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마당도서관 꼭대기 책은 어떻게 꺼낼까?

이 영상을 보라. 높고 장대하게 쌓인 책들.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의 랜드마크 ‘별마당도서관’이다. 2017년 5월 개장해 많은 관심을 받은 별마당도서관은 올해 1월 수원 스타필드에 두 번째 문을 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별마당도서관.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저 높은 곳에 책들은 도대체 어떻게 꽂았지..?하는 의문이 들게 되는데, 유튜브 댓글로 “별마당도서관의 책은 어떻게 꽂았는지 알아봐 달라”는 취재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 봤다.

별마당도서관은 강남 코엑스몰과 수원 스타필드 2곳으로 서가의 높이는 코엑스몰 13m, 스타필드 22m로 보기만 해도 아찔할 정도로 높은데, 한가지 먼저 얘기할 것은 사람 손이 닿는 여섯 번째 칸까지만 실제 책이고, 그 위로는 전시용 책이라는 거다.

별마당 도서관 관계자
"
그거는(상부 책) 데코레이션이고 저희가 사용할 수 있는 책은 여섯 번째 칸까지만 사용 가능해요.”

상단 비치된 책들은 가짜 책이란 설명. 페이크북이라고 불리는 모형 책인데, 겉표지와 크기만 책이고 안에는 텅텅 비어서 가볍고 저렴해 보통 장식용으로 많이 쓰인다. 도서관 규모도 크고 책도 워낙 많아서 한 권 한 권 주의 깊게 보진 않았는데, 책장을 자세히 관찰하면 똑같은 종류와 순서로 꽂힌 책 뭉치를 찾을 수 있고, 이게 바로 모형 책들이다. 모형 책이 아니라 진짜 책을 저 높이까지 꽂으면 책 무게로 자칫 책장이 무너질 수 있고, 지진이나 화재 발생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높은 곳의 책은 방염 처리된 모형 책을 비치했다고 설명했다.

모형 책이라도 저 높이의 책은 어떻게 꽂았을까? 판타지 영화에서처럼 책을 옮길 수도 없을 텐데... 또 교체는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니, 시공 때 특수 크레인을 타고 사람이 일일이 배치한 것이고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을 해둔 상태라서 교체는 따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별마당 도서관 관계자
"안전상의 사유로 상부의 책들은 교체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용하시는 만큼 일부 분실되는 경우도 있어서 기본적으로 매월 1회 이상 신간과 볼만한 책들을 큐레이션 해 교체합니다.”

모형책을 제외하고도 코엑스몰 도서관에만 5만 여권, 수원 스타필드 도서관까지 합치면 8만 권 이상의 책이 있다고 하는데, 열린 공간으로 지향하는 만큼 도난방지시스템도 별도로 마련하지 않아 훼손과 분실되는 책도 적지 않다고 한다. 매월 큐레이션을 통해 1,000여 권의 새로운 책이 비치된다고 한다. 별마당 도서관과 비슷한 장소로는 일본의 츠타야 서점과 다케오 시립 도서관이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신세계에서 별마당 도서관 리모델링 당시 이 두 장소를 벤치마킹을 했기 때문이라고.

참고로 물건을 올려 쌓은 모양새가 비슷한 코스트코나 이마트 트레이더스 같은 창고형 매장은 상단에 모형이 아닌 진짜 제품을 쌓아두는데, 이런 매장은 상단 물건이 필요할 때 이렇게 지게차를 이용한다.

그런데, 사람들로 붐비는 상업 공간에 쇼핑몰에 서점도 아닌 도서관이 들어선 이유는 뭘까? 사실 별마당도서관은 책을 읽는 도서관 본래의 기능보단 쇼핑몰 내 랜드마크 역할이 더 주가 된다. 과거 별마당도서관이 들어서기 전에는, 잠실역 일대, 강남고속터미널과 함께 길 잃기 쉬운 서울 3대 미로라고 불리던 코엑스였고, 이 셋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 높은 미로가 바로 코엑스몰이었다.

리모델링 이전 코엑스몰은 사방이 온통 흰색 배경에, 비슷한 상업 공간으로 꾸며져 있어서 길을 잃기 십상이었는데, 7개의 길이 모이는 곳에 상업 공간과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별마당도서관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쉽게 길을 찾고 모일 수 있는 이정표이자 랜드마크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잠실 롯데월드몰이 들어선 이후 상권 경쟁에서 주춤하던 코엑스몰 부활의 신호탄이 된 게 바로 별마당 도서관 리모델링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리모델링 이후 소위 ‘인스타각’이 나오는 장소로 소문나서 책 읽는 사람보다 사진 찍는 사람이 더 많은 희한한 도서관인데, 요즘은 외국인 사이에서도 소문나서 관광 핫플이 됐다고 한다. 왱구 여러분도 찰칵 소리를 참으며 독서할 집중력이 있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