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에 간경화 진단을 받은 의대생 이야기
영국에서 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메간 맥길린은 10살 때 알코올 중독자의 간을 갖고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 그러나 21살이 된 지금도 꾸준한 건강 관리 덕에 간 이식 없이 지내고 있다.
맥길린은 11년 전 간경변증 즉, 간의 염증이 오랫동안 지속돼 악화한 질병을 진단받았다. 이로 인해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소아 간 질환은 드문 사례로, 전문가에 따르면 꾸준한 건강 관리가 “간을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한다.
‘간경화’로도 알려진 간경변증은 치료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질병으로, 소아 간경변증으로 이어지는 대부분 간 질환은 예방도 불가능하다.
의료진조차 맥길린이 어떻게 어린 나이에 간경변증까지 앓게 됐는지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점차 간 손상 범위가 넓어지면서 간이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맥길린은 “처음 간경변증을 진단받았을 땐 18살이 되면 간 이식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그러나 난 계속 건강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16, 17살이 되니 21살이 되면 분명히 간 이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작년 11월에 21살이 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식받지 않았죠.”
“이렇듯 제가 계속 제 간을 잘 유지한 덕에 의료진은 이제 이러한 타임라인을 정해두지 않은 상태입니다.”
간경변증과 같은 간 질환은 문맥고혈압(간문맥과 그 지류들의 혈압인 간문맥압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질병)이나 비장종대(비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질병)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맥길린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긴 접촉 스포츠(선수들이 서로 신체적인 접촉을 하는 스포츠)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후 맥길린은 조정에 빠져들게 됐고, 2년간 학교 조정팀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맥길린은 오히려 조정 덕에 매우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다면서, “이는 고강도의 스포츠로 매우 고됐다. (그러나) 끊임없이 나 자신을 훈련하고, 내면에서부터 나 자신을 돌보았기에 지금껏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맥길린은 꾸준히 건강을 유지한 덕에 지금껏 자신이 이식 없이도 버틸 수 있었다고 믿는다.
한편 영국 ‘버밍엄 여성&아동 전문 병원’의 소아 간 전문의로 1년에 6차례 정도 북아일랜드에 자리한 ‘로열 벨파스트 아동 병원’에 지원도 나가는 가라쉬 굽테 박사는 “소아 간 질환은 극히 드물기에, 어린이가 만성 간 질환을 앓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도 못한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간 질환 발병률은 1만 명 중의 1부터 100만 명 중의 1까지 그 질병에 따라 다양합니다.”
굽테 박사는 최근 수십 년간 만성 간 질환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부분적으론 검사 기술의 발전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아 간 질환 발병률 증가엔 환경적 요인과 생활 방식의 변화 등을 그 원인으로 생각해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굽테 박사는 “간 질환을 진단받은 모든 어린이에게 이식이 필요한 건 아니”라면서 “대부분의 경우 적절한 치료와 건강한 생활 방식 유지 등으로 관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어린이는 말기 간 질환으로 악화하기에, 당장 혹은 성인이 됐을 때 간이식이 필요하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꾸준히 건강을 유지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길러 간의 지방 축적을 미리 방지한다면 장기적으로 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간 이식을 미루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코올 중독자의 간’
종종 간경변증을 장기간의 알코올 남용으로 인한 질병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성인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 이 때문에 발병한 경우도 있으나, 소아 간경변증은 다양한 간 질환에서 비롯된다.
의료진 또한 맥길린의 간 상태가 심각하다고 설명하면서 “알코올 중독자의 간”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러나 당시 맥길린의 나이 고작 10살이었기에 알코올 중독자일 수는 없었다.
맥길린은 BBC 북아일랜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당연히 당시 전혀 술을 마시지 않았다. 엄마 또한 딸의 간이 알코올 중독자와 비슷하다는 말에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보통 알코올 중독 때문에 간 질환에 걸리게 됐다는 생각을 잘 보여주죠.”
21살이 된 현재도 맥길린은 술을 입에도 대본 적 없으며, 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기에 앞으로도 마실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알려줄 기회’
맥길린이 간 질환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면 보통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그중에서도 맥길린이 가장 싫어하는 반응은 “대체 무슨 삶을 살았길래? 어렸을 때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얼마나 어린 나이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한 거야? 아니면 술이나 약물 문제가 있었던 거야?”라는 식의 질문이다.
맥길린은 이후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간 질환은 반드시 알코올 중독과 관련 있지 않음을 사람들에게 알려줄 기회”로 삼는다고 말했다.
‘제 ‘평범함’은 남들과 다릅니다’
맥길린은 간경변증 진단이 “무서웠다”면서도, 자신은 이를 안고 살아갈 수 있음을 알았다고 했다. 물론 질병 탓에 극도로 피곤함을 느끼는 등 일부 한계는 있다.
“그저 겉으로 보이기에 나는 평범해 보이고, 평범한 일을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제 ‘평범함’은 다른 친구들과는 다릅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한계를 둬야 하거든요.”
“체력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맥길린은 미래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간 질환에 대해선 “정말이지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내일 당장 일어나보니 피부가 완전히 노랗고 황갈색으로 변해있을 수도 있다”는 맥길린은 “그럼 난 내 간이 기능을 멈추기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결국 이식받게 되겠죠.”
“내일이 될지, 다음 주가 될지, 5년, 10년 뒤가 될진 모른다. 정말 알 수 없다”는 맥길린은 만약 그때가 온다면, “타인으로부터 장기를 받을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잡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기증은 생명을 구하는 일이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여전히 무서운 결정입니다.”
또한 맥길린은 “(장기 이식은) 대수술이기에 내 몸이 이를 잘 받아들일지, 이식 수술 후 이차 질환이나 감염이 발생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제 간은 나름대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대치로 기능할 순 없지만, 무엇을 하든 올바르게 기능하고는 있죠.”
“전 살면서 간 기능이 특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안 그러면 생활하는 데 지장이 있거든요,”
“제 간을 더 오랫동안 쓸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