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일한 프리랜서도 퇴직금 받을 수 있다?
(시사저널=송태진 노무사무소 이랑 대표노무사)
한곳에서 1년 이상 '일'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된 듯하다. 그런데 한곳에서 1년 이상 일했음에도 퇴직금을 받는 게 간단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일은 근로, 도급, 용역, 위임, 위탁 등 그 종류가 다양하지만 여기서 퇴직금의 지급 대상이 되는 일은 근로기준법상 근로뿐이기 때문이다.
실무적으로 학원강사, 헤어디자이너, 헬스트레이너, 지입차주 등 프리랜서의 퇴직금 이슈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원칙적으로 프리랜서는 개인적으로 거래처에서 받은 도급, 용역, 위임, 위탁 등의 일을 수행하고 보수를 받는 자로서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사실상 개인사업자나 마찬가지이므로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계약 형식이 실질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퇴직금 관련 이슈가 생길 수 있다. 계약서 제목은 프리랜서 계약서(도급, 용역, 위임, 위탁 등 계약서)지만 실질적으로는 매일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자기 자본이 없으며 업체 사장의 지시·감독을 받고 일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 하는 일을 퇴직금 지급 대상이 되는 근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서보다 실질적인 근로 형태가 관건
그렇다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근로란 무엇일까. 위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계약서를 어떻게 썼는지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계약서를 어떻게 썼든 실질적으로 어떻게 일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판례(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8다211655 판결)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일' 가운데 근로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사용종속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사용종속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기준은 '종속노동성'이다. 이 기준이 충족되는지 여부는 ①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지 ②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의 지휘·감독이 있었는지 ③프리랜서로서 수행하는 본연의 업무 외에 부수적인 업무를 사용자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수행하는지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 이 기준 인정과 관련해 노동청에서는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었는지를 묻는다. 예컨대, 지각할 경우 지각비를 걷었다면 이를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보아 종속노동성이 인정될 수 있다.
두 번째 기준은 '독립사업자성'이다. 이 기준이 충족되었는지 여부는 ①노무 제공자가 원자재나 비품 등의 자본 등을 본인이 직접 부담하는지 ②해당 사업과 관계없는 제3자를 고용해 노무 제공자가 수행해야 할 업무를 대신 수행하도록 할 수 있는지 ③노무 제공의 결과에 따른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의 위험 부담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 이와 관련해 판례는 업무수행상 발생할 수 있는 손해에 대해 보수 등의 삭감을 통해 책임지는 경우, 동일 기업에서 유사한 업무를 하는 동료 근로자들에 비해 현저히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경우에는 독립사업자성이 강화돼 근로자성 인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 번째 기준은 '보수의 근로대가성'이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노무 제공자가 받은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를 보고 판단한다. 예컨대, 마트에서 주문 상품을 배송하는 일을 하는데 자기 소유 차량으로 배송하면 20만원, 마트 소유 차량으로 배송하면 15만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자기 소유 차량으로 상품을 배송하고 받은 20만원에는 운반이라는 노무 제공의 대가뿐만 아니라 차량 제공의 대가도 포함돼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받은 20만원은 노무 제공 자체의 대가적 성격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보수의 근로대가성이 부정될 것이다. 과거에는 개인 성과급을 받는 노무 제공자의 경우 이는 일의 결과에 대한 대가이지 근로 자체의 대가는 아니라고 보아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판결이 자주 보였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47조에서는 도급근로자를 규정하고 있고 최근 다수 판례는 실적 내지 업무 결과에 비례해 지급하는 개인 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하는 판결도 많아지고 있어 개인 성과급만으로 보수를 받았다고 해 곧바로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네 번째 기준은 '계약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이다. 여기서 계속성은 말 그대로 계약관계가 오래될수록 근로자성 인정에 긍정적이라는 말이다. 한편 전속성은 쉽게 말해 수입의존성을 말한다. 노무 제공자가 다른 업체에서 일을 수행하지 못하고 특정 업체에서만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 노무 제공자는 전속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전속성 역시 불이익의 존재 여부가 중요하다. 실제 다른 업체에서 일한 적이 없다 하더라도 타 업체에서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전속성은 낮아진다. 따라서 계약서상 겸직금지 의무가 있는지, 겸직 시 이에 대한 제재를 받았는지, 금전적인 페널티가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다만, 최근 시급제 근로자가 많아지는 현실에 비추어 단순히 타 사업장에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이 곧바로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근로자 지위 인정되면 퇴직금 수령 가능
그 외에 노무 제공자의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4대 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등의 사정을 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조건은 사용자라는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 따라서 성과급·인센티브를 받는다거나 보수에서 3.3%의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고 해서 곧바로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위의 판단 기준은 요건이 아니라 요소다. 쉽게 말해 어느 하나의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 근로자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는 의미다. 마치 물잔에 물이 반이나 차 있다면 근로자에 해당하고, 반 밖에 없다면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그 결과 동일한 사실관계를 가지고 어떻게 주장하느냐에 따라 노동청, 각급 법원별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근로자에 대한 정의는 근로기준법에서 법의 목적 다음으로 가장 먼저 등장한다. 그리고 각종 노동법에서 그 법의 적용 대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정하고 있다. 그만큼 근로자 지위 확인은 중요하다. 노무 제공자든 노무를 공급받는 자든 근로자 지위 확인에 대한 법률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이 보장하는 여러 혜택을 놓치거나 예상치 못한 비용 지출이 생길 수 있으므로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잘 알아두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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