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홈런 치던 그 선수, 8홈런으로 떠나야 했던 사연

방출 통보받은 날 3타점 폭발, 더그아웃은 눈물바다였다

NC 다이노스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이 자신의 KBO 고별전에서 4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11-4 역전승을 이끌었다.

2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 NC는 경기 전 데이비슨과의 결별을 공식 발표한 뒤 이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방출 통보를 받은 선수가 마지막 경기에서 팀을 구해낸 셈이다.

경기 후반 외야수 박건우가 펑펑 울고 데이비슨도 함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며 화제를 모았다.

3년을 함께한 동료들이 왜 이렇게까지 감정을 쏟아냈는지, 그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데이비슨은 2024년 NC의 외국인 타자로 KBO리그에 데뷔해 첫 시즌 46홈런을 터뜨리며 홈런왕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36홈런 97타점으로 파괴력을 과시하며 2년 연속 재계약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분위기가 달랐다.

6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 8홈런 37타점에 머물렀고, 특유의 장거리 타구 생산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NC는 26일 경기를 앞두고 외국인 타자 교체를 발표하며 데이비슨과의 결별을 공식화했다.

팀의 장기적인 전력 구상과 후반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데이비슨 본인도 이 결정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최근 홈런이 나오지 않으면서 구단의 판단을 짐작했고, 자신의 역할이 홈런이라는 걸 알았던 만큼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방출 소식은 경기 하루 전인 25일 전달됐고, 데이비슨은 26일 키움전 출전을 직접 희망했다.

이호준 감독은 데이비슨을 그대로 4번 타자 겸 1루수로 기용했다.

3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한 박건우, 박민우 등 고참 선수들과의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경기 시작 전부터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키움은 3회 서건창의 2타점 3루타와 추재현의 적시타, 4회 김동헌의 적시타로 4-0 앞서며 기선을 잡았다.

NC는 4회말부터 반격을 시작했다.

박민우의 희생플라이로 첫 점수를 올린 데이비슨이 곧바로 좌중간 적시 2루타를 터뜨려 2-4까지 추격했다.

6회말 김주원의 출루와 박민우의 볼넷, 데이비슨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며 만든 만루 기회에서 김휘집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를 결정지은 건 김형준이었다.

계속된 만루 찬스에서 바뀐 투수를 상대로 싹쓸이 3타점 3루타를 날려 7-4 역전에 성공했고, 천재환의 내야안타까지 더해 NC는 6회에만 6점을 뽑았다.

8회말에는 박민우의 밀어내기 볼넷에 이어 데이비슨이 2타점 적시타를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데이비슨은 이날 1득점, 1사구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김형준도 2안타 3타점, 김주원은 2안타 2득점으로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김태경이 3이닝 4실점으로 일찍 물러났지만 이준혁부터 김태훈, 임지민, 전사민, 김진호, 최우석까지 불펜진 전원이 남은 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경기 종료 후 창원NC파크를 채운 팬들은 데이비슨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며 작별 인사를 전했고, NC는 2연승을 이어갔다.

반면 키움은 4-0으로 앞서다 역전패를 당하며 10연패 수렁에 빠졌다.

방출이 결정된 날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가 나온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데이비슨의 3타점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

방출을 미리 예상하고 받아들인 상태에서 마지막 경기에 나선 그가 평소보다 더 또렷한 동기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있다.

경기 시작 전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행동이 평소 루틴과 달랐다는 본인의 언급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박건우를 비롯한 동료들의 눈물도 단순한 이별의 감정 표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클럽하우스에서 쌓인 신뢰와 유대가, 성적이라는 냉정한 기준 앞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KBO 외국인 타자 시장에서 첫 시즌 홈런왕 출신이 3년차에 8홈런으로 떠나는 사례는, 외국인 선수 평가가 누적 기록보다 직전 시즌 생산력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NC가 같은 날 역전승을 거뒀다는 사실 역시 묘한 여운을 남긴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가 합류할 후반기, NC 타선이 이번 같은 응집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자연스럽게 다음 관심사로 옮겨간다.

데이비슨이 떠난 자리를 채울 새 외국인 타자가 어떤 선수일지, 그리고 NC가 이번 역전승의 기세를 후반기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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