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찾아요,'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국가 4곳
올 여름 유럽에서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과잉 관광)' 반대 시위가 뜨거웠다. 하지만 극도로 혼잡한 유럽의 유명 관광지와 달리, 조금이라도 관광객을 더 불러오려는 국가들이 있다.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에는 비둘기보다 관광객이 더 많다. 바르셀로나는 관광객에 대한 공격성이 극에 달했고, 이탈리아 친퀘테레 절벽 길 통과하기는 슈퍼마켓에서 줄을 서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렇게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는 명소와 달리, 문화 요소는 풍부하지만 인파가 드문 곳이 있다.
문화적으로 의미가 큰 여행지에서는 관광 산업의 파괴적 영향에 대한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하지만 저개발국 입장에서는 국가 인프라 및 커뮤니티 공간 구축에 관광 수입이 큰 도움이 된다. 관광은 일자리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현지인들이 자국 문화와 전통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잘 관리한다면, 관광은 신념과 경험을 중심으로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는 풍요로운 경제적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번 여름에 불거졌던 문제가 관광업의 필수적 미래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하의 국가 4곳은 경제 발전의 수단으로 관광을 활용하기 위해 두 팔 벌려 관광객을 환영하는 국가들이다.
그린란드
그린란드는 점점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오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국가다. 올해 말 수도 누크에 새로운 국제공항이 개장하고 2026년에는 북부 관광 수도 일루리사트에 또 다른 국제 항공 착륙장이 문을 열 예정이다.
지금까지 그린란드의 국제 활주로는 대형 비행기가 이착륙 할 만한 규모가 아니었다. 때문에 여행객들은 과거 미군 기지였던 캉에를루수아크를 경유해 소형 비행기로 이동을 해야 했다.
하지만 새로운 인프라가 구축되면 더 많은 관광객이 수도 직항편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수입을 많이 하는 이 나라에 더 많은 상품이 들어오고, 해산물을 포함한 수출은 늘어날 수 있다. 관광 활성 효과가 국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즉 그린란드에서는 관광업이 공항 개발 비용을 충당하고 미래를 위한 일자리와 안정성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그린란드가 중점을 두고 있는 관광은 두 가지 형태다. 첫 번째는 동부 그린란드의 암벽 등반부터 고래 관찰, 그린란드 빙상 캠핑 같은 모험 관광이다. 다른 하나는 별 관측과 오로라 관찰과 같은 연중 즐길 수 있을 만한 관광 형태다.
그린란드에서는 보통 여름에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겨울보다 훨씬 수월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연중 일자리를 가질 수 있으려면, 비수기에도 관광객이 찾아와야 한다. 그런데 한겨울에 해가 거의 들지 않고 기온이 영하 50도까지 떨어지는 곳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린란드는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는 스카이뷰 오두막과 이글루를 통해 경외감 넘치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린란드 관광청 대외협력 책임자인 타니 포르는 그린란드 국민 80%가 관광이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고 인식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공항을 만들려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이 오게 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지역 주민들의 삶을 방해할 만큼 너무 많이 오지는 않도록 균형 잡힌 방식으로 이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는 최근 일룰리사트에 새 활주로가 열리는 2026년부터 국제선 직항편으로 갈 수 있는 북그린란드로 출장을 다녀왔다.
그는 “인구 1000명의 작은 마을인 카시지아낭구트가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마을 뒷편에는 사향소들이 서식하고 있고, 지역 박물관에서는 역사가 잘 정리되어 있었으며, 고래도 정말 많았어요! 고래를 직접 보기도 전에 침실에서 고래 소리를 들을 정도였고, 가는 곳마다 고래가 있었어요.”
모로코
스페인 및 포르투갈과 2030년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는 모로코도 관광 인프라를 개발하고 새로운 호텔을 건설하는 등 더 많은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려 노력중이다.
북아프리카 국가인 모로코는 이 대회를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그리고 2030년까지 관광객 수를 두 배로 늘려 연간 26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월드컵 때 모로코를 방문하는 축구팬과 축구팀을 수용하려면, 최소 10만 개의 숙소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 여러 호텔 체인들이 나섰다. 그 덕에 탕헤르의 ‘월도프 아스토리아’부터 2030년 이전에 문을 열 예정인 25개의 새로운 ‘래디슨 호텔’까지 전국에 수많은 숙박시설이 새로 문을 열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작년 대지진 이후 다수의 호텔들도 재개장을 한다.
바바라 포드비알은 여행사 ‘플리 윈터’의 모로코 전문 자문가로 20년 넘게 모로코를 방문중이다. 관광업이 모로코에 가져온 변화를 직접 목격한 그는 “관광업은 마라케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거리가 깨끗해지고 매우 안전해졌으며 사람들이 예전처럼 물건을 사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저가 항공편이 관광객을 모로코로 데려오고 있기 때문에 매우 혼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모로코는 관광 산업 발전을 위해 마라케시로 향하는 항공편을 늘리는 계획을 갖고 있는 터라, 이 도시가 근시일 내에 다시 조용해질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월드컵 기간에는 경기장 개보수, 관광 개발, 호텔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카사블랑카와 아가디르, 페즈, 라바트, 탕헤르 등 현재는 상대적으로 방문객이 적은 도시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것이다.
바바라는 모로코 도시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메디나가 있으면서도 관광객은 많지 않은 모로코의 문화 수도인 페즈를 추천했다. 그는 또한 인기 있는 패키지 여행지인 아가디르에서 ‘작은 마라케시’라는 별명을 가진 타루단트로 당일 여행을 떠나는 것도 추천했다.
그는 "(타루단트는) 아가디르에서 차로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관광지가 아닌 진짜 도시"라고 말했다. 아가디르와 가까운 타하주트 어촌 마을 해변에서는 모래사장에서 서핑 강습을 받을 수 있으며, 마라케시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차로 두어 시간 거리에 있는 ‘하이 아틀라스 산맥’ 여행도 경험할 수 있다.
모로코의 주요 도시를 더욱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모로코에서 진정한 휴가를 보내는 비결은 아마도 그 도시를 거점으로 삼아 인근의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를 발견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세르비아
세르비아의 경우에는 성공적인 관광 유치 사례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이웃 나라 크로아티아의 관광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잉 관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브로브니크와 달리, 세르비아는 지속 가능한 관광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지속 가능 관광 위원회’와 협력하여 대규모 관광을 장려하지 않고 보다 세심하고 문화 지향적인 길을 모색하는 프로젝트가 그 사례다.
여기에는 국가의 관광 전략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세르비아는 베오그라드 등 주로 도시 체험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관광이 농촌의 생계를 다양화하고 지역 경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후 이곳에선 산악 관광과 농촌 관광, 스파 및 건강 서비스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여행사 ‘콕스 앤 킹스’의 세르비아 전문 자문가인 조지 콜빈 슬리는 “세르비아에서는 사람들이 ‘관광객’이라는 단어를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지금은 알바니아와 보스니아를 사람들이 더 많이 찾지만, 세르비아에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말 인상적인 장소들이 있습니다.”
세르비아의 산에는 겨울에는 스키 관광객이 찾아가고 여름에는 등산객이 방문한다. 나지막한 산에서슨 조류 관찰과 더불어 생태 관광이 개발되고, 산기슭의 천연 온천은 리조트와 웰니스 호텔에 공급되고 있다. 관광객들이 자연을 만끽하는 동안, 지역 경제는 활기를 되찾고 일자리는 더욱 안정될 것이다. 2023년만 보더라도, 해외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20% 성장했다.
콜빈-슬리는 세르비아 제2의 도시인 노비사드를 추천했다. “이 지역에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유산이 남아 있어 프라하나 부다페스트처럼 초콜릿 상자 모양의 건물이 있지만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음식도 오스트리아의 영향을 받은 음식 슈트루델과 굴라쉬가 있고, ‘다뉴브강의 지브롤터’라는 별명을 가진 페트로바라딘 요새를 비롯한 멋진 볼거리도 있습니다.”
조지아
흑해로 터키, 러시아, 아제르바이잔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조지아는 제2의 도시인 바투미에 있는 광활한 항구를 활용해 장애인과 자유 여행객부터 크루즈 관광객까지 모든 관광객을 만족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새로 발표된 10개년 개발 계획에는 관광객이 혼자서도 여행할 수 있도록 표지판 개발부터 접근성 개선, 대중교통 및 크루즈선 항구 개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다.
이색적이고 모험적인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 ‘와일드 프론티어스’의 조지아 전문가 나탈리 포드햄은 “조지아에서 관광은 비교적 새로운 산업 분야”라고 말했다. “관광업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환상적인 가이드들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들은 영어를 잘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친구가 된 많은 여행자들이 조지아를 다시 찾고 싶어 합니다.”
관광 개발도상국인 조지아에는 잘 포장된 도로 등 서유럽에서는 당연한 것들 중 상당수가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관광 수익이 이러한 인프라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포드햄은 “트빌리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도”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매력적인 자갈길과 진정한 미학, 오래된 요새 성벽, 박물관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굴 마을, 스탈린이 태어난 소련의 건축물과 역사, 북부와 남부의 산, 유네스코 유산이 된 교회와 수도원, 와인과 음식이 있어요.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최소 일주일 정도는 여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