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People] NC 다이노스 김주원

주인공

모든 소설에는 언제나 주인공이 존재하고, 그들은 필히 수많은 갈등을 겪는다. 우리는 그들이 어떤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성장해 나가는지를 흥미롭게 지켜본다. 야구도 그렇다. 매 순간이 한 편의 이야기처럼 흘러간다. 선수들은 경기 속에서 크고 작은 시련을 마주하고,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배트를 쥐고, 패배를 딛고 더 강해진다. 그리고 우린 지난해 또 한 명의 주인공을 발견했다. NC 다이노스 김주원은 가슴팍에 태극마크를 달며 더 큰 무대를 경험했고,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수비로 팬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전반기의 부진을 후반기의 반등으로 바꿔내기 위해, 자기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김주원은 계속 그라운드에 섰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명작은 성장하는 주인공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Jiin Lee Location Tucson Reid Park Annex Fields

지난 <더그아웃 매거진> 출연으로부터 2년 정도 흘렀네요. 표지 모델로 돌아온 소감이 어때요? (2월 2일 인터뷰)
사실 엊그제처럼 느껴지는데, 2년 전이라고 하니까 되게 신기해요. 오랜만의 출연이자 표지 모델이라 긴장되기도 하고요. 평소에 잘 나서는 타입이 아닌데, 막상 이렇게 자리가 주어지니까 기분 좋네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시 데뷔 2년 차 시즌을 마친 직후였어요. 그때와 비교해서 지금은 뭐가 달라졌다고 느끼나요?
전에는 뭐든 마냥 좋았어요. 이렇게 카메라로 찍는 인터뷰도 그때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요.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어색했지만, 동시에 재미도 있었어요. 지금은 조금 더 성숙해지고 내면도 단단해진 느낌이에요. 구체적으로 어떻다고는 말씀드리기가 어렵지만요. (그래도 이런 인터뷰 정도는 이제 익숙하죠?) 아뇨. 아직도 너무 떨리고, 가끔 제가 나온 걸 돌려보는데 손발이 오그라들더라고요. 야구하는 모습은 괜찮은데 말하는 걸 보는 건 역시 쉽지 않아요.

#Level-up

2024년은 NC 다이노스에게 뼈아픈 한 해로 남을지도 모른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진 까닭이다. 여기에 신예 시절부터 꾸준히 활약해 온 김주원 역시 쉽지 않은 전반기를 보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이 이어졌고, 답답함은 점점 쌓여갔다.

하지만 노력이 모이면 결국 결과가 찾아오는 법. 그는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다듬은 끝에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오히려 주전으로 거듭나기 시작한 2022~2023년보다 더 나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을 정도. 그렇게 무기력했던 상반기를 뒤로하고 반등에 성공한 김주원은 이제 ‘2억 원 유격수’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또 한 번 ‘레벨업’하는 기쁨을 누렸다.

얼마 전 연봉이 인상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처음 인상액을 봤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제가 작년 초반에 너무 안 좋았잖아요. 그 부분이 마음에 걸린 탓에 사실 기대가 없어서 ‘동결만 돼도 감사하다’라는 마음으로 빨리 사인하고 나오려고 했어요. 근데 구단에서 생각지도 못한 금액을 말씀하셔서 처음에는 잘못 들은 건지 의심했어요.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죠. 아무래도 맨 앞자리가 바뀌니까 기분도 남다르고 책임감도 생기더라고요.

본인이 느끼기에 지난 시즌 만족도는 어느 정도였나요?
10점 만점에 6점 정도요. 우선 전반기에 보여드린 모습들이 아쉬웠거든요. 물론 예전보다 수비가 나아졌다는 평을 듣긴 했지만, 결정적일 때 실수도 자주 한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전반기에 머리를 밀기도 하면서 슬럼프를 극복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스스로는 어떤 심경이었어요?
머리를 민 건 충동적으로 결정한 거예요. 훈련 도중에 공이 튀어 오르는 과정에서 얼굴에 맞은 적이 있거든요? 입술에 딱 맞았는데 ‘아, 이건 그냥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바로 미용실로 갔죠. 막상 머리가 잘려나가는 걸 보니까 실시간으로 후회되기는 했지만… 어차피 머리는 또 자라는 거니까요.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거나 힘을 준 사람이 있다면요?
감독님, 코치님은 물론이고 선배, 형들까지 팀 모든 분이 다 도와주셨어요. 그냥 지나가는 말로라도 어떻게든 저한테 힘을 주려고 격려해주셔서 엄청 고마웠어요. 특히 송지만, 전민수 코치님께서 제가 힘들어할 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괜찮아지는 중이고 꼭 결과로 드러나게 될 거야”라고 해주셨던 게 큰 힘이 됐어요.

후반기에는 타율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전반기 타율 0.195, 후반기 타율 0.320) 어떤 점이 주효했다고 보나요?
성적이 떨어진 기간 동안 정말 이것저것 시도를 해봤거든요. 혼자 있으면서 저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많은 걸 내려놓게 됐어요. 조급함이나 부담감 같은 걸 마주하고 정리하면서 심적으로 조금씩 여유가 생긴 거죠. 그랬더니 어느 순간 탁 풀렸나 봐요.

평소 오롯이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인가 봐요.
집에서 스피커로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두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곤 해요. 음악 장르는 매번 달라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재즈가 끌릴 때도 있고, 팝송을 듣고 싶은 날도 있고요. 기준이 명확하게 있는 건 아닌데, 그래도 멜로디가 괜찮은 음악을 주로 찾게 되더라고요. 아니면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기도 해요. 제가 필터커피를 마시는 취미가 있어서 일부러 괜찮은 로스터리를 찾아다니기도 하거든요. 특히 피치향 같은 과일 노트 커피를 즐겨 마시고요. 가끔 디저트도 한 번씩 먹을 때가 있는데, 커피에 바스크 치즈 케이크 한 조각 먹으면 진짜 맛있고 힐링 돼요.

#Update-ing

‘김주원답다’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라운드에 서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에너지가 넘치지만, 경기장을 벗어나면 수줍은 청년이 되는 그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시간을 주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다가와 있는 ‘내향인’답게 김주원은 분명하게 변해가고 있다. 설령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이런 그에게, 지난해 예상 밖의 만남이 성사됐다. 동갑내기이자 내야 경쟁자로 자리할 김휘집이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하게 된 것. 연신 기분 좋은 웃음으로 친구를 반긴 김주원의 속마음은 과연 어땠을까.

김휘집이 5월경 팀에 합류하게 됐잖아요. 이 부분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휘집이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마냥 안주하고 있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번쩍 들고, 한편으로는 친구가 온다고 해서 되게 좋았어요. 제가 형들한테 살갑게 잘하는 성격이 못 되는 편인 데다 동갑 친구도 거의 없어서 혼자 다니고 그랬거든요. 근데 휘집이가 오고 나서는 둘이 엄청나게 붙어 다니면서 얘기도 나누고 훨씬 편해졌어요. 그리고 휘집이 성격이 능글맞잖아요. 먼저 활발하게 다가와 주고 해서 재미있더라고요. 근데 돌이켜 보니까 야구장 밖에서 만난 기억은 잘 없네요? (웃음)

훈련할 때 보니 둘이 엄청 화기애애하던데요. 사적으로 자주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친해지게 됐나요?
저희가 동갑이다 보니까 다른 팀에 있었을 때도 경기장에서 만나면 인사하곤 했어요. 트레이드 후에는 아무래도 어색하고 적응 기간이 필요할 거잖아요. 제가 그래도 친구니까 휘집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뭐 훈련장이나 시설 위치라든가 이것저것 다 알려줬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곁에서 지켜본 김휘집은 어떤가요?
팀에 진짜 빨리 녹아들었어요. 팀에 합류한 첫날인데도 형들이 장난치면 바로 받아주고, 친화력이 정말 남다르더라고요. 저라면 시간이 좀 걸렸을 텐데 말이에요. (김휘집이 적응하는 데 본인 지분은 얼마나 되는 것 같아요?) 한 6~70%? 저는 그냥 도움만 준 거죠. 적응은 당사자가 하기 나름인 거니까요.

내향적인 성격으로 보이는데, 훈련할 때는 소리도 크게 내더라고요.
야구할 땐 평소 모습이랑 꽤 달라요. 야구장에서는 아무래도 파이팅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막 일부러 오버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라운드에 서면 자연스럽게 달라지더라고요. (근데 사람들 앞에선 왜 갑자기 수줍어지는 거예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내향인이 그렇듯이 저도 친해지면 활발해지는 스타일이에요.

안 그래도 ‘2024 타운홀 미팅’에 참가한 거 보니 전보다 팬분들과 친해 보이더라고요. 심지어 ‘이머전시 챌린지’도 했던데요?
시간이 흐르면서 낯가림이나 부끄러움이 좀 덜해지긴 했나 봐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인터뷰도 그렇고, 춤추는 그런 것들도 계속하다 보니까 적응을 한 거죠. (챌린지를 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계속 놀렸어요. “죽을래?!” 이러면서 뭐 하는 짓이냐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럴 때면 저는 그냥 “아이~ 한 번만 봐줘~” 이렇게 대답해요.

데뷔 초에 ‘아기 감자’라고 불렸는데, 이 별명을 그다지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더라고요. 너무 귀여운 별명이라서 그런 거예요?
그게 팬분들이 불러주시는 건 좋은데, 다른 데서 들으면 좀 그래요. 너무 귀엽게 보시는 게 좀 민망하긴 하거든요? 그러면서도 이제 안 귀여워해 주신다고 생각하면… 내심 서운할 것 같아요. 그냥 저 ‘아기 감자’ 괜찮은 걸로 할게요.

밸런스 게임 한번 해볼게요. 만약 세상에 구황 작물이 딱 하나만 남아야 한다면? 감자 vs 고구마.
당연히 감자 아닐까요? 제가 감자상 대표라서 그런 건 아니고, 탄수화물이 사람한테 중요한 요소인데 감자는 완전 탄수화물이잖아요. 고구마는 너무 많이 먹으면 살쪄요. 아, 그리고 고구마를 먹으면 방귀 냄새가 너무 심해져서… (헤헷) 어쨌든 감자로 할게요. 설탕 살짝 뿌려 먹으면 맛있잖아요.

#Clutch-Mode

매년 깨어나는 김주원의 잠재력은 큰 경기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한 첫 국제 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렸고, 포스트시즌에서는 짜릿한 끝내기 호수비를 만들어냈다. 모두가 긴장되는 순간, ‘클러치 모드’에 돌입한 김주원은 거칠 것이 없었다. 그는 중요한 순간, 팀이 절실하게 필요로 할 때 더 강해지곤 했다. 위기의 순간마다 빛나는 집중력과 승부처에서의 해결 능력.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도 땄고, 2023 APBC(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와 지난해 프리미어12에도 승선하면서 명실상부 국가대표가 됐어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으면 일단 벅차오르는 게 있어요. 책임감이나 자부심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당연히 팀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그렇지만, ‘Korea’라고 쓰인 의상은 자주 입을 기회가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입는 순간 기분이나 태도가 저도 모르게 달라진다고 느껴요.

아시안게임에서는 처음으로 출전한 태국전에서 홈런을 쳤잖아요. 경기 전부터 타격감이 나쁘지 않다고 느꼈나요?
타격감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때가 제가 성인 대표팀으로서 첫 국제대회를 나가게 된 거라 아드레날린이 올라온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경기에 들어갈 때는 오히려 힘을 빼고 가볍게 치려고 해야겠다고 되뇌던 중이었어요. 타석에 들어가면서도 계속 그렇게 주문을 걸었기 때문에, 치는 순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홈런이었어요. 1루로 뛰다가 확인해 보니까 담장을 넘어가고 있더라고요. 신기했죠. (첫 국제대회였는데 긴장되지는 않았어요?) 꽤나 들떠 있었어요. 저 자신도 흥분했다는 게 느껴져서 최대한 누르려고 노력했죠. 심호흡도 계속하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유지하려고 했어요.

인상적인 활약이 많았지만, 그래도 2023시즌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을 끝내는 다이빙캐치가 유독 인상적이었어요. 스스로도 그런가요?
저도 동의해요. 그 순간이 세세하게 기억나는 건 아닌데, 감정은 확실히 남았거든요. 그때를 떠올리면 행복했다는 느낌밖에 없고, 임팩트가 굉장히 세지 않았나 싶어요.

실제로 지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야구를 하며 가장 행복한 때’는 ‘다이빙 캐치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을 때’라고 했고, 팬들에게는 ‘중요한 순간에 해결할 수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답했어요.
맞아요. 그렇게 이야기한 게 기억나네요. 평소에 야구할 때 딱히 의식하진 않았는데, 지나고 보니까 그런 순간들이 있었네요. 확실히 중요할 때 제가 다이빙 캐치나 결정적인 활약을 해서 이기면 진짜 행복해요. 말씀하신 플레이오프 호수비 영상도 가끔 한 번씩 찾아보거든요. 유튜브에 팬분들 모습이랑 제가 수비하는 장면을 한 화면에 나오도록 편집해 주신 게 있거든요? 제가 공을 딱 잡는 순간 긴장해 계시던 팬분들이 벌떡 일어나서 막 환호하시는 장면은 언제 봐도 소름 돋아요. 자신감이 떨어져 있을 때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Next-Stage

과거의 부족함은 이미 돌아봤고, 이제 김주원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 새 시즌을 앞두고 그는 자신의 틀을 다시 한번 깨보려 한다. 4년 만에 NC로 돌아온 이호준 감독 체제 아래, 김주원은 더욱 단단한 선수가 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비시즌에 이호준 감독이 부임했어요. 발표 이후에 이호준 감독이 연락을 안 한 유일한 선수로 김형준을 언급했는데, 알고 보니 본인도 안 했다던데요? 굉장히 ‘천천히’ 했다면서요.
그래도 취임식 전에는 연락드렸어요! (억울) 근데 전화하니까 감독님께서 왜 이렇게 늦게 했냐고, 이럴 거면 차라리 더 늦게 하지 그랬냐고 하시고… “그때 기사 냈을 때도 전화 안 했던데?”라고 말씀하신 순간 당황해서 제대로 변명(?)도 못 하고 얼버무리고 넘어갔어요.

처음 NC에 들어왔을 때는 ‘타격코치 이호준’에게 가르침을 받았잖아요. ‘감독 이호준’으로 재회하니 어때요?
반가운 마음이 제일 커요. 감독님께서 팀에 오시자마자 엄청 바쁘게 움직이셨거든요. 아무래도 이제 그런 자리에 계신 거니까요. 제 차례는 아직 멀어서 야구에 관해서 함께 나눈 시간이 적은데, 과연 그대로이실지 궁금해요. (감독님께서 LG 트윈스에 계실 때도 본인을 눈여겨봤다고 하던데요?) 알고 있어요. 다른 팀에 계시는데도 저라는 선수에게 관심 가져주시다니 정말 감사한 일이죠. 감독님이 오셨을 때 기대가 컸던 이유 중에 그것도 있어요.

21년도 훈련 영상을 보니 코치 시절 이호준은 ‘호랑이’ 같더라고요. 훈련량도 많고 힘들어 보이던데, 이번 캠프 일정이 걱정되진 않아요?
이미 감독님께서 한국에 있을 때부터 스프링 캠프가 힘들 거라고 못박으셨기 때문에 단단히 각오하고 왔어요. 게다가 신인 시절에도 그런 스타일의 훈련과 가르침이 저한테 도움이 됐다는 건 사실이니까, 마냥 두렵다거나 하지 않아요. 운동할 때 잠시 죽을 만큼 힘들어도 막상 끝나고 나면 개운하기도 하고요. 사실 그 순간의 힘듦은 기억에 남지 않더라고요.

이번 스프링 캠프에서는 어떤 점에 집중하려고 해요?
작년에는 캠프를 ‘시즌을 맞이하기 전 준비 단계’로 여겼던 거로 기억해요. 저희끼리 합을 맞추거나 캠프 막바지에 연습 경기를 할 때도 아직 시즌이 시작한 건 아니니까 템포를 맞춰서 천천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했던 거죠. 아무래도 풀타임을 뛴다는 건 호흡을 길게 쓴다는 거니까,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는 몸을 만드는 것과 훈련에만 집중했어요. 결과적으로는 안일했던 거죠. 그 여파로 작년 시즌 초반이 영 좋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캠프에서는 시합에 돌입할 때부터 실전처럼 할 수 있도록 타이밍과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 볼 계획이에요.

다음 시즌 목표가 궁금해지는데요?
도루 개수를 늘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저와 비교할 수 없이 엄청 빠른 선수들이 즐비하다 보니까 어떤 타이틀까지 바라는 건 아니고요. 한 2~30개는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준비 열심히 할 테니 기대해주세요.

마지막으로 김주원을 응원하는 NC 팬분들께 하고 싶은 얘기 전하면서 마무리할게요.
항상 많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응원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표현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언제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더 열심히 준비해서 잘 성장하는 걸 기대하실 텐데, 그만큼 만족시켜드릴 만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보내주시는 애정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걷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앞이 막힌 듯 답답하고, 아무리 걸음을 내딛어도 방향은 맞는지 빠져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진다. 슬럼프에 빠지면 밑도 끝도 없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이유다. 그때 자신을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마침내 빛이 스며들기 시작한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외롭다고 생각한 그 길 위에는 언제나 그를 지켜봐 준 이들이 있었다. 길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준 팬들의 응원 덕에 김주원은 더 단단한 모습으로 걸을 수 있게 됐다. 다음에 마주할 터널은 과연 얼마나 길고, 어두울지 모르지만, 김주원은 거침없이 달려나가며 그 속을 헤쳐나갈 것이다. 그 어둠의 끝엔 반드시 밝은 빛이 찾아올 거라는 걸 알고 있을 테니.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7호 (3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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