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랜드그룹이 슈즈 멀티숍 ‘폴더’ 매각을 통해 패션 사업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뉴발란스의 고성장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로열티 부담과 본사 직진출 예고로 중장기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폴더 매각 후 자체 브랜드(PB) 중심의 체질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뉴발란스 비중이 큰 만큼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브랜드 추가 라이선스를 모색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회사는 에이비씨마트를 인수 주체로 한 자산 양수도 방식으로 슈즈 편집숍 ‘폴더(FOLDER)’를 매각한다. 폴더는 이랜드가 2012년 론칭한 슈즈 편집숍으로 전국 35개 매장, 연 매출 약 1000억원 규모로 성장하며 국내 시장에 안착한 브랜드다. 그러나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자체 브랜드 중심의 사업 구조를 더욱 선명히 하기 위해 이번 매각을 전격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뉴발란스를 중심으로 고착화된 사업 구조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랜드월드는 2008년부터 뉴발란스 국내 유통을 맡아 빠른 성장을 이끌었고 2024년에는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성장세가 이어지며 2025년 매출은 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뉴발란스는 이랜드 패션 부문 매출의 약 30%를 책임지는 사실상 핵심 캐시카우다.

문제는 이 같은 외형 성장이 라이선스 사업의 구조적 한계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매출이 늘수록 글로벌 본사로 유출되는 비용도 함께 확대된다. 실제 이랜드월드가 지급한 상표권 사용료는 2023년 585억원에서 2024년 658억원으로 증가했다. 2025년 3분기 누적 로열티가 54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 증가한 점을 고려할 때 연간 규모는 763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로열티 증가는 매출 확대의 결과이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비용 부담이 빠르게 커지는 구조라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미니멈 개런티(최소 지급액)를 설정한 뒤 초과 매출에 대해 로열티를 추가로 부과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며 “뉴발란스처럼 사업 내 비중이 큰 브랜드일수록 로열티 부담의 체감도 역시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급증하는 로열티가 이랜드 패션 부문의 수익성을 구조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2024년 이랜드월드 패션 부문의 영업이익은 2289억원을 기록했는데 같은 해 지출된 뉴발란스 관련 로열티가 이 영업이익의 약 28.7%에 육박한다. 업계에서 “성장의 과실이 온전히 내부에 축적되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장기적으로는 파트너십 자체의 불확실성이 더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뉴발란스 한국 유통을 이랜드에 일임해온 글로벌 본사가 2027년 한국 지사 설립을 통해 직접 진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이랜드와의 라이선스 계약은 2030년 말까지 연장됐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유예 기간’으로 보고 있다. 본사의 직진출이 가시화되면 시장 경쟁 환경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계약 종료 이후에는 이랜드 패션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축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폴더 매각은 직접 기획·제작해 마진율을 높이는 PB 모델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폴더와 같은 멀티숍은 유통 수수료 기반이라 PB 브랜드 대비 마진율이 낮고 오프라인 매장 유지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매각으로 확보한 유동성을 스파오 등 자사 SPA 브랜드의 고도화와 신규 브랜드 발굴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랜드가 뉴발란스를 대체할 '제2의 글로벌 라이선스' 확보에 다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체 SPA 브랜드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지만 2030년 이후 발생할 거대한 매출 공백을 PB 브랜드만으로 메우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뉴발란스처럼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메가 히트 브랜드의 공백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자체 브랜드 육성과 함께 글로벌 브랜드 도입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패션사업부문의 양대 축인 SPA와 스포츠 카테고리에서 자체 브랜드 중심의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브랜드 주도의 성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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