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장면을 보라. 200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어린시절을 보낸 왱구님들이라면 익숙할 이런 장면들.

KBS ‘위기탈출 넘버원’에 나온 에피소드들이다.

물론 소재가 너무 황당하거나 “~하다가 사망했는데요”라는 방송멘트가 자주 나와서 ‘이승탈출 넘버원’이라고 놀림감이 되기도 했지만 안전불감증에 걸린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공익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많아서요즘도 부활시켜 달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유튜브 댓글로 “요즘은 왜 위기탈출 넘버원 같은 프로그램을 안 만드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2005년 등장한 위기탈출 넘버원은 햇수로 12년이나 계속된 장수 프로그램. 실제 사고 사례를 재연하거나 사고 시 올바른 대처방안을 묻는 퀴즈를 내는 등의 방식이었다.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아 같은 이름의 학습만화, 어린이 뮤지컬까지 나왔다.


특히 대표 캐릭터 ‘넘버원’ 형님은 짭히어로 복장과 환한 미소로 등장해 아이들이 줄서서 싸인 요청할 정도였는데 한참 인기를 즐기던 와중에 어디선가 ‘도와주세요!!’라는 소리에 다급히 달려가곤 했다.

수소문 끝에 당시 조연출로 일했던 현직 PD와 연락이 닿았는데 첫번째 이유는 위기탈출 넘버원의 경우 처음에는 신선했던 소재들이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고갈됐다는 것.
[고세준 PD]
안전에 관련된 건요. 결국엔 겹치게 돼 있어요. 사고가 나서 죽는 그런 사례는 수없이 많지만 그런 사례를 보면 다 유형이 돼 있잖아요. 압사 사고라든지 익사 사고라든지 분류가 되고 패턴은 어느 정도 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유형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그게 결국에는 하다 보면 계속 반복이 되기 때문에 발전시키기는 더 어렵죠.

실제로 위기탈출 넘버원은 프로그램 초창기와 달리 후반기로 갈수록 다소 무리하다 싶은 소재를 종종 등장시켰다.냉면을 안 자르고 먹어서 사망했다든지, 선글라스를 갑자기 벗어서 사망하거나, 혼밥을 하다가 사망하는 등 황당무계한 사례를 들고와서 욕을 먹었다.

현재 안전불감증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매회 레전드를 갱신한다는 한문철 변호사의 블랙박스 리뷰 정도가 있는데 영상 자체가 블랙박스 영상 특유의 현장감과 교통사고 전문이라는 소재 로 차별화된 면이 있고 방송에 나오기 전에 이미 유튜브를 통해 검증이 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둘째, 제작환경의 변화라고 부를만한 이유가 있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SNS 이용자의 급격한 성장으로 지상파 TV예능에만 의존하지 않는 시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인기가 떨어진 측면이 있다.

또 하나는 우리가 공개수배 프로그램이 사라진 이유로범죄자 신상공개나 범죄수법 재연의 선정성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진 점을 꼽았던 것처럼 재난안전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도 과거에 불편해하지 않았던 것들이 자주 비판 대상이 됐다는 거다.

물론 위기탈출 넘버원 자체가 소재 고갈로 무리한 설정을 거듭하면서 잘 안보게 된 면도 있었다.

한때 지상파 정보예능 시대를 이끌었던 위기탈출 넘버원과 스펀지, 비타민 3대장은 2012년 스펀지 폐지를 시작으로 2016년 위기탈출 넘버원, 2017년엔 비타민까지 줄줄이 폐지됐다.

그래서 위기탈출 넘버원 종영 뒤 KBS측은 아예 재난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 때 예능적 요소를 뺀 정보 전달에 주력해서 기존 예능국 대신 교양국에 재난예방 프로그램 제작 지시를 내렸는데, 이렇게 나온 게 제목마저 비슷한 ‘재난탈출 생존왕’이란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희미한 존재감만 남기고 1년도 못 넘긴 채 종영했다.

[고세준 PD]
제작이라는 게 테크놀로지가 다 발전을 하는 거고 편집 기술이나 세트나 여러 가지 카메라나 다 바뀌고 발전하고 있는데 옛날 시대의 프로그램이 다시 잘 되기는 좀 어렵죠. 아예 완전히 업그레이드 해서 그 포맷을 원형을 가지고 더 요즘 트렌드에 맞게 업그레이드를 대폭 할 수 있으면 하겠지만...

과거 팬덤의 요청을 반영해 프로그램이 부활하더라도 예전만큼의 매운맛과 감칠맛이 사라진 밍밍한 맛의 프로그램이 되다보니 여러 장수 예능들이 부활한 이후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떨어져서 빠르게 사라졌다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작년에 방송된 ‘생존게임 코드레드’는 나름 최신 포맷을 적용해 리얼 생존 서바이벌 형식을 도입했지만 여러 결정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방송국의 제작비 지원을 비롯해 여러 한계를 느낀 PD들은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넷플릭스로 옮겨가기도 한다.

[고세준 PD]
재난 게임인데 출연자와 제작진의 안전을 담보한 채 재난 게임을 설계하고 그걸 표현하기가 어렵다,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돼 있다. ‘강철부대’는 사실 군사작전에서 실제로 하는 훈련을 바탕으로 하는 거지 ‘피지컬100’도 룰을 잘 지키고 서로 조심하면 괜찮은 거죠. 근데 재난 게임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이 사람들한테 위험한 상황을 만들고 그걸 헤쳐 나가게 하는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