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고용의 질, 전국 12위
수도권, 충청권의 고용의 질 높아
"일자리 미스매치, 산업구조 취약성, 인적자본 축적여건 격차 해소해야"
부산지역 고용의 질이 전국 17개 시도 중 12위로 나타났다. 울산, 경남의 고용의 질도 각각 11위, 13위로 중하위권에 속했다. 반면 1~4위는 세종과 서울, 경기, 대전 순이었다.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8일 한국은행 ‘지역경제보고서’에 수록된 ‘코로나19 이후 부산지역 고용의 질 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산지역 고용의 질 점수는 41점으로, 코로나19 위기 전인 2019년(47점) 대비 크게 악화됐다. 2020년(39점)보다는 상승했지만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부문별로는 고용기회가 19점으로 위기 이전보다 1점 올랐다고 하지만 전국에서는 가장 낮았다. 고용시간(76점)도 개선됐지만, 전국에서는 12번째였다. 고용안정성(-21) 양성평등(-8) 능력개발(-7) 임금보상(-3) 부문에서 부산 고용의 질은 위기 이전보다 악화됐다. 고용안정성의 경우, 위기 이전보다 영세자영업자 비율이 6.8%포인트 오르고 임시·일용직 비율과 비정규직 비율이 각각 2.0%포인트, 5.1%포인트 상승한 영향으로 21점 하락했다.
능력개발 하락은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고숙련 직업 종사자 비율은 하락하고 저숙련 직업 종사자 비율은 상승한 결과다. 임금보상의 경우, 코로나19 위기 이전과 비교해 고임금 근로자 비중 및 실질임금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보건·사회복지, 공공행정 업종을 중심으로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상승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양성평등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여성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에 따른 취업자수 회복 지연, 여성 비정규직 비율 상승 등으로 62점에서 54점으로 하락했다. 눈 여겨 볼 점은 54점이라는 점수에도 양성평등 부문에서 부산의 순위가 4위이며, 전국 평균(44점)을 웃돈다는 것이다. 서울(73점) 제주(69점) 경기(62점) 다음이 부산이었다.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양성평등 고용의 질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용시간의 경우 2020년에는 기업들이 일시휴직 확대, 초과근로시간 단축 등을 시행하면서 전년보다 큰 폭 하락(2019년 70점→ 2020년 49점)했으나 2021년에는 업황 회복으로 일시휴직자가 감소하면서 76점으로 올랐다.
보고서는 부산지역 고용의 질 제약요인으로 ▷일자리 미스매치 ▷산업구조 취약성 ▷인적자본 축적여건 격차 등을 꼽았다. 노동수급 불균형 현상은 저숙련 및 중숙련 직업에서는 구인 비중이 더 높은 반면, 고숙련 직업에서는 구직 비중이 더 높아 고숙련 직업에서 초과공급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의 미스매치는 실업자의 구직기간 장기화, 구직단념자 증가 등을 유발해 고용 회복을 지연시킨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실제 부산지역 실업자 중 장기실업자(구직활동 3개월 초과) 비중은 코로나19 이후 점차 상승했다. 경력 공백에 따른 낙인효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실업기간 장기화는 구직단념자 증가로 이어져 경제활동참가율의 구조적인 하락을 유발하는데, 부산지역에서는 전 연령대에서 위기 이후 구직단념자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부산의 산업구조를 들여다보면 지역 내 제조업은 금속, 기계, 운송장비(자동차, 조선 등) 등 중위기술 제조업이 중심을 이루는 반면, 전자부품 의약품 등 성장세가 높은 고부가가치 기술집약 산업의 비중은 미미했다. 서비스업에서도 임금수준이 비교적 높은 IT, 연구개발, 전문서비스 등 지식집약서비스업(KIBS)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취약한 산업구조는 코로나19 이후 영세자영업자, 임시·일용 근로자 등 고용안정성·임금수준이 비교적 낮은 일자리 중심으로 고용이 회복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2019~2021년 중 여타 지역에서 자영업자 규모가 지속 감소한 것과 달리, 부산지역에서는 실업자의 생계형 창업 등으로 영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자영업자가 증가했다. 특히 부산지역은 20~30대 청년 자영업자가 크게 증가했으며, 이들은 대체로 도소매업·숙박음식점업 등 전통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수도권에 비해 고등 교육기관, 연구개발 지원 등 인적자본 축적여건이 미흡해 전문직, 관리자 등 고숙련 노동력 유입 효과가 낮은 점도 고용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도시 글로벌인재경쟁력지수(GCTCI 지수)로 서울과 부산을 비교해도 전 세계 155개 도시 중 각각 54위(49점), 93위(40점)로 격차가 컸다. 특히 인재유치 및 육성, 글로벌지식 부문과 관련된 지표에서 서울, 부산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보고서는 “고용시장의 미스매치 문제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해 취업알선, 일자리 정보제공 등 일자리 중개기능을 강화하고 구인난을 겪는 부문에 대해 취업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저탄소·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맞물려 성장하는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적극 발굴·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제조업의 신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서비스업 산업구조를 IT·바이오 등 지식집약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금융지원, 기술개발 지원 등의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산학협력 실효성 제고 및 첨단산업단지 조성 등 고급 인적자본 유치 및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지속할 것도 제안했다. 지능형 기계, 미래 수송기기 등 지역 전략사업에 특화된 우수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이 지역기업과 연계해 다양한 산학협력 모델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스마트 팩토리, 연구개발단지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지역 내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지원해 전문 인력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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