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아웃 뉴스]
오타니 쇼헤이는 설명을 길게 요구하지 않았다. 첫 공 하나면 됐다.
오타니는 21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LA 다저스의 1번 타자이자 선발투수로 나섰다. 첫 타석 첫 공을 그대로 넘겼다. 샌디에이고 선발 랜디 바스케스의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위쪽에 걸리자 오타니의 배트가 먼저 움직였다. 타구는 오른쪽 가운데 담장 쪽으로 뻗었다. 중견수 잭슨 메릴이 펜스 앞에서 뛰어올랐지만 잡을 수 없는 공이었다.
경기는 그 순간부터 오타니 쪽으로 기울었다.
다저스는 4-0으로 이겼다. 이번 파드리스 3연전도 2승 1패로 가져갔다. 오타니는 타석에서 경기의 첫 점수를 만들었고, 마운드에서는 샌디에이고 타선을 5이닝 동안 묶었다. 안타 3개와 볼넷 2개를 내줬지만 실점은 없었다. 삼진은 4개. 투구 수는 88개였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0.73까지 내려갔다. 원문 기준 25이닝 이상 던진 메이저리그 투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이날 홈런은 단순한 선두타자 홈런이 아니었다. 오타니는 선발투수였다. 투수가 리드오프 홈런을 친 사례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다. 첫 번째도 오타니였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이미 같은 장면을 만들었다. 남들이 평생 한 번도 서기 어려운 위치를 오타니는 두 번 밟았다.
기록은 또 있었다. 오타니가 홈런을 치고 무실점 선발 등판까지 해낸 경기는 포스트시즌 포함 7번째다. 1900년 이후 기준으로 밥 깁슨과의 동률을 깨고 이 부문 단독 1위가 됐다. 깁슨은 투수 역사에 남은 이름이다. 오타니는 그 이름을 넘는 과정에서 타자의 기록까지 함께 세웠다.

오타니가 더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홈런보다 마지막 공이었다. 5회 위기에서 병살타를 유도하며 이닝을 끝냈다. 홈런을 친 뒤에도 큰 표정 변화가 없던 오타니는 그 순간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타자는 첫 공으로 점수를 만들었다. 투수는 마지막 공으로 위기를 닫았다. 이날 경기의 압축본이었다.
오타니도 경기 뒤 이 장면을 더 크게 봤다. 그는 통역 윌 아이레턴을 통해 “경기에서 이길 확률의 문제”라고 말했다. 홈런은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하지만 투수로서 중요한 순간을 막아내는 일은 다르다. 긴 이닝을 던지고 실점을 끊어야 팀이 이길 확률이 올라간다는 뜻이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판단도 분명했다. 그는 5회 상황을 “중요한 지점”이라고 봤다. 오타니가 그 이닝부터 조금씩 힘겨워 보였고, 더 밀어붙일 생각은 크지 않았다. 이날은 오타니가 다시 타석까지 맡은 경기였다. 88구 5이닝 교체는 아쉬운 조기 강판이 아니었다. 다저스식 관리였다.

다저스가 오타니를 다루는 방식은 이제 더 중요해졌다. 오타니는 앞선 세 차례 선발 등판에서 투수 역할에 집중했다. 이날은 다시 타격과 투구를 함께 했다. 시즌 전체를 보면 매번 전부 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다저스가 원하는 것은 5월의 한 경기 완투가 아니라 10월까지 남아 있는 오타니다.
그래도 오타니는 제한된 운용 속에서도 경기의 모양을 바꾼다. 시즌 8호 홈런은 투수 등판 경기에서 나온 두 번째 안타였다. 투수로 등판한 날 타석 성적은 14타수 2안타에 그쳤지만, 그 2안타 중 하나가 경기 첫 공을 넘긴 홈런이었다. 마운드에서는 5이닝 무실점. 타석에서는 결승점. 낭비가 없었다.
완벽한 컨디션도 아니었다. 오타니는 등판 전 자신의 구위 감각이 원하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했다. 실제로 볼넷 2개가 있었고, 올 시즌 처음으로 6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그런데도 실점하지 않았다. 좋은 날이라서 특별했던 경기가 아니다. 아주 좋은 날이 아니어도 경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더 무섭다.
오타니 쇼헤이의 쇼타임은 홈런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첫 타석에서 문을 열었고, 5회 마지막 공으로 흐름을 닫았다. 다저스는 그 한 경기에서 오타니를 다시 확인했다.
오타니가 타석에만 서는 다저스와 오타니가 마운드까지 지우는 다저스는 다른 팀이다. 이날 4-0은 다저스의 승리였지만, 경기의 표정은 오타니가 만들었다.
출처 : 스탠딩아웃 뉴스(https://www.standingou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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