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BMW까지 압살" 천지개벽 수준 디자인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국산차

2010년 어느 날, 의미를 알 수 없는 비프음, 몇 개의 선과 점만으로 이루어진 TV 광고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그 정체는 모스 부호로 표현한 'K5'였죠. 공개된 실물은 앞전에 현대차가 YF 쏘나타로 보여줬던 것과는 또 다른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직전 모델이 로체 이노베이션이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정말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였어요.

피터 슈라이어가 내세운 직선의 단순함을 주제로 한 외관은 앞서 공개된 기아차의 다른 라인업과 궤를 같이 하면서도 날카로운 헤드램프와 기아차만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은 상하로 움푹 파인 '호랑이 코 그릴'로 단순한 듯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옆모습은 더욱 놀라웠는데요. 휠하우스를 가득 메우는 18인치의 대구경 휠, 방열구 스타일의 펜더 가니시, 더욱 과감한 쿠페 스타일의 루프라인은 그전까지의 보편적인 전륜구동 중형 세단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역동적인 분위기였습니다. BMW처럼 하늘을 향해 접히는 사이드 미러도 단순하지만 멋을 더해주는 디테일이었죠.

여기에 윈드쉴드 상단에 들어간 노치, A필러에서 뻗어 나와 트렁크까지 둥글게 이어지는 크롬띠와 독특한 C필러 처리로 그간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이 K5만의 독창성까지 담아냈어요.

후면부 역시 두툼한 리어 펜더와 길게 뻗은 리어 램프가 돋보이며 전면과 측면의 스포티한 분위기를 그대로 이었습니다. 범퍼 하단을 검게 처리하고 머플러 팁을 더해 심심하지 않게 마무리한 것도 좋았죠.

특히 18인치의 대구경 알루미늄 휠, 국산차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스타일로 '불판휠'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많은 분들이 탐냈죠. 이게 워낙 강렬하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하위 트림의 휠이 볼품없어 보일 정도였는데, 이 불판휠에 파노라마 썬루프가 달린 흰색 차는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봐도 정말 근사하더라고요.

실내 역시 독보적이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를 고민했던 전작과 달리 오로지 '신세대'에 초점을 맞춘 듯 스포티한 디자인, 비대칭 센터패시아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 차가 운전자를 위한 차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냈어요. 운전자 중심의 인테리어와 붉은색 조명, 부츠 타입의 기어레버까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것은 '피터 슈라이어'를 내세우면 대부분 해결됐습니다.

화려한 계기판은 가운데 컬러 LCD 정보창을 더해 보기에도, 기능면으로도 훌륭했고 후방 카메라를 더한 7인치 내비게이션도 인테리어와 조화롭게 맞물렸습니다. 여기에 JBL 프리미엄 사운드, 내비게이션을 선택하지 않아도 제공되는 8개 스피커의 디멘션 오디오와 룸미러 한쪽에 후방 카메라가 나오는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 옵션이 독특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외에도 운전석 메모리 시트, 앞좌석 통풍 시트, 스티어링 및 열선 같은 풍부한 편의 장비가 돋보였습니다. 로체 때까지만 해도 쏘나타에 비해 몇몇 사양이 빠져있다는 느낌이었는데 K5부터는 오히려 앞서는 부분까지 있었어요.

그중 하나가 열선 시트였는데요. 일반적으로 열선을 끼워 넣어 시트를 데우는, 즉 전기장판 방식의 열선 시트가 아닌 발열 기능이 포함된 '은코팅' 원단을 사용해 시트 전체를 균일하게 데웠고 원적외선까지 방출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이에 더해 스티어링 휠까지 기존 열선 방식이 아닌 발열 도료를 코팅해 빠르게 데우는 기술을 적용했는데 이건 출시 초 몇몇 차량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던 흑역사가 있었죠.

기아차답게 공간에 대한 만족도 역시 훌륭했습니다. 독창적인 C필러 디자인을 위해 헤드룸과 시야에서 약간의 손해를 보긴 했지만 낮아진 시트 포지션과 파노라마 썬루프로 보완했고 여전히 차급에 걸맞은 쾌적한 거주성으로 패밀리카나 택시로 사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었어요. 뒷좌석 승객을 위한 에어벤트와 앞좌석과 동일한 바이오케어 온열 기능도 빠짐없이 챙겼죠.

한편 그 생김새 때문에 왠지 작을 것만 같았던 트렁크도 막상 열어보면 꽤나 넉넉했습니다. 또 옵션에 따라 뒷좌석 6:4 폴딩 기능을 지원해 적재 공간을 늘릴 수 있었던 것도 장점이었죠.

파워트레인은 YF 쏘나타와 공유하는 2.0, 2.4L 세타2 가솔린, 2.0L LPI 엔진에 각각 6단 및 5단 변속기를 맞물린 구성으로, 특히 2.4L 모델은 새로 개발된 GDI 기술을 적용해 경쟁차를 상회하는 출력과 연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습니다. 겉보기에 별 차이는 없었지만 전용 엠블럼과 듀얼 머플러로 구분할 수 있었죠.

차세대 중형 플랫폼을 통해 전작 대비 차가 더욱 커졌음에도 몸무게는 그대로였고 북미 소비자들의 취향을 맞춰 부드러운 세팅을 하는 쏘나타와 달리 이쪽은 비교적 날렵하고 탄탄한 세팅으로 유럽 감각에 가까웠습니다. 덕분에 쏘나타에 비해 민첩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전작 로체 이노베이션의 장점을 그대로 이었어요.

다만 개선된 연비와 실용 구간에서의 경쾌함은 만족스러웠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붕 뜨는 듯한 특유의 낭창낭창함과 이 시기 기존 유압식 대신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탑재하면서 현대기아차 대부분이 공유한 이질적인 조향질감 차급을 무색하게 만드는 주행소음 등 출시 이후 주행 품질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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