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자들이 길이 5m짜리 암컷 상어의 눈을 해부했습니다.
눈 수정체 한가운데에서 아주 작은 단백질 조각을 떼어냈습니다.
그 조각의 나이를 재자 392살이라는 숫자가 나왔습니다.
2016년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연구팀이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결과예요. 주인공은 북극 바다에 사는 그린란드상어였죠.
1년에 1cm씩 자라는 상어

그린란드상어는 북극권에서 가장 큰 물고기예요. 다 크면 5m가 넘고 무게는 1톤에 가까워요.
1930년대에 한 생물학자가 이 상어 400마리에 표식을 달아 추적했는데, 1년에 겨우 1cm씩 자랐어요. 5m가 되려면 수백 년이 걸린다는 뜻이죠. 그래서 오래 산다는 의심은 있었지만, 정확한 나이를 잴 방법이 없었어요.
상어는 뼈가 아니라 연골이라 나이테가 없거든요.
눈 속에 숨어 있던 시계

연구팀이 찾은 답은 눈이었어요.
눈 수정체의 한가운데는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지고, 그 뒤로 한 번도 교체되지 않아요. 그 안에 든 단백질은 상어가 배 속에 있을 때 그대로죠.

이 단백질에 방사성탄소 연대측정을 썼어요. 고고학에서 유물 나이 잴 때 쓰는 그 방법이에요. 1950년대 핵실험으로 바다에 퍼진 탄소 흔적도 기준점으로 썼죠.
어선에 우연히 걸려 죽은 암컷 28마리의 눈을 모았어요. 가장 작은 건 81cm, 가장 큰 건 502cm였어요.
392살, 오차 범위는 272~512살

가장 큰 두 마리는 각각 약 335살과 392살로 나왔어요. 연대측정이라 오차가 커서, 392살짜리는 최소 272살에서 최대 512살 사이예요.
연구팀은 "가장 낮게 잡아도 272살이고, 그래도 척추동물 중 최장수"라고 했어요. 이전 기록은 북극고래의 211살이었죠.
392살이면 1620년대 생이에요. 조선 인조가 즉위한 직후, 병자호란이 터지기 10년쯤 전이죠. 그 상어가 2010년대까지 북극 바다를 헤엄치고 있었던 거예요.
지구에서 이보다 오래 사는 동물은 조개 한 종뿐이에요. 507살짜리 대합이 기록으로 남아 있죠.
150살에 어른이 된다

더 놀라운 건 번식 나이예요. 그린란드상어는 몸길이 4m가 돼야 알을 낳을 수 있는데, 그 크기가 되려면 약 150년이 걸려요.
150살까지 '미성년'이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이 상어 대부분은 거의 앞을 못 봐요. 눈에 기생충이 매달려 각막을 망가뜨리거든요. 수백 년을 어둠 속에서 천천히 헤엄치며 사는 거죠. 먹이는 물고기, 물범, 가끔 바다에 떨어진 순록이나 북극곰 사체까지요.
왜 이렇게 오래 살까

차가운 물 때문이라는 게 유력해요. 북극 심해는 수온이 영하에 가깝고, 이 상어는 신진대사가 극도로 느려요. 심장이 10초에 한 번 뛴다는 측정도 있어요.
느리게 살면 느리게 늙는 거죠.
문제는 그래서 더 위험하다는 거예요. 150살에 겨우 번식하는 동물이 그물에 걸려 죽으면 회복이 안 돼요. 연구팀은 "매년 수천 마리가 다른 물고기 잡다가 딸려 올라온다"며 보호를 호소했어요.
지금 북극 어딘가에는 임진왜란 때 태어난 상어가 살아 있을지도 몰라요. 여러분은 400년을 어둠 속에서 천천히 사는 것과 40년을 빠르게 사는 것 중 뭘 고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