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이 상반기 기대보다 아쉬운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턴어라운드가 멀어지게 됐다. 건축·주택사업은 수익성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해외 플랜트사업의 원가 부담이 지속된 탓으로 영업이익 가이던스 하향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메우기 위한 실적 개선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원자력사업이 성장 기대를 낳고 있다. 현대건설은 미국 파트너사와의 협력 등으로 원전 파이프라인을 넓혀 수주 성과를 내고 있으며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은 신사업도 가시권에 들어섰다.
불가리아·미국 등 원전 착공 앞둬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307억원으로 연간 가이던스(1조1828억원) 대비 36.41%에 불과했다. 연간 목표의 절반을 채우지 못했지만 성장 모멘텀에 대한 기대는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는 현대건설의 대형 원자력사업이 차례로 본계약을 앞둔 만큼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건설은 에너지 회사로의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원자력사업을 키우고 있다. 핵심사업인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7, 8호기는 지난해 11월 설계계약을 체결했고 본계약은 빠르면 올 4분기 중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EPC(설계·조달·시공)를 맡아 전체 사업비 20조원 중 절반인 10조원을 가져갈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미시간주에서 추진하는 펠리세이즈 SMR 사업은 기본설계가 마무리됐고 올해 말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월 미국 에너지부의 공모 결과 발표에 따라 앞으로의 일정이 확정된다. 핀란드에서는 국영 에너지 기업 포툼(Fortum)으로부터 원전사업을 위한 사전업무착수계약(Early Works Agreement, EWA)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외에도 스웨덴, 슬로베니아 등에서 대형 원전의 기술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사업이 진척됨에 따라 관련 조직도 확대됐다. 뉴에너지부문이 대형 원전과 차세대 원전을 비롯한 원자력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0년(2015~2024)간 원전사업 연평균 실적은 매출 3463억원, 매출이익 297억원, 매출이익률 8.6% 등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원전 설계·조달·시공(EPC) 시장 점유율은 35%에 달하며 글로벌 완공 23기 중 8기를 수행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현대건설의 인력 캐파에 가능한 원전 프로젝트 개수는 4개로 판단한다"며 "신한울 3, 4호기,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펠리세이즈 SMR과 유럽 스웨덴 혹은 슬로베니아 원전 등이 추진되면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원자력 힘 실은 '글로벌 파트너'
현대건설은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으로 원자력사업을 확대해 왔다. 2022년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대형원전(AP1000)의 글로벌시장 공동 참여를 위한 전략적 협약을 맺은 이후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설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가 가시화됐다. 코즐로두이 원전 외에도 핀란드에서의 EWA와 슬로베니아 원전 사업도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홀텍과는 2022년 인디안포인트(IPEC) 1~3호기 원전해체 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파트너십을 쌓은 뒤 펠리세이즈 SMR 사업을 함께하고 있다. 홀텍은 현대건설의 원자력 밸류체인 중 하나인 원전해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갖고 있다. 현대건설은 홀텍과 원전해체 노하우와 전문 기술을 교류하고 있다.

파트너십 확대에 따라 미국의 신규 대형 원전에 일부분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6월 와이팅-터너(Whiting-Turner), DPR 컨스트럭션 등 ENR 순위 10위권 내 건설사를 포함해 자크리(Zachry), 씨비 앤 아이(CB&I) 등 미국의 원전 EPC 기업과 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파이프라인을 확대했다.
에너지 안보와 인공지능(AI) 수요 증가 등으로 에너지사업 비중이 늘어나면서 건축주택에 쏠린 포트폴리오가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외사업은 변수가 많은 데다 원전사업의 난도가 높아 리스크 관리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의 원전 프로젝트도 약 8년의 공사기간 지연과 2.5배의 초과 비용이 발생했다.
현대건설은 반기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에너지 시장의 규모는 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으로 특히 신재생과 원자력의 확대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시장 변화를 사업 확대의 기회로 삼아 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거나 사업 추진 가능성이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기회 수준을 평가하고 이를 시장 확대 전략에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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