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尹 만나 '의정갈등-김여사' 왜 얘기 못했나…"직업윤리 영혼 없어"
尹-韓 만찬 빈손 반발…유승민 "망해봐야 정신차려" 최재성 "입틀막 만찬"
"의료사태 독대로만 얘기할 수 있나" vs "현안 얘기할 자리 아냐"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 대표 선출 후 윤석열 대통령과 첫 만찬회동에서 최대 현안인 의정갈등과 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을 말하지 않고 돌아온 것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민심이반에 대한 정치인으로서 직업윤리조차 없다”, “망해봐야 정신차리나”라는 질타가 나왔다. 야당에선 현안을 얘기할 자리가 아니었다는 한동훈 대표의 입장을 두고 꼭 독대여야만 얘기할 수 있는 것이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24일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서면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를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으로 초청해 야외에서 만찬을 가졌다며 “오늘의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은 “대통령은 술을 마시지 않는 한동훈 대표를 고려해 만찬주 대신 오미자차를 준비했다”며 윤 대통령이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어요”라고 메뉴를 직접 소개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원래 바베큐를 직접 구우려고 했다”면서 지난 5월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만찬에서 고기 굽고, 계란말이를 만든 일화도 소개했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여야 관계와 국정감사, 체코 방문과 원전 생태계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세계적으로 원전시장이 엄청 커지면서 체코가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한다”며 “2기에 24조 원을 덤핑이라고 비판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정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나 의료공백 사태 해법과 김건희 여사 각종 의혹 및 특검법 해결 등 정국의 뇌관이 되는 사안에는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대표의 발언기회가 하나도 없었다며 “긴 테이블에 쫙 늘어서서 앉았고 옆에서 서빙을 계속하니까 어수선한 분위기였고, 대통령께서 '대표 말씀을 하시죠'. '원내대표 한번 한 말씀하시죠'. 이런 기회가 돌아가면서 있었다면 얘기할 기회가 있었겠지만 그런 게 없었기 때문에 큰 현안 문제에 대해서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동훈 대표는 끝나고 독대를 다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25일 오후 백브리핑에서 '어제 재독대 요청에 대한 응답을 받았느냐'는 질의에 “좀 기다려 보시죠”라고 답했다. '어제도 만찬에서 현안 얘기가 없어서 빈손이라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한 대표는 “현안 관련 얘기가 나올 만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독대 요청을 왜 다시했느냐'는 질의에 한 대표는 “중요한 현안에 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 필요가 여전히 있지 않겠느냐. 어제는 그런 말씀을 나눌 만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 같은 과정이 당정 갈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는 지적에 한 대표는 “정치는 민생을 위해서 대화하고 좋은 해답을 찾는 것”이라며 “너무 그렇게 해석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만찬의 성과를 묻자 한 대표는 “만찬의 성과는 '저녁을 먹은 거' 아닐까요”라며 “이게 소통의 과정이라고 길게 봐 주시면 어떨까 싶다. 일도양단으로 있다 없다 말씀하실 것이 아니고 대통령실에서도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해법을 찾으려는 생각은 아마 저랑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빈손 회동을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오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대통령과 당지도부가 만나 '우리 한대표가 좋아하는 소고기, 돼지고기'만 먹고 헤어졌다”며 “의료사태의 '의' 자도 안나오고, 자영업자의 비참한 몰락, 미친 집값과 가계부채 같은 민생 문제도 없었다. 대화와 합의의 정치를 마비시키는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도, 대통령과 당에 대한 '민심이반'도 거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이럴 거면 왜 만났느냐”며 “국민들만 불행하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최소한 의료대란을 해결할 당정의 일치된 해법 만큼은 꼭 나와야 했던 것 아니냐”며 “검사 출신 두 사람의 이런 한심한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포용하고 경청할 줄 모르는 대통령이나, '독대'를 두고 언론플레이만 하는 당 대표나 둘 다 치졸하고 한심하다”며 “당과 대통령실 책임자 수십 명이 다 모인 자리에서 어느 한 사람도 국정실패와 민심이반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니, 정부 여당으로서 최소한의 책임도 직업윤리도 영혼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배가 가라앉고 다 망해봐야 정신을 차릴 거냐”며 “그 때는 뒤늦게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고 질타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역대 만찬 중에 당 대표가 아무 말도 못했다는 기록을 세웠다”며 “만찬 진행의 형식이나 순서를 정하고 이런 과정에서 아예 빼버린 거다. '입틀막 만찬'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최 전 수석은 “한 대표는 입틀막 당하고 나오면서 나오자마자 독대 재요청을 했다”며 “두 분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계기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의료대란과 민생위기는 말도 꺼내지 못할 거면서 고기 만찬은 도대체 왜 한 거냐”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도 이날 오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의료계의 위기가 점점 심화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그저 '밥만 먹었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의료대란특위는 특히 “한 대표 스스로 '의료대란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고 말했음에도 윤 대통령을 만나 의료대란의 '의'자도 꺼내지 못했다”며 “독대 자리가 아니면 말도 못꺼내는 여당대표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동훈 대표는 왜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거냐”며 “독대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따끔하게 현안을 이야기 나눴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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