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땐 북·미 간 최악의 딜 경계해야" "누가 대통령 되든 우리 기업엔 부정적 영향"
[미국 대선 D-45] ‘해리스·트럼프 한반도 정책’ 전문가 대담
A : 박인휘=“트럼프는 자신이 세계에서 김정은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점이 미국의 대북 정책에 반영돼 현재 대북 기조와는 크게 다른 정책이 나올 것이다. 이 정책의 성공 여부에 따라 북·미 관계는 대폭 개선되거나 매우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A : 서정건=“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2기 행정부는 가장 중요한 첫해인 2025년에 주로 중국 견제, 우크라이나 전쟁, 국경 문제, 관료제 등 산적한 이슈에 골몰할 것이다. 북한 이슈는 2026년 중간선거 이후에 자신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도 대미정책 변화에 주저할 가능성
A : 박=“그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주목할 부분은 지난 2016년 대선에 임했던 트럼프 캠프와 현재 대선을 치르고 있는 트럼프 캠프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트럼프 주변 전문가들이 이전보다 매우 정교하게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미 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깊어졌다.” A : 서=“트럼프가 김정은과 다시 만나려고 할 때 소위 ‘나쁜 딜(bad deal)’이 되지 않도록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보를 미리 수집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 미국의 행정부, 의회, 언론, 정당 등을 대상으로 공공 외교를 적극 펼쳐야 한다.”
A : 박=“선거 유세 과정에서 나온 멘트라고 생각한다. 공식적인 언론 브리핑이나 회담이었다면, 트럼프가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레토릭 차원에서 던진 말로 봐야 한다.” A : 서=“트럼프 개인이 지지자들 앞에서 행한 발언을 공식적인 외교 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Q : 김정은 위원장이 내심 트럼프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을 것 같은데, 트럼프 재집권 시 북한의 대미 정책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A : 박=“김정은이 트럼프에 대해 약간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외교 담판을 해봤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이 트럼프의 재집권을 기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북한 핵무기에 대해 최종적으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로 인해 오히려 김정은이 대미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에 주저할 가능성이 크다.”
A : 박=“트럼프 재집권 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공화·민주를 막론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선호하는 미국인들의 정서도 우리 정부에겐 부담이다. 일정 부분의 인상은 수용하되, 거기에 합당한 반대급부를 얻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보다 강력한 핵우산 등이다.”
Q : 국내에선 자체 핵 보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가 거론되기도 했다. 군사적 측면에서 트럼프 집권 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노려볼 만한 이익은 무엇인가.
A : 서=“공화당 쪽에서 나오는 얘기다. 핵 정책에 있어 민주당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미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다. 원자력과 관련해선 미 의회의 입법이 중요한데, 우리가 미 의회를 설득해서 핵 보유를 얻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A : 박=“두 가지 대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실제 산업 정책은 의회가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에 의원 외교 등을 통해 미 상·하원의 의사결정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 한국 기업과 공장이 있는 미국 지역구 의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우리 입장을 설명하는 것이다. 둘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미 국민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해 기업 가치와 이미지를 끌어 올리는 것이다.”
A : 서=“보복 관세 정책에 집중하는 트럼프와 달리 민주당 쪽은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 다소 유연한 입장이다. 어느 정당이 정권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그린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참고로, 지난 2016년에 당선됐던 트럼프는 캘리포니아주의 환경 규제에 대해 무력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소송으로 시간만 끌다가 결국 유야무야됐다. 대통령과 의회, 양대 정당뿐만 아니라 주 정치와 사법 시스템까지 총체적으로 살펴본다면 대책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다.”
A : 서=“해리스가 집권한다면 우선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이후에 순차적으로 북한 정책에 대한 리뷰가 내부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 문제가 미국 내에서 어떻게 얼마나 정치 쟁점이 될 것인가에 따라 향후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A : 박=“같은 민주당 소속이라는 차원에서, 큰 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승계할 가능성이 크다”
Q : 김정은에 대한 접근 방식도 트럼프와 다를 것 같다. 해리스는 “독재자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톱다운 방식의 협상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해리스와 김정은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될 것으로 전망하나.
A : 서=“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은 외국의 독재자와 만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 왔다. 이는 민주주의 수호 및 독재 반대라는 민주당의 이념적 지향과 대통령으로서의 외교 리더십 간의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오바마와 힐러리는 모두 독재자를 만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하지만 해리스는 해외 독재자들, 특히 김정은을 거론하면서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의 비위를 맞추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여성 후보로서 군사·안보 이슈에 강한 면모가 있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국제 관계 해법에 있어 트럼프와 대척점에 있다는 것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Q : 해리스가 집권할 경우 북한의 대미 정책은 어떻게 전개될까. 바이든 정부 때의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는가. 아니면 북한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할까.
A : 서=“북한의 경우 일단 핵 능력의 고도화와 ICBM 완성이 최대 관심사다. 이를 완전히 달성할 때까지 미국과의 만남에 열의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통한 확장억제 전략을 더욱 현실적인 것으로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A : 박=“해리스가 승리한다면 북한의 대미 정책은 현재와 같은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먼저 움직일 가능성은 매우 작다.”
민주당 쪽은 보조금·세제 혜택 다소 유연
Q :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등과 관련된 정책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는가.
A : 서=“확장억제와 관련해선 북한 핵에 대한 한·미 공조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것인가가 중요하다. 핵 공유에 부정적인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한·미 핵협의그룹(NCG) 방식의 핵 공동 대응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짤 필요가 있다.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선 트럼프 정도는 아닐지라도 지속적인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주한미군의 지위와 관련된 변화는 적어도 해리스 정권 하에서는 전혀 없을 것으로 보인다.” A : 박=“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확장억제,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등과 관련된 정책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Q : 해리스는 동맹에 대한 인식도 트럼프와 다르다. 한·미·일 3자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A : 서=“바이든 시대에 강조되기 시작한 격자형 동맹 방식, 혹은 소다자주의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미국 주도 리더십을 확실히 유지하면서도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선호해 온 일종의 다자주의적 접근을 가미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실용적인 참여 입장에 대해 미리 검토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A : 박=“한·미·일 협력 강화가 유지될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강조된 만큼, 이 전략의 성공 조건 중 하나인 한·미·일 협력이 앞으로도 중시될 것이다.”
Q : 반도체, 자동차, 관세 등과 관련해서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은.
A : 박=“누가 대통령이 되든 우리 기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다. 반도체의 경우 글로벌 산업 전반과 연동된 측면이 강해 미국은 물론이고 글로벌 마켓 전체에 대한 전략과 고려가 필요하다. 자동차 산업은 미국이 갖고 있는 독특한 정서가 있다. 노동자들의 입장을 적극 고려하는 민주당 전통을 감안할 때 한국 경제에 미칠 피해가 다소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세의 경우, 해리스나 트럼프나 비슷한 정책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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