 장기적으로 지도자 역할을 맡기 어렵다. 또 다른 상무위원 가운데 딩쉐샹 부총리는 지방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 다른 유력 후보 가운데 상하이시 당서기인 천지닝은 차기 주석 필수 코스로 꼽히는 상무위원회 경험이 없다. 상무위원회는 중국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최고 권력 기구다. 시 주석 본인도 총서기가 되기 5년 전에 상무위원회에 먼저 진입해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이 추세라면 시 주석은 2032년이 와도 나이 많은 과도기적 지도자를 세우거나, 정치적 반발을 무릅쓰고 경력이 부족한 ‘다크호스’를 발탁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 선택지 모두 중국 정치에 상당한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중국 군부(軍部)가 시진핑 이후 누구를 지지할 지도 미지수다.

내부 불안은 중국 국경 안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 저자들은 시 주석이 본인의 정치적 유산을 완성하기 위해 대만 통일이라는 군사적 도박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을 통해 자신의 깊은 군사적 뿌리를 과시하고, 군부 내 영향력을 다져 국내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느낄수록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저자들은 내다봤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자들은 섣부른 개입을 경계했다. 중국 지도부는 1989년 톈안먼 사태를 여전히 자국에선 ‘서방의 음모’라고 주장한다. 미국 등 서방이 중국 권력 승계 과정에 어떻게든 개입하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대신 미국은 이 과정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시진핑 이후 중국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급격한 노선 수정’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오쩌둥 이후 덩샤오핑이 등장해 ‘개혁개방’이라는 극적인 노선 수정을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덩샤오핑은 “개혁하지 않으면 당은 막다른 길에 이른다”고 말할 정도로 급진적인 변화를 표방했다. 시 주석 후계자 역시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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