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좌절 끝 이자리에” “돌아온 길 보상받아”…퀸 엘리자베스 주역들 ‘비하인드 더 신’

브뤼셀=조은아 특파원 2023. 6. 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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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 시간) 새벽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1위로 바리톤 김태한(23)이 호명돼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매년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 경연자들이 신청할 때 서울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각각 몇 명 왔는지 보는 게 재미예요. 두 학교 간의 경쟁이죠. 올해 1라운드에선 한예종이 7명, 서울대는 4명을 보냈는데 결선에선 서울대에서 2명, 한예종이 1명 올라갔습니다. 매년 달라지는 이 모습을 봐요. 훌륭한 두 학교가 있다니 다행인 일이죠.""한국 경연자들은 예전엔 노래하는 방식이 비슷했어요. 그런데 노래란 건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니 스스로 내면에서 뭔가를 꺼내 보여야 해요. 지금은 학생들이 느낌을 더 잘 표현해요. 더 자유로워진 느낌이라고 할까요. 더 큰 정체성, 자아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클래식 음악은 한국에서 기초적인 교양수업이지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치잖아요. 이건 정말 중요해요. 아이가 전문 연주자가 되지 않아도 클래식 음악은 집중력, 암기력, 상상력, 사회력 등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역량을 키워 줍니다. 좋은 사람이 되게 하는 역할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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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 시간) 새벽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1위로 바리톤 김태한(23)이 호명돼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1988년 이 콩쿠르에 성악 부문이 신설된 뒤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권 남성 성악가로서 첫 우승을 거뒀죠.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날 수상자 발표 직후 무대 뒤에서 만난 주역들이 남긴 말 중에서 기사로 못 쓴 내용을 소개합니다. 말 그대로 ‘비하인드 더 신’. 감격의 순간 이들의 따끈따끈한 말 들어보시죠.

● 1위 바리톤 김태한 “여러 번 좌절의 경험”

4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태한. 채널A 화면 캡처

“바리톤에게는 꿈같은 역할인 피가로 역할을 정말 해보고 싶은데 아직은 저한테 음이 많이 높아요. 그 유명한 아리아에 도전했다가 여러 번 좌절했어요. ‘3년 내에는 도전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그래도 제가 아직 어리니까, 나이가 좀 차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가장 해보고 싶은 역할로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 역할을 꼽으며)

“올해 1월 스페인 비냐스 콩쿠르에서 레파토어(repertoire·연주 곡목)를 무리하게 선정해서 2차에서 떨어졌어요. 친한 한예원 누나가 우승을 해서 시상식에서 누나와 조수미 선생님과 사진을 찍고 왔어요. 이번엔 레파토어 선정에 굉장히 공을 들였어요. 최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죠. 오랫동안 준비해온 곡으로 선정했습니다.”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영어로 수퍼스타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웃음)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오페라 공연을 하는 수퍼스타요!”

● 5위 베이스 정인호 “콩쿠르나 오디션, 8년간 95번째”

4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5위를 차지한 정인호. 채널A 화면 캡처

“원래는 테너로 노래를 시작했는데 바리톤으로 바꿨다가 지금은 베이스예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돌아왔어요. 학교 진학도 늦었죠. 그래서 마음 속에 조급함이 있었어요. 첫째여서 책임감도 있었죠. 그 동안 이렇게 해온 것에 대해 (오늘 결과로) 위로와 보상을 받는 느낌이라 감사한 마음입니다.”

“어제 세어 보니 제가 베이스로 바꾼 2015년부터 콩쿠르나 오디션을 한 게 벌써 95번째더라고요. 항상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솔직히 ‘노래를 정말 사랑해서 지금까지 왔다’라고는 말 못하겠어요. 하지만 제가 타고난 달란트를 잘 살려 열심히 사는 게 내 인생의 사명이라 생각하며 임했습니다.”

● 심사위원 성악가 조수미 “내 빛 끄려는 사람 멀리하라”

3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난 성악가 조수미. 브뤼셀=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저는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헤쳐 나가지’라며 자신을 내던지면서 즐겨요. ‘힘들지만 내가 크게 강해지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렇게 살다보니 몇 년 전부턴 ‘이게 내 팔자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최근엔 이제 많은 일을 했으니 후배나 내 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해요. 내가 갔던 길이 많은 한국 분에게 용기가 됐으면 해요.” (오래도록 활약하는 비결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슬럼프에 잘 빠지진 않지만 (힘들어지면) 슬럼프인가 분석을 차갑게 해요. 학자처럼 써가면서 뭐가 문제인지, 해법은 무엇인지 찾으려고 하죠. 인간관계가 중요해요.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감성적이기 때문에 내가 갖고 있는 열정, 빛이 계속 꺼지지 않아야 하는데, 이 불을 끄려는 사람들은 멀리하는 게 중요하죠.” (슬럼프 극복 방법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개인적으로 죽기 전엔 멋진 사랑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그러지 않으면 억울할 것 같아요. 그 동안 너무 커리어만 바라보고 왔어요. 문제는 사람들이 나를 무서워해요. 나 되게 착한데. (웃음)” (남은 목표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 벨기에 공영방송 RTBF PD 티에리 로로 “서울대-한예종 경쟁 보는 재미”

4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직후 만난 벨기에 공영방송 RTBF의 티에리 로로 PD. 채널A 화면 캡처

“매년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 경연자들이 신청할 때 서울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각각 몇 명 왔는지 보는 게 재미예요. 두 학교 간의 경쟁이죠. 올해 1라운드에선 한예종이 7명, 서울대는 4명을 보냈는데 결선에선 서울대에서 2명, 한예종이 1명 올라갔습니다. 매년 달라지는 이 모습을 봐요. 훌륭한 두 학교가 있다니 다행인 일이죠.”

“한국 경연자들은 예전엔 노래하는 방식이 비슷했어요. 그런데 노래란 건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니 스스로 내면에서 뭔가를 꺼내 보여야 해요. 지금은 학생들이 느낌을 더 잘 표현해요. 더 자유로워진 느낌이라고 할까요. 더 큰 정체성, 자아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클래식 음악은 한국에서 기초적인 교양수업이지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치잖아요. 이건 정말 중요해요. 아이가 전문 연주자가 되지 않아도 클래식 음악은 집중력, 암기력, 상상력, 사회력 등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역량을 키워 줍니다. 좋은 사람이 되게 하는 역할을 하죠.”

브뤼셀=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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