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의 김혜수 배우를 만나다

견고한 성채처럼 지켜온 일상이 무너지는 순간, 인간은 어디까지 추락하고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까?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극본 정은경·박수린, 연출 이창희)는 화려한 성공을 전시하며 살아온 100만 팔로워의 인플루언서 부부와 파경 직전의 이웃집 의사 부부가 불륜보다 더 감당하기 힘든 파멸적 비밀에 휘말리며 폭주하는 연쇄 추돌 블랙 코미디다.
공개 직후 3주 연속 쿠팡플레이 인기작 1위와 OTT 만족도 1위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중심에는, 주인공 ‘박경희’ 역을 맡아 캐릭터의 우아한 가면과 날것의 민낯을 서늘하게 발가벗긴 배우 김혜수가 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혜수를 직접 만나 작품의 비하인드와 치열했던 연기 여정을 짚어보았다
–작품이 공개되자마자 3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호평을 얻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지난 5월에 촬영을 끝냈는데, 다른 작품들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공개됐다. 찍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성본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제작사를 통해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과 성적을 전해 들었는데,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정말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라는 도발적인 제목부터 화제였다.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 첫인상은 어땠나?
제목을 보자마자 단번에 시선이 꽂혔다. 여러 대본 중에서도 유독 ‘줌’이 되는 느낌이었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니라고? 그럼 대체 뭐가 문제야?”라는 호기심이 저절로 생기더라. 마치 ‘이래도 안 볼 거야?’ 하고 도발적으로 말을 거는 것 같았고, 제목 자체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영리한 장치라고 느꼈다.

-실제로 대본을 읽으면서 어떤 지점에서 작품의 매력을 확신했나?
혼자 대본을 보면서 낄낄거리고 깔깔대며 읽었다. 최근에 받아본 대본 중에서 유독 재미있고 특별했다. 불륜, 뺑소니, 자녀 문제 등 다루어지는 개별 사건들은 사실 익숙한 클리셰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익숙한 사건들을 비틀고 전환해 나가는 방식이 완전히 새로웠다. 인물과 서사에 무섭게 몰입하게 만드는 대본 본연의 힘이 있었다.
–김혜수가 바라본 ‘박경희’는 어떤 인물인가?
겉으로는 화려한 100만 인플루언서이자 인테리어 회사 대표지만, 본질은 빗물이 새는 단칸방 밑바닥에서부터 치열하게 일군 ‘가장’이다. 대중에게 완벽한 가정을 상품처럼 전시하며 지지 기반을 쌓아 올린 인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구축한 성이 흔들릴 때 느끼는 공포와 방어기제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위기 상황마다 튀어나오는 박경희의 거친 욕설과 행동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우아하게 세공된 껍데기 아래 억눌려 있던 날것의 생존 본능이다. 밑바닥에서 뼈를 깎으며 올라온 사람만이 지닌 투박함과 악바리 근성이 위기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순간들인데, 그 모습이 오히려 경희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취약함을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이전 작품인 ‘소년심판’, ‘트리거’에서는 사건을 파헤치는 입장의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셨다. 이번에는 반대로 자식의 과오를 덮어줘야 하고, 은폐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반대된 상황의 연기를 하신 소감과 배역으로서의 재미를 느낀 대목은?
맞다. 이전 작품에서는 자신의 진실과 정의를 위해서 연기하는 모습이었다. 반대로 경희는 성공을 우선시하는 인물이기에 절박함이 더 크다. 비교는 안하지만, 경희를 연기하면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불륜이라는 치정극으로 시작해 피카레스크 블랙 코미디로 전환되는 구조를 어떻게 해석했나?
이 드라마에서 불륜은 도화선일 뿐이다. 불륜 자체에 대한 도덕적 단죄나 심리적 치정에 집중하기보다는, 예기치 않은 극한의 위기 앞에서 인간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자신의 민낯과 위선을 드러내는가를 해부하는 작품이다
–2002년 드라마 ‘장희빈 이후 무려 23년 만에 조여정 배우와 재회했다. 소회가 남달랐을 텐데?
조여정 씨와 다시 만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20대 초반에 만났던 여정 씨가 이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단단하고 훌륭한 배우로 성장해 마주하니 뭉클했다. 현장에서 여정 씨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하는 순간이 많았고, 서로를 깊이 존중하며 치열하게 주고받는 호흡이 너무나 쾌감 있었다.
-남편 ‘임재홍(차은빈)’을 연기한 김지훈 배우, 이웃집 남편 ‘주보성’ 역의 김재철 배우와의 연기 소감은?
김지훈 씨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묵묵히 버텨온 훌륭한 배우다. 재홍이라는 인물은 하찮고 속물적이면서도 어딘가 미워할 수 없는 묘한 순수함이 있어야 하는데, 김지훈 씨가 그 결을 완벽하게 살려냈다.
현장에서 철저하게 준비해 와 거침없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큰 신뢰를 느꼈다. 김재철 배우는 특유의 묵직한 중저음과 정적인 아우라가 극의 기묘한 서스펜스를 훌륭하게 받쳐줬다. 각자의 배우자가 배신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마주할 때 형성되는 건조하면서도 복잡한 공기는 김재철 배우의 밀도 높은 리액션 덕분에 완성될 수 있었다.

-극 중 앙상블을 맞춘 후배 배우들에 대해 ‘선후배 관계’가 아닌 ‘동료 배우’로 대한다는 철학이 잘 알려져 있다.
슛이 들어가는 순간 카메라 앞에는 선배도 후배도 없다. 오직 ‘배우 대 배우’로 부딪힐 뿐이다. 나 혼자 잘한다고 해서 결코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없다. 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상대의 호흡을 발판 삼는 것은 가장 나쁜 태도다. 서로가 준비해 온 것을 가감 없이 나누고 밀고 당길 때 비로소 살아 숨 쉬는 씬이 완성된다.
-데뷔 40년이 넘은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와 모험을 택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안주할 수 있는 익숙함을 유지하기 위해 도전을 피하는 일은 없다. 비록 위험 요소가 다분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모험일지라도, 작품 자체에서 강렬한 매혹을 느끼고 배우로서 가슴이 뛴다면 주저 없이 직진한다. 이번 작품 역시 그런 갈망이 이끈 선택이었다.
-인터뷰 하시는 내내 활력이 넘치시는게 느껴진다. 의도하신건 아니겠지만, 최근 연기한 캐릭터인 오소룡과 박경희는 가만히 있지 않고 시종일관 뛰어다니고 욕도 잘하고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맞다.(웃음) 스태프들에게 들었는데, 내가 하도 뛰어다녀서 그들이 힘들다고 한다. “선배님 왜 꼭 그런역할을 하세요?”라고 묻는데, 내 자신이 가만히 있고, 말로 떠드는 것보다는 몸으로 하는 캐릭터에 더 매료되는 것 같다.

-작품 속 인물들이 처한 딜레마를 보며 인간 김혜수로서 어떤 생각을 했나?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상처와 풍파를 겪는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완벽한 삶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저마다의 진흙탕이 있다. 인생이란 한두 가지 사건으로 재단할 수 없는 복합적인 것이라는 점을 다시금 실감했다.
-반환점을 돌아 7·8화 결말만을 남겨두고 있다. 후반부의 결정적 관전 포인트를 꼽는다면?
6화까지가 비밀과 위선이 뒤엉키며 사면초가에 몰리는 과정이었다면, 후반부는 그야말로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관차처럼 전면전으로 치닫는다. 은폐하려 했던 진실들이 걷잡을 수 없는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릴 때 인물들이 내리는 최후의 선택들을 끝까지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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