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 앱을 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메뉴가 있습니다. 바삭하게 튀긴 닭 위에 붉고 윤기 나는 소스가 듬뿍 묻어 있고, 옆에는 치즈볼과 감자튀김까지 놓여 있습니다. 할인 쿠폰이나 무료 증정 행사가 뜨면 계획에 없던 주문까지 하게 됩니다. 닭고기는 단백질 식품이니 피자나 햄버거보다 괜찮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년 이후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관리한다면 자주 먹는 횟수부터 줄여야 할 배달 메뉴가 있습니다. 바로 양념치킨입니다. 양념치킨이 모든 배달음식 가운데 공식적으로 혈관에 가장 나쁜 1위라는 순위는 없습니다. 다만 튀김옷과 기름, 짠 양념, 당이 한꺼번에 겹쳐 혈관에 부담을 주기 쉬운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치킨의 재료인 닭고기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껍질을 줄이고 굽거나 삶은 닭고기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념치킨은 닭 껍질에 밀가루나 전분을 입혀 기름에 튀긴 뒤, 간장과 소금·설탕·물엿이 들어간 소스를 다시 묻힙니다. 튀김 과정에서 지방과 열량이 늘고, 소스가 더해지면서 나트륨과 당류도 함께 높아질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면 혈압이 높아지고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하며, 성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를 2,000㎎ 미만으로 줄이도록 권고합니다. 특히 치킨에 치즈볼과 감자튀김, 탄산음료까지 더하면 한 끼가 짠 음식과 정제 탄수화물, 지방으로 가득 차기 쉽습니다.

양념치킨 한 조각이 입을 지나 위장관으로 내려가면 튀김옷의 전분과 소스의 당은 잘게 분해돼 포도당 형태로 혈액에 들어갑니다. 지방은 소장에서 흡수된 뒤 운반 입자에 실려 혈류를 따라 이동하고, 나트륨은 몸이 수분을 붙잡게 만들어 혈관 안을 도는 체액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심장은 더 높은 압력으로 피를 밀어야 하고, 이런 식사가 반복되면 혈관 안쪽을 덮은 내피세포도 계속 부담을 받습니다. 포화지방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혈액 속 LDL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높은 LDL은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혈관 노화는 치킨 한 번으로 갑자기 진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짜고 기름진 식사로 혈압과 혈중지질이 오랜 기간 관리되지 않을 때 조금씩 빨라질 수 있습니다.

양념치킨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먹는 양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두세 조각만 먹겠다고 하지만 강한 단맛과 짠맛이 입맛을 자극해 계속 손이 갑니다. 뼈를 빼면 양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고, 남은 소스에 떡이나 감자튀김까지 찍어 먹기도 합니다. 여기에 치킨무와 소스, 국물 떡볶이를 곁들이면 나트륨과 당 섭취량은 더욱 늘어납니다. 튀긴 음식을 많이 먹는 식습관과 심혈관질환 위험의 관계를 살핀 관찰연구 종합분석에서도 섭취량이 많을수록 위험이 높아지는 연관성이 보고됐습니다. 다만 이런 연구만으로 양념치킨이 혈관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치킨을 자주 먹는 사람의 체중과 운동량, 다른 식습관도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치킨을 먹는다면 양념보다 구운 치킨이나 소스를 따로 제공하는 메뉴를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튀김 치킨을 주문했을 때는 껍질과 두꺼운 튀김옷을 일부 덜어 내고, 소스에 다시 찍어 먹지 마십시오. 한 마리를 앞에 두고 계속 집기보다 처음부터 먹을 양만 접시에 덜어 놓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치즈볼과 감자튀김은 생략하고 양배추샐러드나 생채소를 곁들이되, 마요네즈 소스는 적게 사용해야 합니다. 탄산음료는 물이나 무가당 차로 바꾸고, 남은 치킨을 다음 날 다시 튀기거나 야식으로 먹는 행동도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을 치료 중인 사람이라면 주문 횟수 자체를 줄이고 생선과 두부, 콩, 살코기 같은 덜 가공된 단백질 식품을 번갈아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념치킨은 가족과 함께 즐기는 음식이며, 한두 번 먹었다고 혈관이 망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무료 쿠폰이 생길 때마다 주문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야식으로 찾는 반복입니다. 혈관 건강은 특별한 보조제 한 병보다 매일 먹는 음식의 기름과 소금, 양에 더 오래 영향을 받습니다. 오늘 배달 앱에서 양념치킨을 지나쳐 생선구이나 두부가 들어간 한 끼를 고르는 선택은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선택이 쌓이면 10년 뒤의 혈압과 콜레스테롤, 허리둘레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족과 오래 걸어도 숨이 차지 않고, 스스로의 두 다리로 일상을 지키는 노후는 무료로 받은 음식까지 아깝다며 먹지 않는 결심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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