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첫 '가야 왕궁결혼식', 특별·이색 관광콘텐츠 '가능성'

지난 27일 오후 2시 김해가야테마파크 가야왕궁 태극전에서 2000년 전 가야시대 수로왕과 허왕후 결혼식을 재연한 '가야 왕궁결혼식'이 열렸다. /이수경 기자

"삼가 하늘에 아뢰나이다. 한 쌍의 선남선녀가 백년가약을 맺습니다. 하늘이시여 두 사람의 앞날에 창창한 광명을 내려주옵소서."

2000년 전 가야시대 때 수로왕과 허왕후가 결혼했던 것처럼 지난 27일 오후 2시·4시 김해가야테마파크 가야왕궁 태극전에서 두 커플의 '가야 왕궁결혼식(킹스웨딩(King's wedding))'이 열렸다. 김해문화재단이 김해방문의 해를 맞아 국내외 관광객 유치와 가야문화권 김해 정체성을 확보하고자 지역 핵심 관광콘텐츠로 기획한 첫 행사다.

이날 가야 왕궁결혼식은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특별함과 색다름으로 2000여 명 국내외 관광객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주로 가족·친구 단위 관광객이 많았고 중국 등 외국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2시 첫 커플 본식에 앞서 인도 아유타국 사신들이 철광산광장에서 가야 고취대와 무용수들과 함께 길놀이 공연과 퍼레이드를 펼치며 화려한 막을 열었다. 사신 행렬 뒤를 가야테마파크를 찾은 관광객들이 따랐고, 태극전 정문 앞에서 멈춘 기수들은 깃발 무용을 선보이며 본식이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실제 커플인 신랑 심성보(36·한국) 씨와 허신부 추아완잉(36·싱가포르) 씨가 왕궁결혼식을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수경 기자

본식은 집례자 김현일(부산대 전통예술연구회 회장) 씨 진행으로 수로왕 옷과 왕관을 착용한 신랑 심성보(36·한국) 씨와 허왕후 복식으로 단장한 신부 추아완잉(36·싱가포르) 씨가 커다란 청홍 슈룹(양산)을 쓰고 함께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신랑 신부 동시 입장은 가야시대 이미 실천했던 평등 사상을 그대로 재연했다. 이후 맞절, 술잔 나누기(천지신명, 부부끼리, 조상들과 손님), 삼배 등을 했다.

이어 최석철 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가 부부 연을 맺음을 하늘에 고하는 고천문을 낭독했다. 최 대표는 "두 사람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과 여러 하객들을 모시고, 인륜지대사인 혼례성사를 하게 됐음을 하늘에 고하나이다. 부모님을 공경하고, 어려운 사람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잃지 않게 하옵소서. 또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도와주옵소서. 하늘이시여, 이들에게 큰 축복을 내려주시옵소서"라고 만방에 알렸다.

성혼이 성사되자 수십 명 문무백관과 기수들이 등장해 깃발과 북, 몸짓으로 결혼을 축하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가야금 연주에 맞춰 가야 무용수들이 철기시대 가야를 상징하는 쇳덩이로 소리를 내며 부부 해로를 기원하고, 인도 음악이 나오자 아유타국 무용수들 춤 공연이 이어지다가 두 나라 무용수들이 어우러져 화합무를 추며 축하 공연을 했다.

2시 본식에 앞서 인도 아유타국 사신들이 철광산광장에서 가야 고취대와 무용수들과 함께 길놀이 공연과 퍼레이드를 펼치며 화려한 막을 열고, 태극전 정문 앞에서 멈춘 기수들이 깃발 무용을 선보였다. /이수경 기자

왕궁결혼식은 신랑 신부가 친지와 하객,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인사한 뒤 퇴장하면서 끝났다. 이후 신랑·신부는 가족 친지, 왕궁결혼식을 추진한 김해문화재단·김해시 관계자, 홍태용 김해시장 대신 참석한 부인 김민서 여사 등과 기념촬영을 했다.

신랑 심 씨는 "김해시가 공모한 SNS이벤트에 선정돼 가야 역사와 전통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많은 분들 성원을 받으며 특별한 추억을 남기게 돼 매우 기쁘고 왕이 된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허왕후 왕관을 쓴 신부 추아완잉 씨도 "전통 의상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가야복식체험에 참여한 관광객들은 결혼식 하객 역할을 하면서 특별한 추억을 남겼다. 또 한국-싱가포르(2시), 한국-러시아(4시) 커플 2쌍이 수로왕과 허왕후가 돼 백년가약을 맺음으로써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이 많은 김해시가 문화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의미 있다.

가야 왕궁결혼식을 지켜본 김해시민(40대)은 "가야시대 왕과 왕비 옷을 입은 신랑 신부와 하객들을 보면서 가야 결혼식은 저랬나 보다 하면서 아이들과 같이 구경했고 다음에도 볼만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날씨가 더워서 하객석에 그늘 천막 같은 게 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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