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가 된 폐병원…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함께 흐르다 [스페이스도슨트 방승환의 건축진담]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 종합병원
‘백제병원’ 개조한 브라운핸즈 백제
붉은벽돌 인테리어… 세월 흔적 가득
인천 이 이비인후과 개조 개항로점
1960년대 산업화 시대 반영 ‘모던’
백색 타일 ‘무균·위생’ 상징하는 듯
‘뉴트로(Newtro, New+Retro) 문화’가 확산하면서 쓸모를 다한 건물을 다시 쓰는 공간 재생도 늘고 있다. 처음에는 문화재급의 건물을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으로 개조해 쓰다가 최근에는 공장과 쓰레기 소각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꾼다거나 석유저장시설과 목욕탕을 전시시설로 사용하는 등 건물을 처음 지을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용도로 바뀌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중 병원이 카페로 개조되는 사례도 있다.

원도심에 남은 병원 건물을 주목한 건 카페였다. 건물이 지닌 과거의 흔적을 통해 방문자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는 매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크지 않은 돈으로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쓸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사람들이 원도심을 찾기 시작했다는 흐름도 무시할 수 없었다. 대표적으로 작년 말까지 영업했던 카페 뎀셀브즈 망원점(옛 윤진열소아과)과 뵈르뵈르 안국점(옛 최소아과)이 있다. 그리고 지방의 사례로 브라운핸즈 백제와 개항로를 꼽을 수 있다. 브라운핸즈 백제는 1920년대에 개업한 부산의 ‘백제병원’을, 브라운핸즈 개항로는 2002년까지 운영했던 인천의 ‘이 이비인후과’ 건물을 개조한 카페다.

건물을 매입한 양모민은 내부를 수리한 뒤 중국요리집 ‘봉래각’을 개업했다. 현재 복도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방이 배치된 내부구조는 중국요리집으로 사용될 당시의 모습이다. 장사는 꽤 잘됐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군이 중국 대부분을 점령한 1942년 양모민은 봉래각을 폐업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후 이 건물은 부산의 치안을 담당하며, 조선인을 징집했던 아카즈카 지대(赤塚支隊)의 장교 숙소로 쓰였다.

브라운핸즈 개항로가 위치한 곳은 과거 ‘싸리재 고갯길(현 개항로)’로 불렸다. 이 길을 따라 포목점과 구두 가게들이 성업했는데, 1952년 인천기독병원이 들어서면서 의료타운이 됐다. 이 이비인후과도 그때 들어섰다. 지금은 의료기기를 파는 가게들이 당시를 증언하고 있다.

반면, 커피를 파는 집(Coffee-house) 또는 커피 자체를 의미했던 카페(Cafe)는 ‘지식의 학교’, ‘깨달음의 학당’이라는 뜻의 ‘Mekteb-i-irfan’(메크텝 이 이르판)이라고 불릴 만큼 낯선 사람들과 함께 앉아 오랫동안 토론과 논쟁을 하는 장소였다. 중동에서 유럽으로 넘어온 뒤에도 카페는 정보와 친교를 통해 시대의 공감을 이루었던 곳이다. 심지어 카페의 이런 기능에 위기감을 느낀 영국의 왕 찰스 2세는 카페의 수를 제한하는 칙령을 공포하기도 했다.
현대에 와서 커피는 단순한 음료나 상품을 넘어 삶의 한 요소가 되었다. 그래서 커피 비즈니스를 식음료업이 아닌 Hospitality(호스피털리티·접객) 사업으로 구분한다. 또한, 커피를 마시는 카페를 설계할 때는 손님들이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고려해 세밀하게 디자인하고 있다. 결국 병원으로 쓰이다 카페가 된 브라운핸즈의 두 건물은 시대에 따라 변한 환대의 방식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방승환 도시건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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