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이 '포퓰리즘'을 다루는 방식은
부정평가 일색인 '포퓰리즘' 관련 사설…사설 건수도 압도적
"편 가르기 통한 대립과 갈등 부각"…진보 언론의 대응 필요성 강조돼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조선일보·중앙일보 등 보수신문이 사설을 통해 '포퓰리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한겨레·경향신문 등은 포퓰리즘 논쟁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진보성향 언론이 포퓰리즘과 관련된 논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기형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 황경아 경희대 미디어학과 강사, 김은정 논리커뮤니케이션 연구소장 등은 지난 8월 31일 사단법인 '언론과사회' 학술지에 '언론이 재현하는 정치적 기획으로서의 포퓰리즘의 특징과 쟁점'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진이 주목한 키워드는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의 본래 뜻은 '대중주의'지만, 언론·정치 일반에선 '대중영합주의'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주로 부정적인 의미다.

연구진은 신문사가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절(2013년 2월~2021년 7월) 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경향신문 사설을 살펴봤다. 분석 대상은 포퓰리즘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사설 375건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포퓰리즘을 자주 언급하며 논의를 주도하고 있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절 조선일보의 포퓰리즘 관련 사설은 총 184건으로, 중앙(118건), 경향(38건), 한겨레(35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143건의 포퓰리즘 관련 사설을 썼다.
특히 조선일보·중앙일보가 문재인 정부 시절 작성한 포퓰리즘 사설은 모두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반면 경향신문의 경우 긍정적·부정적 칼럼이 각각 8건이었다. 한겨레는 긍정적 칼럼 4건, 부정적 칼럼 20건이다. 논문은 “(조선일보·중앙일보의) 포퓰리즘 이슈 제기와 비판은 대부분 '진보 성향' 정권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보수 성향 정권인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포퓰리즘이 등장하는 사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설명했다.

사설 내용을 살펴보면 논조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논문은 조선일보·중앙일보의 포퓰리즘 사설을 △'구분 짓기'와 '편 가르기'를 통한 대립과 갈등 부각 △복지정책과 복지공약을 매표행위로 정의 등으로 규정했다.
논문은 조선일보의 2015년 10월5일 사설 '“청년들에게 年 100만원 살포”, 해도 너무하는 성남市'를 예로 들었다. 조선일보는 성남시의 청년배당금 정책에 대해 “다른 지역 주민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심을 쓰겠다는 말이다. 그 돈이라도 받아쓰기 위해 다른 지역의 청년들이 무더기로 성남시로 거주지를 이전할 가능성은 없는지 더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논문은 “불특정 다수의 국민이 세금을 내고도 혜택은 받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립 구도와 반감을 조성하면서, 결국 혜택을 받지 못한 국민을 '피해자'로 호명해 내는 '갈라치기'의 전략이 채용되고 있다”면서 “대립 및 감정적 대응이 녹아든 설득을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호명을 중심으로 제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의 시각은 조선일보와 흡사한 면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는 2018년 12월 서울시가 택시 강제배차 정책을 시범 실시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 후 회수한 사건을 두고 사설 '확산되는 '반시장 정책' 흐름을 우려한다'에서 “정부 여당과 일부 지자체의 도를 넘은 반시장적 포퓰리즘 정책의 상징적 사례”라고 했다. 이에 논문은 “절제되지 않은 논리가 반영된 비판”이라고 꼬집었다.

한겨레·경향신문 등이 사설에서 포퓰리즘을 언급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때 사설에서 포퓰리즘을 언급하는 횟수가 늘어났으나, 이는 보수언론·정당의 주장을 단순 언급한 것이었다. 한겨레·경향신문은 포퓰리즘이라는 단어 사용을 자제했고, 보수언론·정치권의 주장을 반박하는 용도로 포퓰리즘을 꺼내들었다.
논문은 한겨레·경향신문 등 진보 성향 언론이 체계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논문은 “한겨레·경향신문은 포퓰리즘이라는 용어 자체를 남용하지 않으면서 부정적 인식 확산이나 담론공세에 참여하지 않는다”라면서 “효과적인 대안적 프레임이나 기획을 사설과 다른 지면에서 조직적으로 구성하는 일이 기존의 관성화된 논의를 벗어날만한 방안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진보 성향 언론이 포퓰리즘 쟁점을 탐구하는 특집이나 탐사보도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으며 “조직적 공론화를 위한 '매체 비평'의 활성화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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