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미국과 세계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는 완만하게 둔화될 전망이지만 미국의 관세로 인한 부담이 점점 커지면서 내년에도 성장세가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23일(현지시간) OECD는 분기별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미국 경제가 2.8% 성장한 데 이어 올해 1.8%, 내년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1.6%와 1.5%로 제시한 바 있다.
알바로 페레이라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성장이 다소 탄탄하다”면서도 “일부 지표는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OECD는 올해 세계 경제가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의 3.3%에서 소폭 둔화된 것이지만 6월 전망치인 2.9%보다는 높다. 내년 성장률은 이전과 동일한 2.9%에 유지됐다.
OECD는 올해 하반기에 관세 인상에 대비한 기업들의 재고 축적 효과가 사라지면서 상반기보다 둔화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구매관리자지수(PMI) 조사에 따르면 9월 초 미국, 인도, 영국, 호주에서 기업 활동이 둔화된 반면 유로존에서는 소폭 개선됐다.
OECD는 향후 관세가 추가 인상되거나 인플레이션이 다시 살아나면 세계 경제 성장세가 전망치보다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여러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져서 주식시장이 급락할 경우 성장세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OECD는 미국의 전체 유효 수입관세율이 5월 중순 15.4%에서 8월 말 19.5%로 상승해 193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올해 평균 2.7%에서 2026년에는 3%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OECD는 “미국 경제에서 높은 관세율의 충격은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는 기업들이 재고와 넉넉한 이익률을 활용해 관세 인상의 초기 충격을 흡수하거나 회피하고 있고 발표와 실제 시행 사이에 시차가 있으며 이미 운송 중인 상품은 고율 관세에서 면제되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OECD는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노동시장이 약화되는 신호가 나타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지난주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연말까지 한차례의 추가 인하를 단행하고 내년 초에도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페레이라는 “하방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이는 균형을 잡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금리인하를 압박해 왔고 연준에 대한 통제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OECD는 자율성이 낮아진 중앙은행보다 독립성이 보장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안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OECD는 신기술에 대한 대규모의 투자가 미국의 경제 활동을 지탱해주고 있지만 이는 관세 정책의 충격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순이민 감소와 연방정부 인력 축소도 경제 성장세를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OECD는 미국을 비롯한 회원국 정부에 올해 채권 수익률 상승을 초래한 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가능하다면 이를 되돌리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OECD는 “미래 재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이는 미국과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 집중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향후 충격이 닥쳤을 때 각국 정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레이라는 “일부 국가는 앞으로 달갑지 않은 놀라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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