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은 ‘두문불출’ 신와르를 어떻게 죽였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는 이스라엘군의 일상적 순찰 활동 중 사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와의 가자전쟁 직후 자취를 감춘 그를 제거하는 것을 전쟁 최대 목표로 설정하고 1년 넘게 표적 작전을 감행했으나 ‘특이할 것 없는’ 총격전에서 하마스 수장을 제거한 것이다. 신와르는 가자전쟁 시작 이후 공개 석상에서 얼굴을 감추고 전자통신 기기 사용까지 끊은 채 은둔하면서 여러 차례 사망설에도 휩싸였으나, 그때마다 메시지를 내며 건재함을 과시해왔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신와르가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스라엘군 병력과 마주치면서 최후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부대가 일상적인 순찰을 하다 총격전이 벌어졌고, 무인기(드론)가 가세해 건물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주검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 설명을 보면, 신와르 사살엔 지난 5월 말 신와르 제거를 목표로 삼고 남부 라파흐에 추가로 투입된 828 비슬라마흐 여단이 역할을 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라파흐의 텔알술탄 지역을 순찰하다 하마스 대원 3명과 마주쳐 총격전을 벌였다. 대원 중 1명이 치명상을 입어 땅 위 건물로 피신한 것을 확인한 뒤 드론과 보병대를 투입해 확인 사살을 했다.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신와르는 흙먼지로 뒤덮인 건물 안에서 머리를 천으로 가린 채 힘겨운 모습으로 앉아 있다. 이스라엘군 드론이 다가오자 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를 던지고 저항한다. 영상 촬영 직후 신와르는 사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은 이때까지만 해도 그가 신와르라는 것을 몰랐다. 그러나 주검을 확인한 결과 신와르의 외모와 비슷하다고 보고 지문과 디엔에이(DNA) 검사를 거쳐 다음날 신원을 확인했다.
이스라엘군이 해당 지역에서 작전을 벌이게 된 배경엔 지난 8월 말 공개된 인질 사망 사건이 거론된다. 이스라엘군은 미국 이중국적자인 허시 골드버그폴린 등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6명이 사살된 채 발견된 라파흐 지하터널 인근에서 신와르의 디엔에이를 발견해 은둔 지역을 한정했다고 한다. 채널12는 신와르가 인질들과 함께 숨어 있다가 해당 지역에서 도망치면서 인질들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신와르는 인질을 자신을 보호할 ‘인간방패’(human shield)로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살 현장에는 이런 정황이 없었다. 현장에선 4만셰켈(약 1480만원)과 방탄조끼, 총 등이 발견됐고, 그가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신분증 등을 갖고 있었다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신와르가 공격을 피해 도망치다 사망했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그(신와르)가 그곳에 있는지 몰랐지만 작전을 계속했다”며 “(신와르는) 혼자서 건물 중 한 곳으로 뛰어들었고” 위치를 파악한 드론에 의해 사살됐다고 확인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신와르가 구타당하고, 박해당하고 도주하다가 죽었다. 그는 지휘관으로서가 아닌, 자기 자신만을 돌보다 죽었다. 이는 우리의 모든 적들에게 보내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부각했다.
이스라엘군 지도부는 신와르 사살 발표에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사살 가능성을 보고받은 뒤 “현재 단계에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이런 가능성을 “조사중”이라고 언론에 먼저 발표했다.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간 사진에는 신와르와 매우 유사한 외모를 가진 이가 숨져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스라엘 군 소식통들이 각종 언론에 “(신와르의 죽음을)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고, 이후 17일 저녁께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치과 기록과 디엔에이(DNA) 확인 과정 등을 거쳐 “신와르가 제거된 것을 확인했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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