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김건희 리스크’ 두고 “결정의 시간 다가오고 있다”
“사안 심각…나는 민심 따를 것”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일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나날이 증폭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민심을 따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외 당협위원장 100여명과 만나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며 한 얘기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며 민심이 악화하자, 한 대표가 ‘우군 확보’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용산과의 차별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원외 당협위원장 연수 도중 진행된 자유토론에서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사안이 심각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 대표는 당정 관계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을) 절대적으로 지지하진 않겠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여사 문제에 관해서 당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데는 이견을 다는 분이 한분도 안 계셨다”며 “대표도 ‘공감한다’는 취지로 이렇게 말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에선 ‘대통령실이 대승적 결단을 해야 된다’는 얘기까지 나왔는데, 서울의 한 당협위원장은 “(김 여사) 본인이 직접 사과하고 특검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히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이날 토론이 끝난 뒤 “의료 문제에 대한 여러 걱정, 김 여사 이슈에 관한 민심, 지역당이 어떤 모습으로 정상화 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지금 답이 없는 문제도 있지만, 답이 어디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가 답 윤곽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고, 좀 더 명분을 가지고 자신 있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대표는 전날 친한동훈계 의원 등 20여명과 한 만찬에서도 “김 여사 문제가 우려된다”며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 지켜보면서 대응하자”고 말한 바 있다.
한 대표의 잇단 발언들은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경우 대통령실과는 ‘다른 길’로 갈 수도 있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비치고 있다. 특히 한 대표가 이틀 연속 당내 인사들과 대규모 회동을 한 것을 두고, 용산과의 본격적인 차별화에 앞서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지렛대 삼아 당내 우군 결집에 나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 지원 유세 도중 ‘일을 못하면 선거 전이라도 끌어내려야 한다’는 말을 한 것을 거론하며 “이 대표가 (이런) 무도한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이 보시기에 정부·여당의 말과 행동, 정책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언급한 것”이라면서도, 탄핵 얘기까지 나오게 한 책임이 김 여사 사과 등을 거부한 정부와 당내 친윤석열계에 있다고 각을 세운 것으로 읽혔다.
한 대표 쪽은 이날 시작된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진상조사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조사 결과 ‘공격 사주’ 배후에 대통령실이 있었다는 정황이라도 드러날 경우, 윤-한 갈등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전망이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공격 사주 의혹에 대해) 별게 아니라며 넘어가자고 말하는 분도 계시던데 그렇게 생각하는 분은 구태정치에 익숙해져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필요한 감찰을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에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별렀다.
신의진 중앙윤리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윤리위 1차 회의를 개최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대남 전 당원의 허위사실 유포 등 일련의 당헌·당규 위반 행위에 대해 당무감사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며 “(김 전 행정관이 탈당했지만) 이분의 문제가 되는 행동들이 당원일 때 이뤄진 일들이라 제가 볼 때 충분히 조사할 부분이 많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 친윤계 쪽에선 이런 움직임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친윤석열계 핵심 의원은 “김대남은 망상가다. 그 말을 가지고 저렇게 나서는 한 대표가 오히려 해당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민정 손현수 서영지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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