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대문짝만하게 붙어있는 ‘임대’… 시끌벅적 상권 그리워

[르포] 공실률 오른 상권 가보니
대전 공실 상가 기자재·쓰레기 널브러져
공실 상가, 인근 가게 매출에도 악영향
세종 집현동 건물 통째로 빈곳도 있어

평일 저녁 대전시 서대전네거리 인근 상가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유리창에 걸려있다. 사진=강승구 기자
세종시 집현동의 한 상가 건물. 1층 대부분이 공실이다. 사진=박현석 기자

"앞에 상가가 오랫동안 비어있으니까, 사람도 안 다니고, 꼭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아."대전 동구 복합버스터미널 인근 상권에서 한 상인이 비어있는 상가 건물을 바라보면서 나지막히 읊조렸다.

29일 저녁 9시, 복합버스터미널 골목 상권은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아 한산한 분위기다.저녁 시간대 사람들로 북적거려야 할 버스터미널 인근 상가 건물은 공실로 썰렁해 보이기까지 했다.

골목 상권에 위치한 상가 외벽 곳곳에는 임대 현수막을 걸어놓은 건물이 심심찮게 보였고, 재개발을 위해 ‘철거’라는 글자가 창문과 벽면에 난무하게 칠해져 있었다.

공실로 된 상가 내부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기자재나 쓰레기들이 널브러진 상태였다.

몇몇 상가 간판 불은 꺼져있고, 빈 상가건물이 방치돼 있다 보니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들었다.

자영업자 A씨는 "저렇게 큰 건물이 오랫동안 컴컴하게 놓여 있으니까 처음 오는 손님들은 망설이다가 이 골목을 그냥 지나간다"라며 "골목상권은 시끌벅적해야 하는데 이 근방 상가들이 비어 있으니까 손님도 줄어들고,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과거 복합버스터미널 상권은 유흥업소와 식당이 즐비해 외지 방문객이나 시민들이 찾아오는 동구의 대표 상권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물가와 금리가 오르고,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상인들이 상권을 떠나게 되자 터미널 인근에 공실이 늘어나게 됐다.

시민 현 모(77)씨는 "이 동네에서 30년 넘게 살았는데 번영했던 옛날 분위기가 다 사라졌다"며 "먹을 만한 식당도 점점 사라지다 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져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텅빈 상가는 인근 세종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같은날 오후 3시께 세종시 집현동의 한 상가 건물은 한적하다 못해 적막했다.

1~2층을 제외한 3층 이상은 대부분이 공실로 남아있으며 일부 상가는 건물이 통째로 빈 곳도 간혹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영업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기존 개발된 1~3생활권의 경우 어느 정도 상권이 형성됐지만 여기 처럼 최근 공급된 곳은 상가 공실률이 높은 편"이라며 "보통 아파트 밀집지역의 항아리 상권은 병의원, 학원가 등이 들어와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식당들만 입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강변을 낀 보람동의 수변상가들도 공실이 적지 않았다.

일부 빈 상가에는 입주를 원하는 임차인에게는 복비(중개수수료)를 면제해주겠다는 포스터도 붙어 있었다.

건물 관리인은 "처음 분양 당시에 임대가 여럿 나갔지만 소비 위축, 인건비 상승 등으로 오래 못가서 폐업한 곳들이 계속 공실로 남아 있다"며 "상권 활성화를 위해선 지금 남아 있는 상인들이 각자 도생해서는 방법이 없고 지자체나 정부차원의 지원이나 대안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박현석 기자 standon7@cctoday.co.kr
강승구 기자 bigman0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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