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한파 뚫은 현대차, 신용등급 '트리플 A' 배경은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가 지난해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정기 주총에서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 신용등급이 국내외 최상위권에 안착했다. 2024년 글로벌 신용등급 상향을 계기로 투자적격 최상단에 진입한 이후 1년 넘게 해당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신용도가 상단에 고착화됐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 접근성과 자금 조달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18일 현대차 연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S&P·무디스·피치)와 국내 3대 신용평가사(NICE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는 모두 등급 상향 또는 안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글로벌 기준에서 2024년은 변곡점이었다. 글로벌 신평사 기준 기업신용등급(ICR)은 S&P와 피치에서 'A- 안정적', 무디스에서 'A3 안정적'으로 평가됐다. 특히 2023년 S&P 기준 'BBB+'에서 2024년 'A-'로 상향된 후 2025년까지 동일 등급을 유지 중이다. 무디스 역시 2024년 'Baa1'에서 'A3'로 올린 이후 안정적 전망을 이어가고 있다. 피치도 2024년 'A-'를 부여한 뒤 같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국내에서는 상향 폭이 더 컸다. 2023년까지 'AA+'에 머물렀던 회사채 등급은 2024년 4월 NICE신용평가를 시작으로 'AAA(안정적)'로 올라섰고 이후 한국신용평가(2024년 9월), 한국기업평가(2024년 10월)까지 잇따라 최고등급에 진입했다. 2025년에도 3사 모두 AAA 등급을 유지했다.

신용등급 개선 배경에는 수년에 걸친 실적 성장세가 자리한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86조2545억원으로 전년(175조2312억원) 대비 6.3% 증가했다. 2023년 162조6636억원과 비교하면 2년 새 14.5% 성장한 규모다.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연간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갱신했다. 동시에 과거 대규모 투자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잉여현금흐름(FCF)은 2025년 약 6조원 규모 흑자로 전환되며 체력 개선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이 기간 글로벌 판매량은 연간 414만대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도매 기준 연간 100만대 판매를 달성했다. 북미 소매 판매는 122만대로 8% 성장했으며 5년 연속 소매 판매 신기록, 3년 연속 총판매를 기록했다. 차량 평균판매단가(ASP) 상승도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국내에서는 승용차 평균가격이 5270만원에서 5617만원으로 상승했다. 해외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레저차량(RV) 비중 확대에 따라 RV 평균가격이 6744만원에서 8044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금융 계열사의 신용도 개선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대캐피탈은 2024년 글로벌 3대 신평사로부터 잇따라 A등급을 획득했으며 현대카드도 국내 3대 신평사로부터 AA+(안정적) 등급을 받았다. 계열 금융사의 안정적 신용도는 모회사인 현대차의 신용 포트폴리오 전반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신용등급 상향은 자본시장에서의 지위 변화를 의미한다. 글로벌 A, 국내 AAA 등급은 연기금·보험사·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의 자동 편입 요건을 충족하는 수준이다. 현대차 회사채의 수요 기반이 넓어진다는 의미다. 수요 증가로 조달 금리가 낮아지면 현대차는 이자 비용 절감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

현대차는 향후 5년간 국내 125조원, 미국 260억달러 투자 계획을 앞두고 있다. 신용도 최고점 도달은 자금 조달 조건과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성장 과실을 주주와 나누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된다. 현대차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 11∼12% 달성과 총주주환원율(TSR) 35%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적극적인 주가 관리를 위해 향후 3년간 자사주 매입 총 규모를 4조원으로 설정하고 기보유 자사주 중 발행주식수의 3%에 해당하는 물량을 3년간 매년 1%씩 소각하는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A등급 랠리는 재무적 성과를 넘어 대규모 투자와 주주환원을 실행할 기초 체력을 증명했다"며 "글로벌 모빌리티 경쟁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동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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