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쌍특검 딜레마…‘내부 결속’은 OK, ‘지지율 반전’은 물음표
“김건희 리스크, 尹 지지율 떨어뜨리고 野 지지율 높일까? 아닐 것”
(시사저널=김종일 기자)
야권의 쌍특검 추진은 승부수다. 야권은 최근 '김건희 특검'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이라는 쌍특검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쌍특검 법안 발의를 3월9일 마쳤고, 정의당은 먼저 발의한 50억 클럽 특검 법안에 이어 독자적인 김건희 특검 법안을 3월20일 발의할 예정이다.
양당이 쌍특검을 추진하는 이유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우선 두 당 모두에게 쌍특검 추진은 명분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정치적 카드라는 분석이 있다. 명분은 국민 여론에서 찾을 수 있다. KBS가 3월5~7일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과 50억 클럽 특검에 대한 찬성 응답은 각각 60%와 77.6%였다. 양당 입장에선 특검 수사로 두 사건의 실체를 낱낱이 규명하는 것이 국민적 요구라고 주장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에 대해 '검찰 공화국' '검찰 정부'라는 비판적 여론이 강해지는 점도 야권에는 호재다.
레버리지 갖는 정의당의 이견, 민주당 애태워
실리도 있다. 우선 쌍특검 모두는 윤석열 대통령의 아픈 부분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는 윤 대통령의 가장 취약한 정치적 약점으로 꼽힌다. 여권 입장에서 연일 대통령 부인의 이름 석 자가 특검이라는 단어와 붙어서 정치권에 회자되고 언론에 보도되는 일 자체가 부담이다. 여기에 쌍특검은 윤 대통령의 사실상 유일한 정치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법치'라는 브랜드를 겨냥하고 있다. 쌍특검 추진 자체가 '현재의 검찰 수사 등이 공정하지 않다'는 국민적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선 또 다른 실리도 있다. 쌍특검 추진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대응에 급급하며 수세에 몰렸던 정국을 다시 공세 모드로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점점 커지던 원심력을 제어할 수 있다. 체포동의안 이탈 표와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 사망이란 악재가 겹쳐 이 대표에게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쌍특검은 그 자체로 대내 결속을 강화하는 기제로 작동할 여지가 있다. 당장 외부와 맞붙어야 하는 상황에서 당내 이견을 계속 제기하는 게 비명(非이재명)계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에 쌍특검 추진 국면은 이중적 성격을 가진다. 우선 정의당 입장에선 '민주당 2중대'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찬성 여론이 높은 특검 도입이란 국민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 이에 정의당은 '특검 대상'과 '특검 후보 추천 권한' '패스트트랙 처리' 등 쌍특검 추진의 디테일을 놓고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로 우위에 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특검 후보 추천과 패스트트랙 지정 논의에서 물러섬이 없다. 민주당과 공조는 하되, 끌려가는 모습은 피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의당 입장에선 이번 쌍특검 추진 협상 과정은 내년 총선 전 선거법 개정 협상 등의 리트머스시험지일 수 있어 더욱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의당은 쌍특검 추진 과정에 상당한 레버리지(협상력)를 갖고 있다. 민주당은 쌍특검을 여당이 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를 우회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하려고 하는데, 그러려면 현재 국회 의석 구도상 정의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에는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민주당(169석)으로서는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은 물론 정의당(6석)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최대한 서둘러 패스트트랙에 쌍특검 법안을 태우려는 민주당과 달리 정의당은 법사위 논의를 거쳐 최대한 여야 합의로 성사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민주당의 애를 태우고 있다.
야권의 승부수인 쌍특검 추진은 뒤집어서 보면 실패할 경우 상당한 정치적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현재의 높은 특검 도입 찬성 여론이 점점 빠지게 되거나, 야권의 공조가 계속 삐걱대서 추진이 차일피일 미뤄진다면 상황은 언제든 뒤바뀔 수도 있다. 동시에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도 쌍특검 공세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리더십을 검증받을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쌍특검 추진을 둘러싼 여야의 숨은 전략과 속내, 향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與, '김건희 특검'보다 '50억 클럽 특검' 더 우려
쌍특검 중 정치권에서 더 주목받는 특검법은 단연 '김건희 특검법'이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검 추진이라는 사실 외에도 향후 귀추에 따라 이 사안이 정국의 중심에 설 만큼 커질 수 있는 등 정치적 폭발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제출한 김건희 특검법은 크게 두 갈래를 수사 범위로 명시하고 있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코바나컨텐츠 전시 관련 불법 후원 의혹 사건이다. 그리고 이 두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등이다. 지난해 9월 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엔 김 여사의 허위 경력 의혹도 포함됐는데, 정의당 의견을 반영해 이번에는 제외됐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 발의 이유로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공모하고 관여한 정황이 명확함에도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특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데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판결문을 핵심 자료로 사용했다. 권 전 회장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유죄로 인정된 통정·가장 매매 102건 중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48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법원은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주가조작 시기에도 김 여사 계좌가 시세조종에 이용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지금껏 김 여사 소환조사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에 대해선 두 차례 서면조사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시간을 끌며 봐주고 있다는 거센 비판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공감대를 형성한 '50억 클럽 특검'은 대장동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고위 법조인이 다수 포함된 50억 클럽 수사에서 검찰은 곽상도 전 의원 한 사람만 기소했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자 검찰은 최근에야 검사 보강 등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수사 의지가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발견된다. 야권이 중점 추진하는 특검은 '김건희 특검'인데 여권 내부를 취재해 보면 실제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도입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50억 클럽 특검'이라는 점이다. 여권 입장에서 50억 클럽 특검이 더 우려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①여론의 불리함이다. KBS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김건희 특검 찬성 응답은 24.4%(전체 찬성 응답 60%)에 불과한 반면 50억 클럽 특검에 대한 찬성 응답은 73.3%(전체 찬성 응답 77.6%)나 된다. 여권 지지층들도 50억 클럽 수사와 재판 결과가 '불공정'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나쁜 여론 환경은 ②윤 대통령의 특검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줄인다. ③무엇보다 이 사안은 여권의 절대반지 같았던 '방탄 프레임'으로 막아낼 수 없다.
여권 지지층도 '50억 클럽 특검 도입' 찬성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의 경우 민주당과 정의당의 조율도 쉽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 야권 공조가 이뤄져 거대 의석으로 밀어붙이더라도 국민 여론에 확 불이 붙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은 국민의힘 지지자는 물론 중도층 입장에서 봐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며 "김건희 특검 추진도 '이재명 방탄'이라는 프레임을 뛰어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민주당 정권 시절에 탈탈 털었는데도 전혀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사안"이라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에 국민 여론이 적지 않게 동의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비슷한 맥락의 분석을 내놓았다.
민주당에는 김건희 특검에 대해 결이 다른 고민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김건희 특검 추진으로 결국 지지율이 움직여야 하는데, 실제 국면 전환이 될 만큼 여권 지지율이 추락하거나 민주당 지지율이 유의미하게 오를지에 대해선 고민이 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여권은 지지율과 기대치 싸움에서 유리하다. 지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미 꽤 낮은 수준이다. 김건희 리스크라는 이미 노출된 변수로 지지율이 더 드라마틱하게 떨어지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아울러 지금 윤 대통령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이른바 콘크리트 보수 지지층은 윤 대통령과 여권에 '도덕'이나 '윤리'라는 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 이들에겐 전임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최우선이고 나머지는 부차적이다. 그런 이들에게 김건희 리스크는 지지율 추가 하락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
또 다른 고민은 민주당 내부적 요인에서 야기된다. 위의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 추진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려면 중도·무당층이 이동하거나, 보수층이 옮겨와야 한다. 그런데 이 두 그룹이 보기에 '이재명의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대안적 선택지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최소한 '도덕적·윤리적 잣대'라는 기준에서는 그럴 수 있다. 똑같이 비도덕적 집단처럼 보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물론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비대위원장을 자신이 직접 물색해 세우고, 너무 늦지 않은 타이밍에 당대표직을 사퇴하는 안이다. 만약 이 방식으로 차기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사법 리스크의 부당함을 이미 민심이 선거로 심판했다고 말하면서 차기 대선에 재도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엄경영 소장은 "만약 야권이 쌍특검을 끝까지 동시 추진한다면 여권은 이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대응을 위한 정치공세라고 방어하고 윤 대통령도 거부권을 큰 부담 없이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만약 민주당이 50억 클럽 특검에 한정해 밀어붙인다면 윤 대통령도 거부권을 마냥 행사하는 게 난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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