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1톤 트럭 시장은 디젤, 즉 경유차가 주류지만, 사실 LPG를 연료로 쓰는 트럭들도 꽤나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1, 2차 석유 파동 이후 원유 의존도를 줄여야만 했던 정부는 특정 연료로의 쏠림을 막고 연료를 골고루 쓸 수 있도록 에너지 다원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동차 배출가스 문제까지 서서히 일기 시작하면서 저공해 연료인 액화석유가스(LPG)를 1톤 이하 트럭과 승합차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당시 LPG차는 영업용 택시나 관용차, 국가유공자에만 국한됐기 때문에 기존의 경유만 쓰고 있던 소형 트럭과 승합차를 추가해 에너지 다원화는 물론 환경 문제도 달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계획이었죠.

이렇게 1994년 1톤 트럭의 명가 기아에서 출시한 와이드 봉고를 시작으로 LPG 화물차들이 시장에 정식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4기통 2.2L LPG 엔진은 승합차 '베스타', 심지어 고급 세단 '포텐샤'와 공유하는 사양으로 2.7L 배기량의 신형 디젤 엔진보다 오히려 마력 면에서는 앞서기도 했어요.

당연히 현대차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죠. 2.4L LPG 엔진을 탑재한 포터를 선보여 봉고보다 더 높은 출력을 제공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한 가구에 차가 여러 대 있는 집이 흔하지 않았고 오히려 차가 없는 집이 더 많았을 시기죠. 이 1톤 트럭들 역시 화물운송 뿐만 아니라 패밀리카까지 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LPG 트럭은 저렴한 연료비, 디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소음과 진동 부분에서 우세했고 나름 쏠쏠한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시면 가정집에서나 쓸 것 같은 LPG 탱크를 아랫배에 매달고 다녔던 이 구형 트럭들을 보신 기억이 있을 거예요.

이 무렵 등장한 경상용차 대우 '다마스'와 '라보', 기아 '타우너'도 출시 초부터 LPG 연료를 주력으로 사용해왔던 차량들이죠.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죠. 디젤 엔진을 상회할 만큼 출력은 충분했지만, 토크가 낮아 상대적으로 초반 가속 성능은 조금 부족했습니다. 또 기화 방식을 썼던 이전 LPG 차량들의 고질적인 단점이었던 겨울철 시동 불량 문제, 냉간 시 출력 저하 문제도 있었죠. 결국 2003년을 끝으로 LPG 1톤 트럭은 단종됐습니다만, 그래도 LPG 모델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었고 디젤차의 배출가스 문제 역시 여전히 걸림돌이었기에 정부에서는 디젤 트럭을 LPG로 전환하는 개조 사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상당 기간 유지되어 왔습니다.

이렇게 저무는가 싶던 LPG 트럭, 다시금 꿈틀하기 시작했죠. 2009년 기아차가 액상 분사 방식의 2.4L LPI 엔진을 탑재한 '봉고3'를 출시 그동안 발전을 거듭한 LPG 파워트레인은 상용차에서도 무리가 없는 수준의 출력과 효율을 선사했습니다. 요즘 LPG 차를 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LPG 차가 겨울에 고생한다는 말이 이제 옛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영하권에서 일발 시동이 가능해진 것도 돋보이는 장점이었죠.

다만 뒷좌석을 갖춘 '더블캡' 모델의 부재, 오로지 5단 수동 변속기만 선택할 수 있다는 점과 여전히 디젤에 비하면 저속 토크가 낮아 중량 대비 부피가 큰 짐이나 적재량의 변화가 크지 않은 특장차로 활용하는 등 제한적인 범위로 이용되긴 했지만, 끊이지 않는 환경 문제로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사업에 힘입어 2021년 한 해에만 연 1만 대 넘게 판매됐습니다.

그리고 2023년, 그동안의 존버가 빛을 발하는 걸까요? 디젤과 전기만이 거론되던 1톤 트럭 시장이 이 LPG 파워트레인을 위주로 대대적인 재편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군림해오던 디젤이 아예 시장에서 퇴장하게 되면서 LPG가 그 빈자리를 꿰차게 된 건데요. 기아 봉고3는 물론 그동안 선택지가 없었던 현대 '포터' 역시 LPG 파워트레인을 갖추게 됐고, 자동변속기와 더블캡 사양도 물론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디젤 파워트레인 대비 여전히 초반 가속 성능에는 아쉬움이 있었죠.

현대-기아차는 직분사 및 터보 차저를 적용한 신형 'T-LPDi' 엔진을 탑재해 그동안 지적받던 출력과 효율 문제 배출가스 문제까지 개선하면서 3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디젤 대비 아쉬웠던 저속 토크까지 크게 증대되면서 힘 딸린다는 선입견을 완전히 타파했다고 하네요. 이게 또 승용차도 아니고 1톤 트럭에 처음으로 탑재된다니 정말 의외입니다.

이 밖에 한때 수많은 사장님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요소수 대란 그래도 정책에 따랐을 뿐인데,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번질 기세인 전기 트럭의 충전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다는 게 이 신형 LPG 트럭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외관에서의 변화는 종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측면에 길다란 가스통을 매달았던 이전 차량들과 달리 차축 후방 스페어 타이어 자리에 새로 개발한 '도넛형 봄베'를 장착해 더욱 깔끔하게 마무리한 것이 특징입니다.06:13

여기에 버튼 시동 스마트키, 기존에는 전기차에만 제공되던 10.25인치 순정 내비게이션,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 등 승용차 부럽지 않은 각종 편의장비까지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연평균 15만 대 규모에 달하는 국내 1톤 트럭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건 디젤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판매되어 온 만큼 안정적인 품질을 제공했지만, 뗄래 야 뗄 수 없었던 배출가스 문제가 결국 발목을 잡았습니다. 크고 작은 짐을 운송하는 거의 모든 일터에서 늘어난 택배 수요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파트 단지를 누비는 1톤 트럭 특성상 이들이 내뿜는 1급 발암물질인 디젤 배출가스는 단순한 거부감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죠.

여기에 얼마 전 불거진 요소수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해 멀쩡한 차량을 운행하지 못하면서 개개인의 생활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순수 전기 트럭이었지만,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 용량의 한계로 단거리 화물 수송용이라는 제한적인 용도로 개발됐고, 태생적으로 짧은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 그로 인해 잦아진 충전 주기는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안겼습니다.

다행히 이번 신형 LPG 트럭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소해줄 확실한 대안입니다. 디젤 엔진 못지않은 출력은 물론, 환경부 배출가스 1등급 심지어 글로벌 기준으로도 가장 엄격한 북미 배출가스 기준인 'SULEV30' 기준을 만족시키는 친환경성 덕분에 트럭임에도 3종 저공해 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요.

또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요. 올해 12월까지 환경부에서 진행하는 LPG 화물차 신차 구입 지원사업을 통해 LPG 화물차 신차 지원금 기본 100만 원을 포함, 조기 폐차 지원금까지 합쳐 최대 900만 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교체를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은 서둘러 신청하시면 되겠습니다. 지원금액이 상당한 만큼 총 1만 대 한정이라 기간이 넉넉하진 않습니다.

특히 노후된 디젤 1톤 트럭 뿐만 아니라 차종, 연식에 상관없이 경유차를 폐차하고 LPG 화물차를 신차로 구매하면 지원금 대상에 포함된다고 하니 환경부와 한국환경관리공단이 운영하는 'mecar' 홈페이지를 통해 소유하고 계신 디젤 차량이 조건에 해당하는지 조회해 보시면 되겠고, 앞서 22년 11월 1일 이후에 이미 노후 경유차 폐차 말소를 진행했거나 매연저감장치(DPF)를 별도로 장착하신 경우에도 2년이 경과했다면 지원이 가능하다고 하니 관련 정보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새로운 LPG 1톤 트럭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친환경에 대한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상용차들도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시대의 요구를 외면할 수는 없게 됐죠. 앞서 검은 매연을 뿜어대던 디젤 버스들도 천연가스로, 또 전기로 동력원을 바꾸면서 도심 속 공기질 개선 효과를 확실하게 체감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1톤 트럭이 전부 LPG와 전기로 전환되는 과감한 변화가 이루어지는데요. 이 차들이야말로 대한민국 물류의 최전선에서 동네 곳곳을 누비는 우리 일상에 가장 밀접한 제품들인 만큼 이 변화가 더욱 크게 체감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히 파워트레인 부분에서만큼은 이전과 같은 아쉬움이 없도록 제대로 준비했다고 하니, 모쪼록 1톤 트럭 교체를 고려하고 계신 사장님들께서는 이번 지원금 혜택 놓치지 마시고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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