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벤츠가 향후 공개할 플래그십 세단의 방향성을 암시하는 콘셉트 디자인이 등장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호불호가 확실한 디자인 등으로 주춤했던 벤츠가, 이번에는 AMG 브랜드를 통해 고급 세단의 존재감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디자인은 공식 발표는 아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호아킨 오블리가도가 공개한 렌더링으로, 피닌파리나와 체리, 창안차 디자인센터에서 경력을 쌓은 실력파로 잘 알려져 있다. ‘2030년형 AMG S 클래스’를 상상한 이번 작업은 AMG 플래그십 세단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강조했다.

전체적인 비율과 실루엣은 전통적인 럭셔리 리무진의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디테일한 부분에선 과감한 요소들이 눈에 띈다. 수직형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롤스로이스 팬텀을 연상시킬 만큼 위압적이며, 얇은 유리창과 긴 보닛, 큼직한 리어 도어, 그리고 입술 모양의 리어 범퍼 등에서 클래식한 감성이 살아난다. 전면과 후면의 삼각별 엠블럼은 기존 원형 테두리를 없앤 미니멀 디자인으로 재해석됐다.

색상은 두 가지로 구성됐다. 올블랙 외관에 어두운 유리창, 블랙 휠을 적용한 ‘머더드 아웃’ 버전은 무게감 있고 강렬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전통적인 벤츠의 은색 계열을 적용한 ‘실버 애로우’ 버전은 클래식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후자는 투명 루프와 듀얼 톤 라디에이터 그릴, 대형 리어 디퓨저, 에어로블레이드 휠 등이 적용돼 더욱 디자인 완성도가 높다.

특히 해당 콘셉트는 순수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 기반 차량으로 설정돼,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후면의 4구 배기 시스템이 존재한다. 다만, 최근 출시된 AMG S 63 E 퍼포먼스처럼 고성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채택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행 모델의 경우 V8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해 최고출력 791마력을 발휘한다.

이번 디자인은 비공식이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향후 고급 세단 시장에서 어떤 디자인 언어를 추구할지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작업으로 평가된다. 전동화로 획일화된 흐름 속에서도, 플래그십 세단만큼은 독보적인 존재감과 감성을 지켜내야 한다는 메시지가 뚜렷하게 담겨 있다.
박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