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설은 아니지만 조건은 최고… 박찬호, 두산행 사실상 확정

올겨울 스토브리그의 중심에 서 있던 박찬호가 마침내 새로운 둥지를 찾는 모양새다. 수많은 소문과 예측이 엇갈리는 동안 여러 구단이 접촉했고, 금액과 조건이 오가는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지만 마지막까지 남은 두산과 KT의 최종 2파전 끝에 무게추는 결국 두산 쪽으로 기울었다. 아직 공식 발표는 남았으나, 여러 관계자들이 “사실상 끝났다”고 입을 모으고 있을 정도로 분위기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박찬호가 이번 F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 데에는 이유가 분명하다. 유격수는 리그에서 가장 희소성이 높은 포지션이며, 공수주 삼박자를 고르게 갖춘 선수를 찾기란 더욱 어렵다. 박찬호는 지난 7년간 KIA 내야의 중심을 잡아온 선수이자, 리그 정상급 기동력과 넓은 수비 범위를 갖춘 몇 안 되는 유격수다. 군 복무 복귀 이후 매 시즌 13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꾸준함을 입증했고, 지난 2023년엔 3할 타율을 기록하며 공격에서도 확실한 성장을 보였다. 지난해 통합우승 당시에도 KIA의 가장 중요한 전력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올해 역시 134경기 타율 0.287, 148안타, 27도루라는 안정된 성적을 냈고, 시즌 내내 단단한 수비로 팀의 리듬을 만들어냈다. KBO리그에서 “안정감 있는 유격수”라는 단어는 쉽게 붙일 수 없는 표현인데, 박찬호는 자연스럽게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반열에 오른 선수였다.

스토브리그가 개장하자 가장 먼저 움직인 팀은 두산이었다. 두산은 개장 첫날부터 박찬호 측과 미팅을 진행하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반면 원소속팀 KIA는 첫 만남에서 탐색전 수준에 그쳤고, 롯데 역시 김태형 감독의 의지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단 내부 사정과 경영진 변화 이슈 때문에 공격적인 접근을 하지 않았다. 여기에 “몸값이 너무 높아졌다”는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는 두산과 KT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KT 역시 심우준의 한화 이적 이후 유격수 자리가 비어 있었기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관계자들은 “두 팀의 조건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박찬호의 마음을 마지막으로 움직인 것은 결국 두산의 확신에 찬 태도였다. 두산은 금액뿐 아니라 전체적인 팀 비전, 박찬호가 팀 내에서 맡게 될 역할, 내야의 미래 구상 등을 꾸준히 제시하며 신뢰를 쌓았다.

특히 유격수 자원인 안재석이 있음에도 박찬호에게 과감한 투자를 한 점은, 단순한 전력 보강을 넘어 센터라인을 확실히 재정비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안재석은 공격력은 매력적이지만 수비에서 잦은 흔들림을 보였고, 이는 시즌 전체 흐름에 영향을 준 적도 있었다. 박찬호가 합류한다면 안재석은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어 장점이 더욱 살아나는 구조가 된다.

두산이 이번 겨울을 ‘반등의 시기’로 설정한 것도 박찬호 영입에 힘을 실었다. 팀은 2025시즌 9위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였고, 새롭게 김원형 감독 체제가 시작되며 변화가 불가피했다. 코칭스태프 역시 대대적으로 개편됐다. 전 키움 감독 홍원기가 수석코치로 합류하고, SSG에서 내야 수비를 총괄하던 손시헌이 QC 코치로 들어왔다. 국가대표 타격코치였던 이진영까지 합류할 예정이어서 코칭진만 놓고 보더라도 리그 최상급 구성이다.

여기에 박찬호가 더해진다면 두산이 구상하는 내년 야구의 뼈대는 한층 더 단단해진다. 박찬호는 내야의 핵심이자 1~2번을 맡을 수 있는 테이블세터, 그리고 빠른 경기 운영을 이끌 수 있는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된다. 그동안 두산이 보여온 ‘끈끈한 야구’는 박찬호와 만나 더욱 명확한 색깔을 갖출 수 있다.

이번 계약은 FA 시장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시장은 시작은 조용했지만, 최대어 박찬호의 향방이 사실상 결정되면서 다른 선수들의 협상도 속도를 낼 것이 당연하다. FA 계약은 통상적으로 첫 계약금이 기준점 역할을 하는데, 박찬호의 계약 규모는 심우준의 계약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다른 선수들의 몸값 산정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두산은 박찬호에 이어 또 다른 FA 영입도 검토 중이다. 특히 김현수라는 ‘빅 네임’의 이름까지 언급되면서 구단이 올겨울을 정말 강하게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내부 FA인 이영하, 최원준과의 협상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스토브리그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팀일수록 다음 시즌 성적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두산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이번 영입전에서 박찬호의 선택은 결국 ‘확신을 준 팀’이었다. 유격수라는 자리는 팀의 중심을 잡는 위치이며, 단순히 돈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 박찬호는 자신이 가장 안정적으로 뛸 수 있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팀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스토브리그의 첫 폭발음은 그렇게 시작됐다. 남은 건 공식 발표와 함께 뒤이어 터질 또 다른 영입 소식들이다. 올해 FA 시장의 불꽃은 이제 막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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