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차주영 나나 '여인천하'가 주는 쾌감, '클라이맥스' [드라마 쪼개보기]
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디즈니+와 ENA에서 방송되는 10부작 '클라이맥스'(극본·연출 이지원)가 시청률 3%대를 오르내리며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16일 공개된 첫 회에선 노골적인 러브신으로 주의를 끄는가 싶었는데 30일 5회까지 흘러가면서 '막장'을 뺨치는 반전의 스토리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클라이맥스'는 영화 '서울의 봄', '내부자들',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등을 선보여온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하고, 영화 '미쓰백'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받은 이지원 감독이 극본까지 맡아 연출한 작품이다. 남녀 주인공으로 주지훈과 하지원이 등장하고, 차주영·나나·오정세·서현우 등 다른 배역의 캐스팅도 알차고 화려하다.
기본적으론 출세하려는 검사 방태섭(주지훈)과 그의 아내이자 연예계 톱배우 추상아(하지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등장인물들간의 생존게임이다. 시골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방태섭은 검찰 권력의 핵심은 물론 나아가 대권까지 꿈꾸는 야망가이고, 톱스타였다가 스캔들로 추락한 추상아는 어두운 과거를 딛고 부활하려는 욕망가다. 여기에 정치·검찰·기업·연예 스캔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이야기는 불편하지만 익숙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사실 권력에 철저히 아부하는 검찰, 유력 정치인에 줄을 대는 대기업, 성 상납 등 불법과 비리가 난무하는 연예계는 드라마는 물론 현실 세계에서도 수없이 접했던 장면이 아닌가.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2016년의 국정농단, 2018년 버닝썬 게이트, 그리고 최근 필리핀에서 국내 송환된 마약왕 박왕열까지. 드라마보다 더한 막장 현실에 더는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클라이맥스'는 익숙한 것들, 뻔한 클리셰들을 배우들의 몰입감과 짜릿한 속도감으로 그럴듯하게 버무린다. 일단 1회를 시작하면 5회까지 줄곧 내달리는 데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원을 비롯해 주요 여성 배역 3인의 밀고 당기는 연기가 크게 한몫한다. 이들은 다음 회를 기대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하지원은 2년여 만에 컴백했던 드라마 '커튼콜'(2022) 이후 다시 4년 만에야 타이틀롤로 복귀했다. 그 사이 48세가 됐다. 여배우로선 만만치 않은 나이다. 1996년 단막극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한 이래 하지원은 지난 30년간 줄곧 '주역'이고 '멜로 퀸'이었다. 출세작 '진실게임' 이후 한 번도 악역 비슷한 것을 맡은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엔 완전히 달라졌다. 마음을 바꿔 먹은 모양이다. 하지원이 맡은 추상아는 처음엔 그렇고 그런 연예 스캔들의 피해자처럼 보이다가 2회 엔딩 이후부터 무섭게 변모한다. 1회의 추상아는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연예기획사 대표 오광재(서현우)에게 짓눌려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했던 약자다. 연약하고 나약하다. 그는 남편 방태섭에게 "분명 난 더 갈 수 있는데 여기가 끝일까봐 그게 무서워…"라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2회에서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간 전 매니저 박재상(이가섭)이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협박 전화를 걸어오면서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다. 급기야 엔딩에서는 과거 인연이 있었던 재계 3위 그룹 WR의 권세명(김홍파) 회장을 남편 몰래 만나 도움을 요청하는 대담함을 보여준다. 어둡고 비밀스러운 차 안에서 권 회장과 단둘이 협상을 하는 하지원의 번뜩이는 표정이 섬뜩하다. 앞으로 확 바뀔 캐릭터의 복선이다.
방태섭이 WR 권회장의 젊은 아내이자 엔터업계 큰손인 이양미(차주영)가 후원하는 차기 대선 주자의 은밀한 성상납 현장을 폭로해 사건이 확대되자, 추상아가 이양미를 찾아가 해명하는 장면도 긴장감이 넘친다. 차주영이 하지원의 머리에 날계란을 뭉갠 후 내뱉는 저주스러운 독설, 이에 하지원이 이를 꿋꿋하게 참고 견디며 이를 악무는 얼굴이 치열하게 충돌한다.
4회에서 상상 신으로 펼쳐지는 오광재 살인 현장에서 하지원의 몸 쓰는 연기도 리얼리티가 생생하다. 멜로 장르뿐 아니라 호러와 액션을 두루 섭렵했던 경험을 이 한 신에서 폭발시킨다.
다면적인 성격을 가진 추상아는 만만치 않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를 영리하게 오가야 하고, 동성애 코드까지 내포하고 있어 여배우로선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러나 하지원은 '안주'하기보다는 '도전'을 택한 듯하다. 그동안 애써 쌓아올린 이미지가 혹여나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접어뒀다. 이지원 감독은 "'발리에서 생긴 일' '다모'에서 하지원이 보여줬던 날 선 이미지를 팬들도 기다려왔다고 생각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감정의 극한까지 몰아가는 장면에서도 의지하며 작업할 수 있었다"면서 "작품에서 하지원이 상아를 통해 보여줄 다양한 모습이 배우에게나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원에 못지않게 연기 내공을 발산하는 배우는 또 있다. 이양미 역의 차주영과 방태섭의 정보원 황정원 역의 나나다. 둘 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를 발산한다. 차주영은 대기업 재벌 회장의 재혼녀로 들어가 돈과 권력을 쥐려는 속물 같은 악녀 역을 흠잡을 데 없이 소화한다. 나이를 의심케 하는 중년 여인의 액센트, 진지함과 과장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는 손짓과 발짓이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든다. 차주영의 명장면은 역시 방태섭의 폭로로 나락에 떨어진 차기 대선 주자와 사우나장 안에서 한바탕 몸싸움을 벌이는 대목이다. 폭로 뉴스를 보고 쳐들어온 차기 대선 주자는 무장해제 중이던 이양미의 머리끄덩이를 붙잡아 바닥에 팽개친다. 그렇게 품격있는 척하던 두 여자는 난장의 광대처럼 엉켜 허우적거린다. 물 위에 떠 있는 새는 우아하지만, 물장구를 치는 수면 아래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 것과 같다.

숏컷 스타일의 나나도 터프한 매력을 뽐낸다. 방태섭의 그림자 같은 정보원으로서 자신을 나락에서 구원해준 사람에 대한 충성심과 동시에, 감시 대상에 대한 연민도 풍긴다. 세계에서 제일 예쁜 얼굴로 뽑힌 적도 있지만,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감정과 액션에 몰입한다. 남은 회차에서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극의 전반을 쥐고 흔드는 주지훈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클라이맥스'는 여성들의 연대가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여성 감독이 쓰고 연출하고, 여성 배우 3명이 주도하기 때문이다. 이는 막장 같은 구성에도 불구하고 색다른 설득력과 쾌감을 선사한다. 따라서 10부작의 결말은 그동안의 남성 주도적 서사와는 다른 엔딩이 기다리고 있길 바란다.
이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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