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머니 쓰면 폰 절대 못 봐"…학생 펑펑 울던 미국학교 '깜짝 변화'[월드콘]

김종훈 기자 2024. 9. 21. 06: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몸에서 뗄 수 없다면 잠그자' 간단한 아이디어, 창업으로 실행한 그레이엄 듀고니 CEO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스마트폰 잠금 파우치를 개발한 스타트업 욘드르의 그레이엄 듀고니 창업자./사진=욘드르 홈페이지 갈무리
거창한 기술, 아이디어가 있어야만 혁신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평소와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거나, 원래 있던 도구를 다르게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혁신은 나타날 수 있다. 2014년 창업한 스타트업 욘드르가 그렇다.

욘드르를 창업한 그레이엄 듀고니는 스마트폰이 필수품을 넘어 신체 일부가 된 듯한 현대 사회에서 '노 스마트폰'을 주장한다. 계기는 2012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음악 페스티벌이었다. 술에 취한 남성이 춤추는 모습을 관객 두 명이 허락 없이 촬영해 유튜브에 게시하는 것을 목격한 듀고니는 남의 사생활을 멋대로 공개하는 일을 막으려면 스마트폰 없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영화관, 공연장은 물론 교실에서까지 스마트폰을 멋대로 꺼내 문제라는 말은 예전부터 나왔다. '디지털 디톡스'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보내보자는 말도 많았다. 이런 말 다음엔 알아서 스마트폰을 맡기거나 꺼내지 말자는 등 개인의 의지력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뒤따랐다.

욘드르는 개인 의지보다 유혹을 차단할 도구를 해결책으로 삼았다. 방법은 간단했다. 특정 자석으로만 열 수 있는 스마트폰 파우치를 개발하는 것. 스마트폰에 일종의 자물쇠를 거는 셈이다. 그는 초기 투자금과 저축에서 쥐어짜낸 10만 달러(1억3000만원)로 자석 파우치를 개발했다.

처음 노린 시장은 공연계였다. 알리샤 키스, 건즈앤로지즈 등 유명 가수들의 공연장에서 관객들에게 욘드르 파우치가 배포됐다. 이후 타인 개인정보를 쉽게 촬영, 유포할 수 있는 병원, 콜센터와 스마트폰 때문에 예배에 방해를 받을 수 있는 교회 등으로 시장을 넓혔다.

그레이엄 듀고니 창업자가 개발한 스마트폰 잠금 파우치./ 사진=욘드르 홈페이지

욘드르는 법원에서도 쓰인다. 2016년 필라델피아 법원 직원이 코미디 공연장에서 욘드르를 보고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법원에 추천하면서다. 당시 법원은 방청객들이 증인들의 사진을 법정 밖에서 무단 촬영, 게시하는 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욘드르를 법원에 추천한 직원은 와이어드 인터뷰에서 증인, 사복 수사관들이 SNS에 무단 노출된다는 민원이 크게 줄었다면서 "검찰과 경찰이 가장 큰 수혜자"라고 했다.

욘드르 파우치가 가장 각광받은 장소는 학교였다. 스마트폰이 교권 붕괴에 한몫하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 학부모들이 나서 '스마트폰 없는 학교'(Phone-Free Schools Movement)라는 시민단체를 설립할 정도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10~11월 미국 공립학교 교사 253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2%가 교실 대 스마트폰 이용 때문에 학생 주의력이 산만해져 문제라고 대답했다.

그레이엄 듀고니 창업자가 개발한 스마트폰 잠금 파우치./ 사진=욘드르 홈페이지

지난 5월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미국 코네티컷 주 중학교 교감으로 근무 중인 레이먼드 돌핀도 교내 스마트폰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스마트폰 중독이 갈수록 심해졌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때문에 교우관계가 악화되는 일이 잦았다. 학교를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욘드르 파우치를 학교에 도입했다.

처음엔 학생, 학부모 반대가 거셌다. 한 학생은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쓸 수 없게 되자 눈물을 흘렸다. 학부모들은 총격 사건이라도 나면 집에 연락을 해야 하는데 어쩔 거냐며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은 스마트폰 없는 학교에 적응했다. 아이팟을 귀에 꽂은 채 서로를 본체만체 하던 학생들이 서로 아침 인사를 주고받았다. 화장실에서 몰래 만나 전자담배를 피우고, 수업 중 몰래 부적절한 사진을 공유하는 일은 없어졌다. SNS에서 시작된 싸움이 학교까지 이어지는 일도 없어졌다. 총격 사건이 일어난 경우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집에 연락해야 한다는 학부모들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돌핀 교감은 설명했다. 연락은 교사들이 하는 편이 낫고, 학생들은 조용히 숨어있는 게 안전하다는 것.

욘드르 파우치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지난 3월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3000개 이상 학교가 욘드르 파우치를 이용하고 있다. 포브스는 지난달 보도에서 욘드르 파우치를 사용하는 학생 수가 지난해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올해 2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욘드르는 올해와 내년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듀고니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학생들에게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마트폰 없이 6~8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것"이라며 "(디지털 세상과 현실의) 차이를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투자 모금 현황과 기업가치 평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