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교묘히 이용한 한국, "터키 파워팩 기술이전 거부의 내막"

K2 전차 파워팩

튀르키예의 알타이 전차 프로그램은 상당 기간 파워팩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원래 독일에서 파워팩을 수입할 예정이었으나, 시리아 내전 관련 문제로 독일이 수출을 거부하면서 터키는 대안을 찾아야 했죠.

2021년 초, 튀르키예는 한국의 K2 전차용 파워팩 도입을 위해 협상을 시작했고, 양국 간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습니다.

BMC(튀르키예 방산기업)는 한국 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와 엔진 공급계약을, S&T중공업과는 변속기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늘 그랬듯, 튀르키예는 해외에서 무기도입 시 엄청난 기술이전을 요구하는데 한국에서 파워팩 도입과 관련해서도 많은 기술 이전을 요구했습니다.

당초 튀르키예는 한국에서 기술 이전을 받아 자국내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파워팩을 생산할 예정이였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한국에서 만든 파워팩을 튀르키예가 직도입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의 입장이 왜 그렇게 갑자기 변했을 까요? 이제부터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한국과 튀르키예의 기묘한 파워팩 로맨스


2021년 초, 튀르키예는 마치 구원자를 만난 듯 한국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BMC(튀르키예 방위산업체)는 두산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과 손을 잡았고, 처음에는 '파워팩 공동생산'이라는 달콤한 계약이 성사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죠. 국제 정치라는 큰 손이 이 기술 로맨스에 끼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그림자, 기술이전이 사라진 미스터리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정말 흥미로워집니다.

2021년 10월, 튀르키예의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후, 갑자기 협상 내용이 '공동생산'에서 '직수출'로 바뀌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2021년 한국을 방문한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강은호 당시 방위사업청장의 회담 사진

당시 Defense News의 보도는 이 변화의 배경에 미국이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튀르키예는 2019년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았습니다.

F-35 프로그램에서 퇴출된 것은 물론이고, 이후 튀르키예의 거의 모든 방산 활동에 미국의 영향력이 드리워졌습니다.

미국은 NATO 동맹국인 튀르키예가 러시아 무기를 들여온 것에 대해 '동맹의 배신'이라고 느꼈고, 튀르키예를 '벌주기'에 나섰습니다.

여기서 한국의 파워팩 기술이전이 미국의 '감시 레이더'에 걸린 겁니다.

미국의 방위산업 전문지인 Defense News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에 "너희가 튀르키예에 첨단 전차 기술을 넘겨주면, 우리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은밀하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Defense News는 튀르키예의 한 고위 관계자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행정부가 한국에 전차엔진 기술을 튀르키예에 이전하지 말라는 압력을 가할까 봐 두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미국의 실제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입니다.

미국의 방산 기술 통제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F-16V

더 흥미로운 점은, 당시 튀르키예는 F-16 업그레이드를 미국에 요청한 상태였는데, 미국 하원의원 41명이 이 판매를 반대하는 서한을 블링켄 국무장관에게 보냈다는 사실입니다.

튀르키예는 사실상 '방산 고립'의 위기에 처해있었던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파워팩 기술이전은 미국에게는 '레드라인'이었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국도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한국이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가에 첨단 군사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상당한 외교적 리스크였을 테니까요.

결국 한국은 '기술이전은 없지만, 제품은 판매한다'는 절묘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과 튀르키예의 숨은 계산법


한국은 튀르키예의 협상에서 묘한 '윈-윈'을 얻어냈다고 봅니다.

한국은 자국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한 변속기(파워팩의 핵심 부품)를 포함한 파워팩을 튀르키예라는 기술이전 없이 새로운 시장에 수출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방산 업계에서는 기술이전 없는 수출이 '꿈의 계약'이라고 합니다.

기술 유출 위험없이 순수한 판매 이익만 챙길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은 사실상 국내에서는 채택하지 않았던 파워팩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상당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K2 전차 파워팩

튀르키예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물론 기술이전을 받지 못해 아쉽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한국에서 파워팩 직도입으로 멈춰있던 알타이 전차의 생산을 서둘러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경험을 통해 자체 파워팩 개발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을 겁니다.

튀르키예의 무모한 도전?


현재 튀르키예는 BATU(Bağımsız Tank Güç Ünitesi)라는 파워팩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이베코사(Iveco)와의 기술협력으로 튀르키예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차 동력계통의 완전한 독립을 꿈꾸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도전입니다.

튀르키예가 개발중인 바투 파워팩

튀르키예는 1,600마력의 디젤 엔진과 자국산 변속기 개발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지만, 튀르키예의 산업 기반을 고려할 때 이는 '무모한 도전'에 가깝습니다.

자동차와 엔진 제조 기반 및 정밀기계 산업이 취약한 튀르키예가 단기간에 고성능 파워팩을 개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를 보유하고 자동차 엔진 개발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도 K2 전차용 파워팩 국산화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수십 년의 자동차 엔진 개발 경험과 산업 인프라를 갖춘 한국조차 전차 파워팩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은 튀르키예의 도전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줍니다.

튀르키예의 바투 파워팩은 당초 2020년에 개발을 시작에서 단 4년 만인 2024년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개발이 지연되어 2028년으로 목표가 조정된 것은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반영합니다.

그러나 2028년이라는 새로운 목표도 튀르키예의 현재 산업 역량을 고려할 때 매우 낙관적인 전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외신에서는 튀르키예의 BATU 파워팩 개발이 더 지연되거나 계획된 사양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바투 프로젝트의 현실적 귀결


그럼 튀르키예의 바투 파워팩 개발 프로젝트는 결국 어떻게 될까요?

저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첫째, 튀르키예는 바투 파워팩 개발을 계속 추진하겠지만, 결국 목표했던 성능과 신뢰성에 도달하지 못하고 '반쪽짜리 성공'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튀르키예는 자국산 파워팩을 선전용으로 소수 생산하면서도, 실전 배치되는 대부분의 알타이 전차에는 한국산 파워팩을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튀르키예가 개발중인 바투 파워팩

둘째, 튀르키예가 바투 파워팩 개발에 너무 많은 자원을 소모하고도 성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하면, 결국 한국산 파워팩의 라이선스 생산이나 다른 외국 파워팩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자존심이 센 튀르키예에게 문제일 수 있지만, 경제적, 군사적 현실은 종종 자존심보다 우선합니다.

만약 튀르키예가 한국산 파워팩의 성능에 만족한다면, 튀르키예는 자국의 바투 파워팩 개발에 들이는 막대한 비용과 불확실성을 재고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국방 예산이 제한된 상황에서 '완벽한 국산화'보다 '적절한 성능의 확보된 솔루션'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결정일 수 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보듯, 야심찬 국산화 프로젝트가 종종 기술적, 경제적 현실에 부딪혀 수정되거나 축소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튀르키예의 바투 파워팩도 이러한 패턴을 따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업기반의 중요성과 방산 현실주의


국산화와 기술 독립은 모든 나라의 꿈이지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산업기반이 필수적입니다.

결론적으로, 튀르키예의 알타이 전차와 한국의 파워팩, 그리고 바투 파워팩의 이야기는 단순한 방산 협력을 넘어 산업기반의 중요성, 기술 발전의 단계적 특성, 그리고 국가의 자존심과 현실 사이의 균형이라는 깊은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튀르키예가 바투 파워팩 개발에서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한국산 파워팩이 알타이 전차의 주력 동력원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결국 한국의 방산 수출에 있어 외교력이 뒷받침 된 값진 성공 사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