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간 마을 소박한 열두 평 작업실 겸 집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삶의 거점

제주 중산간 마을 깊숙이 고즈넉한 동네 풍경과 조화로운 건축물이 들어섰다. 완전한 휴식과 간단한 업무를 모두 가능하게 하는 딱 필요한 만큼의 작업실이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대지면적 : 533㎡(161.23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3동(기존 2동 증축 1동)
건축면적·연면적 : 전체 – 98.96㎡ / 해당 건축물 – 40.00㎡(12.10평)
건폐율·용적률 : 18.55%
최고높이 : 4.32m
구조 : 기초 – 철근 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 콘크리트
단열재 : 비드법 2종1호
외부마감재 : 외벽 – 종석뜯기 미장 마감 / 지붕 – 알루미늄 골강판
내부마감재 : 벽·천장 – 노출콘크리트(유로폼) / 바닥 – 콘크리트 폴리싱, 지복득 마루(오크)
욕실 및 주방 타일 : 마이크로시멘트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가구·붙박이장 : 자체 제작
담장재 : 노출콘크리트, 현무암돌담
창호재 : 룩스 시스템창호
에너지원 : LPG
조경 : 기존 수목
현관문 : 룩스 창호
방문 : 오크 무늬목 자체 제작
데크재 : 콘크리트 데크(노출콘크리트 잔다듬)
공사기간 : 약 7개월
구조설계(내진) : ㈜효성구조엔지니어링
시공 : 이음건설
설계·디자인 감리 : 김공간건축사사무소


면내에서도 멀리 떨어진, 한적한 중산간 마을 안에서도 골목 안쪽으로 들어와야 하는 조용한 대지에 오래된 돌집 두 채가 앉혀 있다. 마당은 앉힌 집들에 비해 꽤 넓다. 건축주는 마당 한쪽으로 열두 평 규모의 작은 작업실을 짓고자 설계를 의뢰했다. 건축주는 서울과 제주도를 오고 가며 생활한다. 작업실은 휴식차 제주도에 머물 때 간단한 식사와 독서, 수면을 위한 공간이었다.

마당 주변으로는 작고 오래된 민가의 낮은 지붕들과 나무들, 그리고 넓게 펼쳐져 있는 제주도의 밭이 보인다. 밭에는 쪽파나 마늘 같은, 낮고 푸른 잎의 농작물을 심기도 하고 옥수수 농사를 위해 하얀 비닐 터널로 밭을 한가득 채우기도 한다. 때가 되면 키가 작고 등이 구부러진 제주도 할머니들이 두건을 쓰고 모여 농작물을 수확한다. 웅크린 할머니들 사이로는 통통한 마대들이 놓여 있다. 트랙터가 밭을 갈아엎으면 흙밭이 된다. 흙밭은 태양열을 받으면 완전 건조되어 밝은 가죽색이 되고 습기를 머금으면 짙은 검은색으로 변한다.

작업실은 입구로부터 테이블 공간, 수면 공간, 욕실 순으로 직렬 연결되어 있다. 열린 영역의 테이블 공간과 사적인 영역의 수면+욕실 공간은 20cm의 단차와 얇은 커튼으로 느슨하게 나누어져 있다. 커튼을 열어젖히면 하나의 공간이 되고 닫으면 두 개의 방이 된다.

지면으로부터 살짝 띄워진 데크 위로 올라가 2.4m 높이의 유리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현관은 없다. 문을 열면 4×4m의 공간 가운데 커다란 6인용 테이블 하나가 여유롭게 놓여 있다. 테이블 공간의 바닥은 마찰과 충격에 강한 콘크리트 폴리싱으로 마감되었으며 에어컨을 포함한 모든 가구는 붙박이 형태로 벽 안에 심겨 있거나 매달려 있다. 테이블 공간에서는 간단한 식사가 가능하도록 최소한의 주방 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며 주방 앞에 서서 음식이나 커피를 준비할 때 제주도 밭의 풍경이 눈 한가득 담아지도록 넓은 창을 설치했다. 넓은 테이블에 앉아 독서하고, 글을 쓰다가 고개를 들면 커다란 창문들을 통해 돌담, 오래된 나무, 제주도의 풍경들이 둘러 보인다. 자연광은 1.2m 깊이의 알루미늄 처마와 데크 사이로 실내에 차분히 들어온다.

마을 풍경과 조화로운 작업실 외관.
두꺼운 현관문 대신 넓은 창과 이어지는 심플한 유리문으로 드나들 수 있는 작업실. 테이블-침대-욕실이 콤팩트하게 조성되어 있다.
L자 형태의 옹벽은 욕실 쪽을 가려 사생활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위, 아래)식사, 독서, 업무 등 다용도로 활용하는 공용 공간에서는 바깥 풍경을 시원스레 조망할 수 있도록 널찍한 창을 곳곳에 적용했다.
단차와 커튼으로 테이블이 있는 공용 공간과 침실, 욕실이 있는 사적 공간을 자연스레 구분했다.

건축물은 직사각형의 콘크리트 상자에 금속 맞배지붕을 올린, 단순하고 소박한 외관으로 마당 한 편에 앉아 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L자 형태의 옹벽이 욕실 측 창이 있는 한쪽 귀퉁이를 가리고 있다.

늘 제주도의 오래된 건축물들을 관찰한다. 감상에 가까운 관찰이다. 산간 지역의 넓은 목장에 앉혀 있는 축사와 태양열 전지판들. 경사진 밭에 펼쳐져 있는 비닐하우스들과 거대한 탈곡 창고, 해안도로의 양식장과 저수조들에서 항상 단서를 발견한다.

지붕 골조 위에 C형강을 용접해 설치하고 그 위에 알루미늄 골강판을 올렸다. 골판 형태의 지붕은 제주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지붕 형태다. 1950~60년대 지어진 아주 오래된 돌집부터 1990년대의 조적조 집이나 감귤창고까지. 소재는 석면, 아연, 컬러강판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 골판 형태의 지붕을 많이 사용하고 그 지붕들이 낮게 모여 있는 모습은 제주도 마을의 오랜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은회색의 매끈한 알루미늄 골강판은 부식과 오염에 강하며 마을 전체에 흐르고 있는 제주도의 작은 마을 특유의 바이브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오래된 지붕들 사이에서 은은하게 빛난다.

건축물 외벽은 종석을 섞은 시멘트 반죽을 바르고 표면을 뜯어 마감했다. 건축물은 한 개의 돌처럼 보인다. 외벽에서 1.5m 깊이로 내밀어진 콘크리트 슬라브 데크는 해머 드릴로 표면을 다듬어 미끄럼을 방지하고 외벽의 종석마감과 톤을 맞췄다.

(위, 아래)1.2m의 깊은 알루미늄 처마가 눈과 비를 막아주며 실내외의 경계를 흐릿하게 해준다.

건축가_ 김한별 : 김공간건축사사무소

서울에서 태어나 건국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여자친구와 불장난 하듯 제주도에서 1년만 함께 살아보자며 제주도에 함께 내려왔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14년이 지나있다. 그 시간 동안에 여자친구는 아내가 되고 사무소 직원은 사무소 소장이 되었다. 동네에 작은 집들을 짓고 오래된 주택들을 고치고 있다. 제주도는 집을 구하기 위해 내려온 첫날 매료되었다. 산간지역의 오래된 축사와 창고, 해안도로의 양식장들과 밭 위에 앉아있는 비닐하우스 등 제주도의 오래된 건축물로부터 건축을 배우고 섬의 풍경과 건축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www.kimgonggan.com

구성_ 오수현 | 사진_ 홍석규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6년 2월호 / Vol. 324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