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할 때 먹어야지"…민물고기 잘 못 먹었다간 '담도암'까지?

정심교 기자 2025. 3.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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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어류에서 발견된 기생충의 현미경 확대 사진.

포근한 봄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민물낚시에 나서는 이들이 늘었다. 그런데 갓 잡은 민물고기를 싱싱할 때 먹어야 한다고 여겨 섣불리 날것을 먹었다간 기생충에 감염되고, 방치했다간 암까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의학계에서 기생충 감염병을 '중증질환의 씨앗'으로 여기는 이유다. 과연 한국인에게 많이 발견되는 기생충은 무엇이고, 우리 몸에 얼마나 위험할까.

기생충은 숙주 몸속에 달라붙어 영양분을 훔쳐 가는 매우 작은 동물이다. 사람 몸속에 침입한 기생충은 주인(사람)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하루에 고작 밥알 2~3톨가량 영양분만 뺏어간다. 사람 몸에서 자신이 살 '집'과 '먹이'를 얻고 알까지 낳으며 종족을 번식시킨다. 사람과 기생충 가운데 기생충에게만 유리한 구조여서 '공생'이 아닌 '기생'이라 부른다.

기생충은 생김새에 따라 '선충류'와 '흡충류' 등으로 나뉜다. 선충류는 몸매가 실(線)처럼 길고 가느다란 기생충이다. 법정 감염병을 유발하는 기생충 6종(회충·요충·편충·간흡충·폐흡충·장흡충) 가운데 회충·요충·편충이 선충류다. 회충에 감염되면 대부분은 증상이 없지만 가벼운 위장 증상, 영양장애부터 심하면 장폐색증까지 유발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 편충증도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많은 수에 감염되면 복통, 만성 설사, 빈혈, 체중 감소 등이 생길 수 있다. 요충증은 주로 어린이에게 항문 주위 가려움증, 피부 궤양 등을 유발한다.

흡충류는 기생 도구인 '흡반'(빨아들이는 기관)이 있고 선충류보다 넓적하다. 법정 감염병 유발 기생충 6종 중 간흡충·폐흡충·장흡충이 흡충류에 속한다. 이 중 치명적인 기생충이 간흡충이다. 간흡충은 담도에 기생하면서 상처를 내고, 담도를 확장하면서 만성 염증을 일으킨다. 감염된 사람은 무기력증·복통·소화불량 등 증상을 유발한다. 심해지면 사람에게 담도염, 담도성 간경변, 담도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 간흡충은 담도암 유발 1급 발암 원인 생물체다.

문제는 한국인에게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생충 감염병이 간흡충이라는 사실이다. 간흡충은 식품 매개 기생충 감염으로, 감염률은 2005년 9.1%, 2012년 9.4%, 2021년 3.3%, 2024년 2.3%로 꾸준히 줄고는 있지만, 일부 유행 빈발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5% 이상 높은 감염률을 보인다.

현미경으로 확대 관찰한 선충류의 기생충.

장흡충은 사람에게 설사, 복통, 고열, 복부 불쾌감, 소화불량, 식욕부진, 피로감을 일으킬 수 있다. 폐흡충은 심한 기침, 피 섞인 쇠녹물색의 가래, 흉통, 호흡곤란 등을 일으킨다. 이들 흡충류의 주된 감염 매개는 '민물고기'다. 평소 민물고기를 즐겨 먹으면서 이 같은 증상이 있다면 진료받아야 한다.

흔히 1년에 한 번 약국에서 구충제를 사 먹으면 기생충 감염증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 여긴다. 과연 그럴까. 일반적으로 약국에서 파는 구충제는 '알벤다졸' 성분으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하지만 알벤다졸로 죽는 기생충은 선충류로 한정돼 있다. 알벤다졸은 선충류의 먹이인 포도당의 공급을 차단해 선충류를 굶겨 죽인다.

흡충류는 '프라지콴텔'이라는 전문의약품으로 잡을 수 있다. 흡충류로부터 칼슘을 빼내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흡충류 감염 시 알벤다졸 복용은 효과가 없다.

몸속 기생충 존재 여부는 대변에서 기생충알(충란)이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충란 검사'로 알 수 있다. 기생충이 사람 몸속에서 알을 낳고 이를 번식시키기 위해 대변과 함께 알을 배출시키기 때문이다. 충란 검사는 가까운 병·의원에서 따로 받을 수 있다. 의사의 판단으로 환자의 증상이 기생충 감염증으로 의심되면 혈액·대변·소변·담 또는 다른 감염 조직 검체를 채취해 검사한다.

간흡충·장흡충은 식품을 매개로 삼는 기생충이다. 따라서 민물고기를 날것으로 먹는 생식 습관이 이들 기생충에 감염될 위험을 키운다. 따라서 자연산 민물고기는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만약 기생충 감염이 의심되면 각 지역 보건소에서 적극적으로 검사받아야 한다.

나무 속에 사는 기생충.

민물은 아니지만 최근 바다에서 잡은 고등어에서 사람의 위벽을 뚫을 수 있는 '고래회충'이 다량 발견돼 충격을 준다. 일본 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1일 "동해 2개 해역서 2022~2023년에 잡힌 고등어 가운데 고래회충 As(Anisakis simplex) 마리당 평균 13.6개체와 9.7개체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고래회충에 감염되면 식중독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 후 3~5시간 이내 복통과 메스꺼움 등을 느끼고, 위염·위궤양을 유발할 수 있다. 고래회충이 위벽을 뚫고 들어가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고래회충에 감염되면 내시경을 이용해 직접 유충(어린 기생충)을 제거해야 한다. 외과적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혹시 모를 고래회충 감염을 피하려면 어류를 영하 20도 이하에서 24시간 냉동하거나, 70도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해 먹어야 한다. 생선회는 신선한 것을 섭취해야 하고, 생선 내장은 먹지 않는 게 좋다.
도움말=박윤선·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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