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레시피 7] 두서없이 쓰는 아이… 글의 순서를 잡아주는 3단계 구조

김현주 기자 2026. 5. 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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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줄을 아직 잡지 못한 것입니다
[글쓰기 레시피 7] 두서없이 쓰는 아이… 글의 순서를 잡아주는 3단계 구조.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AI로 제작하였습니다. 

[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현주 기자]

아이가 글을 쓸 때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입니다. 처음에는 친구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어제 먹은 음식 이야기가 나오고, 다시 책 속 주인공 이야기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습니다. "생각을 좀 정리해서 써야지"라는 말이 먼저 나올 때도 있지요.

그런데 두서없이 쓰는 아이가 꼭 생각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많은데, 그것을 어떤 순서로 놓아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쓰기는 생각을 꺼내는 일인 동시에, 그 생각에 자리를 정해 주는 일입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지적이 아니라, 글의 순서를 잡을 수 있는 간단한 구조입니다.

이번 글쓰기 레시피에서는 아이가 흩어진 생각을 글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3단계 구조를 소개합니다.

1단계, "무슨 이야기를 쓸까?" 한 문장으로 정합니다

글이 두서없어지는 첫 번째 이유는 출발점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책도 재미있었고, 주인공도 기억에 남고, 친구와 나누고 싶은 장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심 생각이 정해지지 않으면 글은 쉽게 옆길로 갑니다.

이때 부모가 먼저 해줄 질문은 "그래서 네가 제일 하고 싶은 말이 뭐야?"입니다. 이 질문은 아이에게 글의 중심을 찾게 해주는 질문입니다. 다만 너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으니 조금 더 쉽게 바꿔 말해도 좋습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딱 하나만 기억한다면, 뭐였으면 좋겠어?"

"네가 가장 말하고 싶은 장면은 어느 부분이야?"

"이 글의 제목을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아이가 『강아지똥』을 읽고 여러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면, 먼저 중심 문장을 정해보는 것입니다.

"작고 쓸모없어 보이는 존재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한 문장이 정해지면 글은 훨씬 안정됩니다. 아이가 중간에 다른 이야기를 쓰려고 할 때도 "이 이야기가 네가 정한 중심 문장과 연결될까?"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글의 방향을 잡아주는 첫 번째 안전장치입니다.

2단계, "처음-가운데-끝" 세 칸으로 나눕니다

중심 문장을 정했다면, 이제 생각을 순서대로 놓을 차례입니다. 아이 글쓰기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구조는 '처음-가운데-끝'입니다. 너무 익숙해서 단순해 보이지만, 초등학생 글쓰기에서는 이 구조만 제대로 잡아도 글이 크게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무엇에 대해 쓸 것인지 알려줍니다. 가운데에는 기억에 남는 내용이나 이유를 씁니다. 끝에는 내 생각이나 배운 점을 정리합니다. 이 세 칸을 먼저 나누고 쓰면 아이는 글 전체의 길을 잃지 않습니다.

부모님은 종이를 세 칸으로 나누어 아이와 함께 적어볼 수 있습니다.

처음: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점이 기억에 남았는지 쓴다.

가운데: 기억에 남은 장면과 그 이유를 쓴다.

끝: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이나 나의 생활과 연결해 쓴다.

이렇게 쓰면 글은 자연스럽게 흐름을 갖게 됩니다. 아이에게 처음부터 완성된 문단을 요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세 칸에 짧은 말로 메모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쓰기가 어려운 아이일수록 바로 긴 문장을 쓰게 하면 부담을 느낍니다. 반대로 메모부터 시작하면 "아, 이렇게 쓰면 되는구나" 하고 글의 길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글을 쓰기 전에 생각의 자리를 먼저 정하는 일입니다. 글을 잘 쓰는 아이는 생각이 많은 아이가 아니라, 생각을 놓을 자리를 아는 아이입니다.

3단계, 연결어로 문장 사이의 다리를 놓습니다

아이 글이 끊어져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문장과 문장 사이에 연결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내용은 있지만 문장들이 따로 떨어져 있으면 글은 두서없게 느껴집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연결어입니다.

연결어는 글 속에서 문장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아이에게 어려운 접속사를 많이 가르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몇 가지 쉬운 표현만 익혀도 충분합니다.

먼저 이유를 말할 때는 "왜냐하면"을 사용합니다.

다른 내용을 이어 말할 때는 "또"를 사용합니다.

생각이 바뀌거나 반대되는 내용을 말할 때는 "하지만"을 사용합니다.

마무리할 때는 "그래서", "이 책을 읽고"와 같은 표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이렇게 썼다고 해보겠습니다.

"주인공이 불쌍했습니다. 친구가 없었습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이 좋았습니다."

내용은 있지만 문장 사이가 조금 끊어져 보입니다. 이때 연결어를 넣어보면 글이 훨씬 자연스러워집니다.

"주인공이 불쌍했습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친구가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또 나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속상했던 적이 있어서 주인공의 마음이 이해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글이 길어진 것이 아니라, 생각의 관계가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이에게 연결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히 문장을 꾸미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이 아닙니다. 생각과 생각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익히게 하는 과정입니다.

부모의 코칭은 "다시 써"보다 "순서를 같이 생각해 보자"에서 시작됩니다

아이의 글이 두서없을 때 "다시 써"라고 말하면 아이는 글쓰기 자체를 혼나는 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글을 고치기 전에 순서를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문장은 처음에 오면 좋을까, 가운데에 오면 좋을까?"

"네 생각은 끝부분에 넣으면 더 잘 보이겠다."

"이유가 먼저 나오고 예시가 나오면 읽는 사람이 더 이해하기 쉽겠네."

이런 식의 말은 아이에게 글쓰기의 기준을 알려줍니다. 부모가 대신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글의 순서를 생각하도록 돕는 방식입니다.

특히 초등학생 글쓰기에서는 완성도보다 구조 감각이 중요합니다. 맞춤법이나 표현을 고치는 일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이 글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보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 힘이 생기면 글은 자연스럽게 정돈됩니다.

두서없는 글은 성장 중인 글입니다

아이가 두서없이 쓴 글을 보면 부족한 부분이 먼저 보입니다. 하지만 그 글 속에는 아이가 붙잡고 싶은 생각들이 들어 있습니다. 아직 순서가 정리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부모의 역할은 그 생각을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생각의 줄을 잡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한 문장으로 중심 생각을 정합니다. 다음에는 처음-가운데-끝 세 칸으로 내용을 나눕니다. 마지막으로 연결어를 넣어 문장 사이를 이어줍니다. 이 세 단계만 반복해도 아이의 글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글쓰기는 한 번에 잘해지는 기술이 아닙니다. 생각을 꺼내고, 순서를 잡고, 다시 다듬는 경험이 쌓이면서 자라는 힘입니다. 오늘 아이의 글이 조금 어수선해 보여도 괜찮습니다. 그 안에는 이미 글이 될 재료가 들어 있습니다. 부모가 차분히 순서를 함께 잡아줄 때, 아이는 자기 생각을 읽는 사람에게 전하는 방법을 하나씩 배워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