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 일본에 이어 미국을 찾는다. 이번 출장은 '억만장자의 여름캠프'로 불리는 미국의 선밸리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한 목적이다. 8년 만에 참석하는 이 회장은 주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책임자(CEO)들과 교류하며 글로벌 경영 행보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9~13일(현지시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리조트에서 열리는 '앨런&코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현지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퍼런스는 미국 투자은행 앨런앤드컴퍼니가 1983년부터 주최한 국제 비즈니스 회의다. 정보기술(IT), 미디어, 금융 등 분야에서 극소수 유력 인사들을 초대해 5일 동안 휴가를 겸한 친목을 다지고 첨단 기술 동향을 토론하며 사업 협력 방안을 찾는다.
올해 행사에는 앤디 제시 아마존 CEO와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짐 랜존 야후 CEO, 메리 바라 GM CEO,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 등이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장은 국내 재계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무 시절인 2002년부터 2016년까지 거의 매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는 2017년 법정에서 "선밸리 컨퍼런스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며 "애플과 페이스북 등 20~30개 고객사와 만난다"고 언급했다.
삼성과 애플이 스마트폰 특허 침해 소송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2014년 철회 계기를 마련한 것도 이 행사로 알려졌다. 당시 양사는 이 회장과 팀 쿡 CEO가 행사에서 만남을 가진 직후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모든 특허 소송을 서로 취하하기로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 회장의 출장은 17일 '부당합병·회계부정' 상고심 선고기일을 앞두고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그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부당하게 추진·계획하고,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 5000억원대 분식 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1심과 2심에선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면 재판 시작 이후 4년10개월 만에, 그리고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10년 가까이 겪은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면 적극적인 경영 활동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의 부진과 미국 관세 정책 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결단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권용삼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