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는 2023년 야심찬 신차를 하나 출시했다. 바로 대형 전기 SUV인 EV9이다. 국산차로는 처음 선보이는 대형 전기 SUV다.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적용되었으며, 탑승자 모두에게 휴식과 영감을 제공하는 고품격 실내 공간, 우수한 동력 성능과 주행 거리, 편의 사양을 갖췄다.
하지만 판매량은 그다지 신통치 않다. 올해 EV9은 니로 EV 다음으로 적게 팔렸으며, 최근 1년간 월 200대 이상 판매된 적이 단 한 번일 정도로 판매 부진이 심각하다. 해외 역시 국내와 마찬가지로 판매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야심차게 내놓은 모델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기아 EV9 판매량
얼마나 부진할까?
EV9는 출시 첫 해에 8,052대밖에 판매되지 않았다. 6월부터 정식 출고를 시작한 점을 감안해도 신차 효과를 전혀 받지 못한 셈이다. EV6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후로도 판매량은 점점 감소해 2024년에는 2,012대, 올해는 6월까지 불과 768대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1년간 월 200대를 넘긴 적이 단 한 번뿐이다.
해외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7,766대를 판매한 반면, 올해는 통계가 나온 5월까지 4,016대에 불과하며, 지난 5월에는 단 37대밖에 판매되지 못했다. EV6가 5월에 801대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가격이 비싼 점이
발목을 잡았다
EV9가 판매 부진을 겪는 이유는 바로 가격이다. 2024년 롱레인지 기준으로 7,337만 원부터 시작했다. 준대형급이고 전기차이긴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많았다. 당시 판매되던 동급 내연기관 모델인 팰리세이드 1세대가 3,867만 원부터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거의 3,500만 원이나 차이 났다. 또한 같은 가격이면 GV70은 100만 원 정도를 더 보태 2.5 모델로 풀옵션 구매가 가능하며, GV80은 2.5에 파퓰러 패키지를 넣을 수 있을 정도다. EV9은 풀옵션도 아닌 기본 가격으로 비교해도 이 정도다.
이 정도 급의 차를 사는 데 옵션을 선택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옵션을 선택하면 평균 8천만 원대로 구매하게 되며, GT 라인에 모든 선택 품목을 더한 풀옵션은 9,040만 원이다. 제네시스도 아니고 기아를 8~9천만 원에 살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결국 소비자들은 EV9을 외면했고, 재고만 쌓여 갔다.


결국 가격을 내렸지만
판매량 회복은 어려운 모습
결국 기아는 올해 2월 EV9의 가격을 약 500만 원 정도 내려 6,857만 원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판매량은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에 넘쳐나는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큰 폭의 할인 판매를 한 적이 있어, 소비자들이 제값을 주고 구매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게다가 경쟁 모델인 아이오닉 9이 너무 잘 나온 점도 크다. EV9보다 크기가 크고 배터리 용량이 많은데 가격은 500만 원이 인하된 EV9보다도 약 100만 원 더 저렴하게 나왔다. 게다가 EV9으로 얻은 데이터를 반영한 덕분에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고, 그나마 남은 소비자들도 아이오닉 9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EV9이 다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리프트라는 큰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